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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부동산]80년대 복덕방 vs 2020년 공인중개사사무소

  • 2020.09.16(수) 08:40

(프롤로그)
대면 중심, 종이 계약서 등 30여년전 '그대로'
집값상승에 중개수수료는 '훌쩍'
똑똑해지는 소비자…중개 전문성 발휘 '한계'

주택가 골목길 초입에 자리잡은 '복덕방'. 그 앞에는 나이지긋한 할아버지가 부채질을 하며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안에서는 동네 아저씨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화투를 치고 있다. 퇴근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뒤늦게 합류하는 양복입은 아저씨까지. 누구네 아들 대학갔다더라, 누구네는 사업이 안돼 집을 내놨다더라 등 얘기들이 오간다. 복덕방은 자연스레 사랑방이 된다.

어릴적 머릿속에 자리잡은 복덕방의 모습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부동산보다는 복덕방이란 이름이 더 친숙했다. 동네에 오래 살며 그 동네를 잘 알고 있는 터줏대감들이 소일거리 삼아 복덕방(중개업무)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1984년 부동산중개업법(현재 공인중개사법)이 생기고 1985년엔 처음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치러지면서 복덕방이란 간판도 서서히 사라지고 부동산, 혹은 공인중개사사무소 등이 자리잡게 됐다.

30년이 훌쩍 넘었고 복덕방 아저씨들은 국가공인 자격증을 지닌 공인중개사들로 바뀌었다. 공인중개사법이 생긴 이후 기존에 중개업무를 했던 '중개인'들은 제한된 조건에서 폐업할때까지 중개업무를 할 수는 있었지만 '공인중개사'라는 명칭을 쓸 수 없었다. 간판도 다르게 표시해야 했다. 가령'OO 부동산' 'OO부동산중개인사무소' 등이다. '공인중개사사무소'와는 자격증 유무에 차이가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현재도 중개인이 전국적으로 2900명 정도가 남아 있다. 하지만 2020년 9월14일 현재 개업 공인중개사 10만9879명 가운데 공인중개사가 10만6892명(법인 포함)으로 97%를 차지한다.

이처럼 제도가 바뀌고 전문 자격증을 지닌 공인중개사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전문성이나 의무, 책임 또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도 그만큼 달라졌을까. 안타깝지만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산업 및 서비스에서 온라인, 비대면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은 비대면, 언택트(un+contact)를  우리 산업과 사회 곳곳에 더욱 빠르게 전파하는 상황이지만 유독 부동산중개업만은 그 바람에서 소외돼 있다.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대면 서비스와 종이 몇장으로 쓰여지는 계약서 등이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집을 거래하는 일이 전 재산이 들어갈 정도로 거액이 오가는 일인 만큼 완전히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하는데에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온라인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전자계약 마저 외면을 받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제외하더라도 아파트 중심의 일반적인 주택 거래에서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정형화된 거래에 가깝다. 토지나 건물 등의 중개는 여러 가지 서류를 확인해야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대개 등기부등본 확인 만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있는 아파트이거나 단독주택, 다가주택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통해 지분이나 용도구분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는 집합건물이기 때문에 등기부등본만 확인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렇다 보니 중개수수료(중개보수)에 대한 논란도 더욱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집값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요율로 정해진 중개수수료도 함께 뛰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과거 집값이 6억원일 때 300만원(상한요율 0.5%)이던 수수료는 집값이 9억원으로 오르자 덩달아 800만원(상한요율 0.9%)으로 뛰었다.

서비스는 집값이 6억원일 때나 9억원일 때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중개사고로 인해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제도 그때나 지금이나 1억원(한해 기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나 '정보'에 대해 값을 매기는 데 인색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과거 해당 지역에 오래 살았던 복덕방 아저씨만 알 수 있는 정보, 공인중개사만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것이 더는 큰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과거 법무사들의 영역이었던 '등기' 역시 최근 몇년새 부동산 셀프등기가 늘어나면서 일반인들이 등기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역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각종 서류들을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미 부동산업계에도 '프롭테크(부동산property+기술technology)'라는 영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소비자들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동산중개업과 소비자들이 윈윈할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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