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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분양가상한제 피해 불보듯 뻔한데"…굳은 표정의 강남

  • 2019.08.19(월) 14:34

개포주공1‧4, 추가 분담금 수천만원~1억원 예상
삼엄한 분위기 둔촌주공, 분양 갈피 못잡아

"13평형 기준으로 책정된 조합원 분담금만 4억원이 넘는데,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되면 여기에 수천만원을 더 내야 돼요."

지난 16일 오전 조합원과의 상담을 마친 후 잠깐 시간을 낸 장덕환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개포4단지 조합) 조합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추가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된 조합원들은 인터뷰 내내 사무실에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2일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강화 방안 발표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미 이주나 철거에 들어간 단지들은 사실상 상한제를 피해갈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들은 "어떻게 해도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없어 조합원들의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체념한듯 얘기했다.

지난 16일 둔촌주공재건축아파트 공사 현장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를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채신화 기자

◇ 개포4단지 "분담금만 수천만원"

개포4단지 조합 사무실은 분양가 상한제 관련 전화 문의, 방문객들로 정신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상담을 요청하는 조합원도 줄을 이었으나,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총 3375가구 중 274가구를 일반분양하는 개포4단지는 분양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는 강남 재건축 단지 중 한 곳이다. 이 단지는 이주가 거의 끝난 상태로 상한제 도입 전 선분양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으나, 사업 일정상 분양을 앞당길 수 없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장덕환 개포4단지 조합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 분양하는 건 사업 일정상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분양을 미루거나 후분양을 하기엔 금융 부담이 너무 크다"며 "최대한 빨리 분양을 하는 방법밖에 없어 12월쯤 분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해 조합원들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조합은 내다봤다.

장 조합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를 받아 책정한 분양가의 70~80% 수준으로 정하게 될 것"이라며 "수 천 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포주공1단지 공사 현장./채신화 기자

그는 "별다른 방법이 있겠느냐"며 "조합원들 불만이 커지면서 조합만 난감해졌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도 정신없긴 마찬가지였다. 부동산들은 푹푹 찌는 더위에도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방문객을 받거나, 전화 상담에 한창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분양가 상한제 관련해 상담 전화가 많이 온다", "분양 일정이 가닥 잡히면서 급매물, 추가 분담금 등을 문의하는 이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개포주공1단지도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합원당 추가 분담금이 1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입주민 이주를 마치고 철거 작업을 진행 중으로, 사업을 미룰 수 없어 연내 분양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총 6642가구로 재건축되는 이 단지는 121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 철거준비까지 끝낸 '둔촌 주공', 긴장감만 가득

분양가 상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를 받는 둔촌주공재건축아파트 일대는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다.

둔촌주공은 총 1만2032가구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로, 일반분양만 4787가구에 달하는 만큼 분양가가 낮아지면 낮아질 수록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진다.

당초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1평)당 3500만원으로 생각했으나, HUG가 제시한 분양가는 조합의 예상보다 1000만원가량 낮은 평당 2600만원 수준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이보다 더 낮은 수준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어 조합원들이 바짝 날이 선 상태다. 일반 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평당 평균 2750만원)보다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이미 이주를 완료하고 철거 준비까지 마친 상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1월 견본주택을 열고 일반분양에 돌입할 계획이었으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전으로 분양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둔촌주공의 분양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자 조합은 부담스러워하며 한껏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공사 현장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사무실 위치도 공개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찾아간 조합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조차 조합 간판이 없어 한참 헤맨 후에야 3층의 조합 사무실을 발견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둔촌주공아파트주택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사무실./채신화 기자

이날 오후 사무실에서 만난 조합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라 아무것도 대답해줄 수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만 "할 수 있는 한에서 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심스러운 입장은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아직 뭐 하나 정해진 것 없는 시점에서 말을 하기가 곤란하다", "조합 눈치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가 관건인데 조합원이 워낙 많아서 분양 일정이나 방식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가 힘든 걸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가격이 조금 빠지긴 했는데 미미한 수준이고 거래도 완전 끊긴 게 아니라 눈에 띄게 흐름이 바뀌었다고 볼 수 없다"며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그 여파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양을 앞당기는 쪽으로 가닥이 확실히 잡힌 곳은 상아2차(래미안 라클래시) 뿐이다. 상아2차 조합에 따르면 이 단지는 오는 24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분양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는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전에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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