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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인천의 '미분양 무덤' 탈출기

  • 2019.10.01(화) 10:40

상반기엔 청약 미달, 미분양에 '불황 마케팅' 성행
교통 호재‧규제 반사이익으로 하반기 분위기 반전

'인천 A아파트 2순위 청약에서도 283가구 잔여물량 발생'(2월), '미분양 관리지역에 인천 서구 새로 편입'(4월), '검단 신도시 아파트 대규모 청약 미달'(6월)

올 상반기 인천 분양 시장엔 내내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광역교통망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 직격탄을 맞고, 미분양 물량은 점점 쌓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 건데요.

마음 급한 시공사와 분양 대행사는 계약자에게 금 한 돈을 얹어주는 등 '불황 마케팅'까지 펼쳤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인천지역 3개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 143.20대 1 기록’, '검단신도시 3000가구 미분양 모두 완판(9월)

하반기 들어 뒤늦은 봄이 찾아온 모습입니다.

냉랭하던 인천 분양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게 된 이유는 뭘까요?

◇ 한때는…"계약하면 금 드릴게요"

올 상반기만 해도 인천에서 나온 새 아파트들은 청약 미달되거나 한 자릿수를 겨우 넘는 청양경쟁률을 보이는 등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 상황에서 입주, 분양이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인천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지난 2014년 5월 7443가구로 정점을 찍고 내려와 지난해 말까지 1000가구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6월 3623가구까지 늘었는데요. 서구의 경우 올 1월에서 2월 한 달 새 미분양 주택이 32.6%나 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하는 미분양 관리지역에 편입(4월)되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공급물량은 넘쳐났습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인천시에 예정됐던 일반분양 물량은 총 3만2110가구로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인 12만여 가구의 4분의 1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 올해 4월엔 인천 부평이 3기 신도시에 포함되면서 검단신도시 등은 더 압박을 받기 시작했죠.

검단신도시는 지난 2006년 2기 신도시로 지정된 후 지난해 10월에야 분양을 시작했는데, 검단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계양이 신도시로 지정되자 '악재'로 작용한 건데요.

결국 상반기 인천에서 나온 아파트들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습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검단 대방노블랜드'(1274가구 모집에 87가구 청약), '검단 파라곤 1차'(874가구 모집에 264가구 청약)는 1‧2순위 청약 모두 미달됐고요.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 '부평 지웰 에스테이트', '쌍용 더 플래티넘 부평', '검단 한신더휴', '검단 우미린더퍼스트', '송도 호반써밋' 등은 1‧2순위 청약경쟁률이 1~3대 1 정도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분양 시장에선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히 펼쳐졌는데요.

일부 시공사들은 계약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대출 이자를 지원해주거나 계약금 납부 시기를 연장해주기도 했고요. 분양 대행사는 사은품으로 금 한돈을 얹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물량 털어내기에 나섰습니다.

◇ 이제는…"다시 계약하게 해주세요"

놀랍게도 이런 분위기는 불과 3개월여 만에 반전됐습니다.

7월 중순에 검단과 운정의 미분양 물량이 1429가구, 390가구까지 줄었고요. 8월부터는 미분양 늪에 빠졌던 검단신도시에서 '완판' 단지가 속속 나왔습니다.

8월 중순엔 '검단 한신더휴'(1월 분양),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2월 분양)가 분양을 마쳤고요. 이달 초엔 '검단 대방노블랜드 1차'(4월 분양), '검단 파라곤 1차'(5월 분양)가 모두 계약자를 찾았습니다.

8~9월 분양한 아파트들은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달 분양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206.13대 1 ▲'송도 F20-1 더샵 프라임뷰'는 115.37대 1 ▲'송도 F25-1 더샵 프라임뷰'도 104.4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건설사들은 이런 분위기 반전의 원인으로 '교통 호재'를 꼽았습니다.

인천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개월째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했던 아파트들이 정부의 광역교통망 발표를 기점으로 두 달 여 만에 완판됐다"며 "일주일에 한 건 계약하면 경사였는데 발표 이후엔 일주일에 2~3건씩 계약이 체결됐다"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수도권 서북부권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에 인천2호선의 김포‧일산 연장(2028년 개통 목표)이 포함됐는데요. 인천2호선 검단 연장은 독정역에서 지선을 빼 검단신도시를 거쳐 불로지구까지 잇는 사업으로, GTX-A노선(파주~동탄)과도 연결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지난 8월엔 GTX-B노선(송도~여의도~서울역~청량리~남양주)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인천도시철도 2호선 검단연장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되면서 서서히 활기를 찾기 시작한 거죠.

집값도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인천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인천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다가, 9월에 0.17%로 반등했는데요.

그러자 매수자들의 태도도 확 바뀌었다고 합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지역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일부 청약자는 중도금을 일정 기간 입금하지 않아 계약을 취소했는데 시장이 좋아지자 다시 재계약을 요구하기도 했답니다. 계약 취소를 번복할 수 없다고 하니 계좌에 일방적으로 남은 중도금을 입금하는 청약자도 있다고 하고요. 그야말로 판도가 확 바뀐 모습입니다.

◇ 전문가들 "당분간 온기 지속" vs 양극화" 

전문가들은 당분간 인천의 분양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 가을 인천 검단에서 분양이 이어지는데, 송도(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에서 잭팟을 터뜨리는 바람에 그 온기가 검단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도 퍼졌고, GTX, 인천지하철 연장 호재 등이 있어서 개발호재가 이어진 지역 위주로 청약 수요가 붙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도 "인천은 서울, 경기지역에 비해 집값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는 데다, 인천 전 지역이 비규제지역"이라며 "최근 교통호재를 발판으로 상승여력이 있어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역마다 교통호재의 영향에 차이가 있는 등 '양극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미분양이 소진된 검단이나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송도 이외 인천 내 모든 지역이 분위기가 좋다고 볼 순 없다"며 "계양구, 부평구 등 구도심들은 청약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어 "아직 시현된 건 아니지만 교통 호재 소식이 있고, 분양가 상한제 예고에 서울과 수도권의 청약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지역 내 분위기가 약간 개선된 것"이라며 "앞으로 분양하는 단지도 모든 지역이 좋다기 보다는 양극화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인천이 미분양 무덤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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