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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마이너스 옵션, 누구냐 넌

  • 2020.05.01(금) 09:00

2008년 법적으로 마이너스 옵션 선택 가능
분양가·취득세 인하 효과에 '내맘대로' 인테리어도
인테리어 비용 더 부담·하자보수도 문제…"한 단지 한명꼴"

취존!(취향존중) vs 싼 게 비지떡

주택 시장에서 '마이너스 옵션'을 보는 시선은 극명히 나뉩니다.

마이너스 옵션은 기본 골조를 뺀 바닥재, 욕실, 주방 등 내부 마감재를 입주자가 취향에 맞게 직접 시공하는 제도인데요.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고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점이 강점입니다.

하지만 '누드 옵션'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 날 것의 모습인 만큼 손이 많이 가고 감수해야할 부분도 많아서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마이너스 옵션제가 생소한 분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제도인지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 뺄 것 빼니 분양가 3000만원 '마이너스'

마이너스 옵션제가 처음으로 '공식' 등장한 건 13년 전입니다.

정부가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분양가 부담을 덜어주고 시설 개조에 따른 자원 낭비 방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등을 위해 추진했는데요. 이후 2008년 9월 주택법 개정에 따라 공동주택을 분양받는 소비자들은 마이너스 옵션과 기본형 옵션(플러스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도 '주택법'과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사업 주체는 입주자 모집공고에 마이너스 옵션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여기서 '입주자 모집공고에서 본 적 없는데?'하고 의문이 들기도 할 텐데요.

마이너스 옵션 안내는 주로 입주자 모집공고의 뒷부분에 명시돼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 공고 앞 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택 타입이나 분양가 등을 먼저 살피니까요.

견본주택에서 제공하는 입주자 모집공고 팜플릿엔 해당 내용이 빠져 있기도 합니다. 수십 장에 달하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모두 인쇄할 수 없으니 중요한 내용만 뽑아서 팜플릿을 만들거든요. 통상 견본주택에 들어서면 입구 쪽에 커다란 종이를 한 장 붙여놓곤 하는데 그게 입주자 모집공고 전문입니다.

이렇듯 마이너스 옵션은 분양 시 예비 청약자들의 주된 관심사에서 빗겨나 있는데요. 그렇다고 찾는 이가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마이너스 옵션은 말 그대로 옵션을 다 뺀 '흰 도화지' 상태라서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은 아파트별로 타입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기본적인 구조나 분위기는 비슷한데요.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해 직접 인테리어를 하면 '나만의 색깔'이 담긴 집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또 옵션이 다 빠지다 보니 분양가도 저렴합니다.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통상 잔금에서 마이너스 옵션 금액을 공제하는데요. 통상 분양가에서 2000만~3000만원 정도 저렴해진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견본주택을 연 고양시 덕양구 덕은지구 내 'DMC리버파크자이'의 경우 마이너스 옵션 비용이 전용면적 84㎡는 2696만~2716만원, 99㎡은 3238만원입니다. 84㎡의 분양가가 8억원대, 99㎡의 분양가가 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했을 때 분양가가 3% 정도 저렴해지네요.

분양가가 저렴해지면 취득세나 등록세도 줄어들고요. 인테리어 경비는 '필요 경비'로 인정돼서 양도차익이 줄어들어 나중에 양도소득세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됩니다.

◇ 배보다 배꼽 큰 '인테리어 비용'

이런 장점들만 있다면 지금쯤 마이너스 옵션제가 대유행을 했을 텐데요.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그만큼 단점도 많기 때문이죠. 우선 개인이 직접 인테리어를 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앞서 예를 든 DMC파크포레자이의 마이너스 옵션 품목은 ▲문 ▲바닥재 ▲벽 ▲천장 ▲욕실 ▲주방기구 ▲일반가구 ▲조명기구 등 총 8개입니다. 이 항목들은 기본 방수, 미장, 단열 공사 정도만 돼 있는거죠. 벽지도, 타일도, 세면대도 직접 시공해야 합니다.

'마이너스' 할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마이너스 옵션은 단지별로 정해진 항목 중 필요한 것만 선택할 수 없습니다. 가령 욕실은 '플러스'하고 나머지 7개 항목만 '마이너스' 하는 식이 불가능합니다.

입주자가 마이너스 옵션 항목 전체를 직접 시공하려면 개별 구매 방식이라 비용이 많이 들어 결과적으론 분양가 이득이 없습니다.

또 요즘엔 거의 '필수'로 선택하는 발코니 확장공사도 따로 해야되고요. 하자가 생겨도 시공한 공사업자에게 따로 보상받아야 합니다. 분양계약을 하고 사정이 생겨 분양권 전매로 되팔 경우 환금성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도 있고요.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주택법이 바뀌면서 마이너스옵션제 선택이 의무사항이 돼서 매번 나오긴 하는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며 "한 단지에 한 명꼴로 이 제도를 선택하는데 그것도 인테리어업 종사자의 경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마이너스 옵션을 이용해 분양가를 낮추려는 사업자들의 '꼼수'라는 지적도 있어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제도가 안착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만 해도 마이너스 분양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선 정서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안착하지 못한 제도"라며 "특히 최근 들어 일부 단지가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유상옵션을 추가하는 식의 변형된 마이너스 옵션제를 이용하면서 이를 보는 정부의 인식도 안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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