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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후폭풍]효력없는 '응급처방'…더 커지는 반발

  • 2019.05.28(화) 14:34

분당에 밀린 일산·소외된 파주…입지 약점에 인프라 부족
막 삽 뜨려는 2기 검단도 직격탄…청약 미분양 고전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일부 1‧2기신도시에서 불만이 폭발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교통 인프라 부족에 도시 발전이 더딘데 주변에 또 다른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추가로 수도권 서북부 교통망 확충안을 발표했지만 기존 신도시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역부족이다. 이들이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이유와 요구사항, 그리고 이해 관계에 따라 엇갈리는 주민들의 반응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수도권 주요 입지에 중‧장기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 이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공고히 하겠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계획'을 세운 이유다. '1기 신도시와 서울의 중간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반영된 만큼 3기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보다 서울과 인접해 입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역설적이게도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다. 서울을 기준으로 3기 신도시보다 먼 일산과 파주,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족한 교통망에 가뜩이나 집값도 안 오르고 있는데, 3기 신도시까지 만들면 우리 지역은 죽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는 대안으로 이 지역 교통망 확충 계획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응급처방'을 내놨지만 약발이 전혀 들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반발만 더 키우는 분위기다. 신도시 공급,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 1기 신도시 일산의 그늘

분당과 일산은 대표적인 1기 신도시로 꼽힌다. 1기 신도시는 총 5개 지역(평촌‧산본‧중동 포함)이지만 분당과 일산의 규모가 다른 세 곳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분당신도시는 수용인구 39만여명, 주택 9만7580가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일산은 이에 조금 못 미치는 수용인구 27만6000명, 주택 6만9000가구 규모다.

시작은 비슷했지만 현 상황은 천지차이다. 분당은 강남의 배후수요로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항상 주목받고 있지만 일산은 소외된지 오래다.

강남은 지속적인 개발로 다수의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생산성이 높고, 자연스레 거주 수요도 많다. 이는 강남과 가까운 분당이 성장하게 된 밑거름이다. 반면 일산은 입지적으로 서울에서도 강남보다는 구도심인 종로와 중구, 마포와 여의도 생활권으로 분류된다. 일산은 서울 구도심의 개발 정체 영향으로 성장 속도가 더뎠다.

이는 교통 인프라 확충에도 영향을 줬다. 분당은 개발 압력과 함께 거주 수요가 계속 늘면서 서울 접근성 개선이 필요했다. 때문에 기존 분당선에 더해 신분당선이 개통됐고 분당과 강남의 거리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일산은 자유로의 교통량을 분산할 수 있는 새로운 도로망도 없고, 일산 도심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 연장도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여전히 교통난에 시름하고 있다.

부족한 개발 여건과 교통망 부족은 일산이 확장할 수 있는 여력을 앗아갔다. 결과적으로 일산은 기업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자족기능을 확충하는데도 실패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은 강남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고 이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중심도 강남이 차지했다"며 "이 때문에 강남 접근성이 좋은 분당은 성공한 신도시로, 강남과는 먼 일산은 지리적 약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산은 교통망 등 인프라 투자도 더뎌 교통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며 "이로 인해 일산 지역은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써의 가치는 떨어져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분당과 일산의 극명한 대조는 집값이 보여주고 있다. 분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 부침을 겪었지만 꾸준히 집값이 상승한 곳이다. 특히 작년에는 집값 상승률이 18.6%(부동산114)에 달해 여전히 수요가 풍부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3.3㎡ 당 매매가는 2400만원 선에 형성돼있다.

반면 일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작년처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뜨거울 때도 일산 집값은 2.3% 오르는데 그치며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매매가격도 1000만원 초반에 불과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신도시의 성공 여부를 꼭 집값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주택 가격이 도시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잣대 중 하나로 본다면 일산은 분당에 비해 뒤쳐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미완의 2기 신도시에 드리워진 그늘

일산보다 더 먼 2기 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에도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 곳 역시 교통망과 자족기능 부족, 북한과 인접해 개발 가능성이 떨어지는 까닭에 발전이 더딘 곳이다. 파주는 수도권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지난해에도 오히려 0.09% 하락하는 등 도시 조성 이후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을 시작한 검단신도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곳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계획됐던 도시 조성 일정이 지연된 것은 물론 규모도 축소됐다. 이 영향으로 다른 2기 신도시들에 비해 주택 공급이 늦었다.

검단신도시는 분양 초기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서울은 물론 과천과 하남 등 주택이 공급될만한 지역은 분양가가 크게 올라 부담이 커진 반면 검단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울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로 검단보다 앞쪽에 위치한 인천 계양, 최근 부천 대장지구까지 발표되면서 검단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올해 검단에서 분양한 단지들도 청약자를 채우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이들 지역도 개발에서 소외된 역풍을 맞고 있다. 2기 신도시 중 강남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 판교와 동탄, 광교와 위례 등은 택지조성(정부)부터 주택 공급(시행‧시공사), 소비자(입주민) 요구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도시 조성사업에 속도를 냈다.

판교신도시는 대표적인 신도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광교는 새로운 부촌으로, 위례는 주택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역이다.

반면 검단은 입지적으로 강남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즉 거주 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토지조성은 물론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들도 서두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이제 막 삽을 뜨려는 순간에 또 다시 3기 신도시에 밀리며 실패한 신도시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신도시를 조성할 때 지역별로 개발 속도에도 균형을 맞추며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2기 신도시는 거주 수요가 많았던 지역은 사업에 속도를 내며 이미 조성이 완료된 반면 검단은 이제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등 편차가 너무 컸던 것이 최근의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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