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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통제 후폭풍]다시 주목받는 '후분양'

  • 2019.06.13(목) 10:06

HUG 분양가 심사기준 강화..시장 영향 초미 관심
강남·여의도 재건축단지, 규제 피해 '후분양제' 검토
"후분양, 분양가 상승·주택공급 감소 부작용" 분석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 고삐를 조였다. 서울 등 관리지역의 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다. 주택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HUG와 재건축 조합의 분양가 줄다리기와 단지별로 분양가 산정 시 비교 사업장을 어디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예상된다. 주택 가격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강화되는 HUG 분양가 통제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분양가 못 올리면 후분양 가야죠."(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후분양제'가 주목받고 있다. HUG의 분양가 규제가 강화되자 주택조합들이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후분양제를 검토하고 있다.

후분양은 아파트 등 주택이 거의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을 하는 제도다. 정부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고 부실 시공도 줄일 수 있다며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강남·여의도 재건축 단지에서 후분양을 검토하는 배경은 이런 취지와는 동 떨어진 모습이다. 후분양제가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면 오히려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고 주택 공급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14년 만에..."후분양 하세요"

분양 시장에서 후분양이 검토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참여정부가 '주택 후분양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후분양제가 반짝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당시 도입 취지는 부실시공, 입주지연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분양권 전매를 차단해 주택 투기 행위를 차단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 등으로 폐지되면서 다시 선분양 위주의 분양이 이어지다 14년 만인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가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비슷한 취지의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국토부는 공공부문이 먼저 시행하고 민간부문은 각종 인센티브를 줘서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는데, 최근에는 민간에서 먼저 후분양제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선분양을 하면 HUG의 분양가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을 하려면 HUG의 분양가 심사를 통과해 분양 보증서를 발급 받아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 분양가를 두고 조합·시공사·시행사와 HUG가 줄다리기를 하다가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가 빈번한 이유다.

HUG는 신축 아파트들의 분양가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당 778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684만1000원) 대비 13.79% 상승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가운데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 비율도 5월15일 기준 48.8%로 높아졌다.

HUG는 지난 5일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해 규제 수위를 높였다.

새 아파트 평균분양가를 주변 분양 단지나 시세의 100~105%로 낮추고 계산방식을 단순산술평균에서 가중평균으로 변경했다.

고분양가 사업장 규제가 적용되는 곳은 서울 모든 자치구와 과천, 부산 해운대·남·수영·연제·동래구다. 종전에는 이들 지역에서 110%의 비율이 적용됐다. 단순산술평균은 가구수가 반영되지 않아 분양가가 낮은 대형 주택형을 끼워넣으면 전체 평균을 낮출 수 있는데, 가중평균은 그런 꼼수가 안 통한다.

HUG의 규제 강화에 대해 비판도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가 분양가 심사기준을 높이면서 인근 시세보다 5% 이상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게 했는데 시세 변동률을 고려하면 과한 규제"라며 "분양 시장이 후분양 위주로 가는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일정 부분 현실과 동떨어진 통제이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리기 위해 후분양제로 눈을 돌리는 단지들이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분양가 규제 피하자'..서울 강남·여의도 후분양 검토

최근 후분양을 활발히 검토하고 있는 곳은 서울 강남과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분양가를 두고 HUG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느라 분양을 미뤄오다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후분양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과천 중앙동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과천 더 퍼스트 푸르지오 써밋’은 HUG와 수차례 분양가를 협의하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올해 초 후분양을 확정했다. 앞서 HUG는 조합이 제시한 3.3㎡당 3313만원의 분양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분양 보증 발급을 거부했다. 후분양 시 평당 평균 분양가는 35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서울 신반포 3차‧신반포23차‧반포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 ‘래미안 원베일리’도 일반분양 500여 가구에 대한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이 단지의 경우 인근 아파트 가격('래미안 리더스원' 평당 평균 분양가 4489만원)을 고려하면 사전 분양시 평당 5000만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인근에 위치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등의 시세가 평당 8000만~9000만원에 달해 후분양 시 분양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옛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는 다음달 오피스텔만 먼저 분양하고 아파트는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HUG는 분양가로 3000만원대, 시행사는 4000만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의 경우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는 한 곳도 없어 분양가 책정 기준이 애매한 상태다.

이 밖에 후분양을 검토한다고 알려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방배13구역, 신반포4지구, 흑석3구역 재건축 조합은 "아직 후분양을 검토할 시점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선 이들 조합도 후분양을 선택지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워낙 민감한 부분이고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이 새로 나온지도 얼마 안돼서 아직 조합 내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HUG가 분양가 규제를 더 강화했기 때문에 분양가 협의는 전보다 더 힘들어 질 수 밖에 없어 후분양을 선택지에 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후분양, 분양가 상승·주택공급 부족" 우려도

시장에서는 후분양이 많아지면 오히려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양 리스크(위험), 분양 시기 등을 고려하면 선분양보다 분양가를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분양의 경우 착공과 동시에 분양을 진행하면서 수분양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사업비를 조달하면 된다. 그러나 후분양을 하면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이용해야 돼 이자비용을 내야 하고 시세 등도 반영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후분양제는 분양 시점이 2~3년 뒤라서 분양 시장이 어떤 상황일지 예측할 수 없어 모든 리스크를 사업자가 지는 구조"라며 "수분양자에게 돈을 받아서 사업비로 쓰는 선분양과는 달리 자금조달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분양 시점이 멀어서 물가상승률에 따른 인플레이션 비용도 있고 향후 시세도 반영해야 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게 산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서울에선 강남이나 여의도, 지방에서도 광주나 대구 등에선 분양가가 비싸도 짓기만 하면 다 팔리는 지역이 많다"며 "조합 입장에선 분양가를 올려야 추가분담금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후분양을 해서라도 HUG의 규제를 피해서 분양가를 올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적용하면 분양 시점이 미뤄짐에 따라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후분양을 하면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 있어 분양가를 올릴 수 있고 분양 시점까지 주택공급이 적어 청약 과열 등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공급 물량이 적은 서울 지역에선 그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에서 후분양 사례가 드문 만큼 성패를 예측하기 어려워 당장은 후분양제를 적용하는 단지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후분양 성공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후분양을 결정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독려한지도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제 막 후분양제도가 주목받기 시작한 상황이라 적어도 2~3년 후나 돼야 후분양제에 따른 성과, 여파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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