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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박원순과 김현미가 놓치고 있는 것

  • 2019.08.06(화) 09:34

콤팩트 시티든 신도시든 '살고 싶은 곳'에 공급하는게 중요
서울 외곽의 '도로 위의 집'…청년·신혼부부 살고 싶을지 의문

지난 주말 모처럼 경기도 양평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서울 동북권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는 북부간선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역시나 차량으로 꽉 막혀있다. 빠져나가는 쪽도 서울로 돌아오는 쪽도 마찬가지다. 구리 인근에 이르러서야 차량이 분산되면서 서서히 정체가 풀리기 시작했다.

북부간선도로는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 동북권으로 들어오는 관문 격으로 내부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등과 연결돼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자주 정체되는 구간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바로 이 도로 위에 집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도로 위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입체개발, 콤팩트 시티라고도 부른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대도시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되고 있는 도시 형태다.

김세용 SH 사장은 "독일 아우토반 위, 일본 오사카 고가도로 위 뚫고 가는 형태 등 유럽과 일본 등에선 오래 전부터 시행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게이트 타워 빌딩(1992), 독일의 슐랑켄바더 슈트라세(1981), 네덜란드의 큐빅 하우스(1977) 등이 도로 위에 집이나 오피스 등을 지은 것이다. 실제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한 사진을 보면 '미래 도시' 같은 느낌이 들면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일본 게이트타워빌딩(사진=SH공사)

하지만 '그 곳에 살고 싶은가'라고 질문한다면 이내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지난 주말 그 도로 위에서 느꼈던 갑갑함과 빽빽한 차량행렬이 떠오르면서 두번을 생각해도 답은 같았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이 곳을 '신내4 공공주택지구(신내IC~중랑IC)'로 지정하고 1인가구부터 신혼부부까지 청년층을 대상으로 약 10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SH공사는 미세먼지, 소음, 진동 등의 문제를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주택은 오피스 등 상업용 건물과는 다르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안식처가 되주는 곳이 바로 집이다.

이 때문에 집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땅 위에 있는 집과 도로 위의 집이 같을 수 없다. 건설사와 전문가들의 얘기도 다르지 않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하기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고 삶의 질 측면에서도 좋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상징적인 사업 정도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북부간선도로 상부, 인공대지 조성 후 단절된 지역의 연결 복원 상상도(사진=SH공사)

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서는 신내동이라는 입지 역시 마찬가지다. SH 측은 경춘선 신내역과 향후 개통예정인 6호선 신내역, 면목선 경전철역 등 트리플 역세권이 형성될 예정이란 점을 강조하지만 현재 경춘선 신내역에서 5호선 광화문까지는 두번 환승해야 하고 50분 가량 걸린다. 그나마 강남과는 7호선으로 한차례 환승(상봉)해 고속터미널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청년층에게 직주근접과는 거리가 먼 서울 동북권이 선호하는 입지라고 보기 어렵다. 이창무 교수도 "정비사업이나 도시재생의 폭을 넓혀주면 더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데 굳이 도로 위에 집을 지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강남과 같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 아니라 서울의 외곽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애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콤팩트 시티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모두 같은 목표에서 출발했다. 서울의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목표다.

하지만 3기 신도시의 경우 과천 정도를 제외하면 서울 수요를 분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둘다 놓치고 있는 것은 결국 '살고 싶은 곳에 공급을 하느냐'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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