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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집살이 in 유럽]⑥"신규공급, 5만여가구 임대료가 기반이죠"

  • 2019.08.06(화) 09:00

<빔 더바르 '아이겐 하르드' 커뮤니케이션 대표 인터뷰>
규모의 경제 가능한 탄탄한 임대료 수익, 주택투자 재원
임대료, 소득수준과 주택의 질에 따라 다르게 책정

[암스테르담=원정희 노명현 배민주 기자] 3층 정도의 나즈막한 건물은 전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돼 있다. 건물 외부에서 내부는 물론이고 이를 관통해 뒷마당까지 훤히 보일 정도다. 건물 중앙 로비에 들어서면 양 옆으로 2층, 3층의 사무공간까지도 들여다 보인다. 복도와 벽면, 천장 등 곳곳에 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덕분에 유리가 주는 차가움 없이 따뜻한 기운을 감돌게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회주택협회 '아이겐 하르드(Eigen Haard)'와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다. 세찬 빗줄기와 쌀쌀한 날씨까지 더해진 6월의 암스테르담의 우중충함도 금세 잊힐 정도다.

사옥은 회사의 얼굴이면서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기 마련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라도 건물에서 풍기는 따뜻함과 개방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앞서 소개한 멋스러운 건물의 '사회주택 박물관' 역시 아이겐 하르드에서 지었다고 하니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네덜란드 사회주택협회인 '아이겐 하르드' 전경

인터뷰 주인공은 빔 더 바르(Wim de Waard) 아이겐 하르드 커뮤니케이션 부문 대표(Head Communication Department)다.

아이겐 하르드, 암스테르담 사회주택 3분의 1 담당

아이겐 하르드는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둔 '사회주택협회(housing associations)'다. 협회 혹은 조합으로 해석한다. 우리로치면 사회적 경제주체로 사회주택을 직접 공급하고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암스테르담에만 이런 협회가 8군데가 있고 그 중에서도 아이겐 하르드는 1900년에 출발해 119년의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재정적으로도 탄탄하다. 5만6000가구의 사회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암스테르담 전체 사회주택 18만가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1990년대의 브루터링 조치 이후 사실상 네덜란드 정부의 사회주택협회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끊겼다. 당시 협회가 가진 부채를 앞으로 지원할 보조금으로 탕감하는 이 조치로 인해 사회주택협회는 부채를 제로 상태로 만들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암스테르담사회주택연맹에서 만난 예룬 반 더 피어(Jeroen Van der Veer)부대표도 "브루터링 조치로 부채를 탕감한 것은 180억 유로 정도의 가치에 상응한다"면서 "이를 통해 협회는 부채없이 자산을 갖고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후의 사업자금은 각 협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 역시 개별 협회의 몫이 됐다.

빔 더 바르 '아이겐 하르드' 커뮤니케이션 대표
"5만6000가구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은 엄청나죠"

정부 보조금 지원없이 매년 어떻게 수백가구(암스테르담 인구 약 82만명)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겐하르드의 경우 올해 공급 목표를 500가구로 잡았다. 어떤 해는 600~700가구도 공급한다.

바르 대표는 "우리는 비교적 (임대)규모가 크기 때문에 5만6000가구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은 엄청나다"면서 "여러 비용과 사회적활동을 하고 남은 수익을 주택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월 임대료 상한선은 720유로(95만7600원, 환율 1330원 기준)로 정해져 있고 실제 임대료는 입주민의 소득 구간에 따라 달라 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보유한 사회주택의 30%는 478유로(63만5740원)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는다.

사회주택협회간에 보증을 통해 대출을 해주는 사회주택보증기금(WSW) 제도 역시 유용하다. 바르 대표는 "한 협회가 도산하면 다른 협회가 갚도록 서로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상환보장이 된다"면서 "사회주택협회들이 최대한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보조금은 없지만 지방정부로부터 싼 값에 장기로 토지를 임대하는 식의 지원도 받고 있다.

그는 "해당 땅을 사회주택으로 활용하기로 하면 싼값에 땅을 빌려준다"면서 "(정부가)시내 중심지 땅을 민간 수준 임대료로 공급하면 사회주택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주택가 전경
임대료, 소득수준·집 상태에 따라 다르게 책정

임대료 산정방식도 흥미롭다. 특히 상한선 내에서 소득구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시세의 80%, 90% 식으로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반면 네덜란드는 임차인이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여력인 소득을 임대료 책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임대료 책정은 점수(연동)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법에 따라 주택의 품질과 주변 주거환경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품질의 경우는 면적, 방수, 난방, 주방, 위생시설, 테라스 면적 등을 정량평가하고 주변환경의 경우 상업시설, 교통, 교육시설 등 정성적 요소를 임대료 위원회에서 계량화한 후 이를 합산해서 점수를 매긴다.

바르 대표는 "점수시스템에 지역 가점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세가 반영되는 구조"라며 "다만 같은 아파트여도 임대료는 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임대료가 쌀 때 입주해 25년을 거주한 임차인은 더 싼 임대료를 내고 최근 입주한 사람은 높은 가격에 임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르 대표는 "높은 임차료를 낸다고 해도 점수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임차인이)주변시세가 얼마인지 일부러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사회주택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임차인의 수입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판단하고 동시에 주택의 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우리의 상황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임대료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데에 사회적인 공감대,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울러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만큼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주택공급이 가능해진 시스템 역시 우리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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