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나홀로 아파트'와 1군 브랜드 아파트의 희비가 엇갈렸다. 통상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과 달리 나홀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10배 가까이 높게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울 청약시장도 분양가에 따라 엇갈린 성적표를 내고 있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로 묻지마 청약에 나섰던 최근 몇년과는 달리 청약통장 사용에 신중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소규모 단지 아파트라고 해도 서울 내 괜찮은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단지들은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성공적인 분양 실적을 내고 있다.
포레나 미아 경쟁률 '7대 1'…봉천동 나홀로 아파트 67대 1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5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삼양사거리 특별계획 3구역 재개발)는 평균 경쟁률 7대 1로 마감했다. 328가구를 모집하는데 2374명이 신청했다.
전용 59㎡가 23대 1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전용 39㎡ 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나머지 전용 53㎡, 74~84㎡는 모두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한화 포레나 미아는 지하 5층~지상 최고 29층, 4개 동, 497가구로 조성되는 주상복합이다.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과 인접한 역세권이라는 점,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포레나'가 적용된 점 등이 흥행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으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서울에서 이같은 청약 경쟁률은 이례적이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42대 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경쟁률인 18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근에서 1월 분양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34대 1)의 경쟁률과도 차이가 컸다.
한화 포레나 미아와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더하이브 센트럴'은 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개 동, 총 75가구로 구성된 '나홀로 아파트'인데다 모집 가구 수도 18가구로 적었지만 1207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모집가구 수의 차이도 크긴 했지만 두 단지의 희비를 가른 건 분양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곳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는데 분양가는 주택형별로 1억원 가량 차이가 났다.
한화 포레나 미아 전용 59㎡는 최고가 기준 8억3210만원이다. 서울대입구역 더하이브 센트럴은 같은 크기의 주택이 최고 7억4000만원으로 한화 포레나 미아보다 9210만원 저렴했다. 이 단지는 중도금의 40%까지 무이자 융자를 보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제외하면 두 단지의 흥행을 가른 요소가 무엇인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나홀로 아파트의 경우 가구 수가 작다 보니 수요자가 조금만 몰려도 경쟁률이 높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이전과 달리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이 이뤄지고 있어 완판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청약 경쟁률에 집계되지 않은 대기 수요도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경우 지난달 무순위청약에서 698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관련기사: '무순위' 간 '자이'…옆 단지 '한화 포레나 미아' 긴장(3월31일)
'소규모 단지'도 저렴하면 인기 만발
청약 열기가 식은 올해 서울에서는 분양가가 저렴한 소규모 단지들이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분양한 아파트 중 유일하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분양 당시 57가구를 모집하는데 1만1385명이 몰려 청약 경쟁률이 200대 1에 달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서는 아파트로 지하 4층~지상 29층, 2개 동, 156가구의 소규모 단지다.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용 59㎡ 분양가가 최고 6억7100만원인 반면 인근 '아크로타워스퀘어' 전용 59㎡는 작년 9월 13억원(5층)에 거래됐다.
또 다른 나홀로 아파트인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일반분양 101가구)' 역시 지난달 평균 경쟁률 22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7억8350만~8억2750만원이었다. 다만 중도금 40%에 대해 이자 후불제를 적용해 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후분양제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주택형 대부분이 미달돼 공급물량 216가구 중 198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 단지는 전용 59㎡ 분양가가 최고 9억2490만원에 육박했다.
작년 맹렬했던 집값 상승세가 잦아들면서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단지들의 흥행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작년에는 아무리 분양가가 비싸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에 청약을 했지만, 지금은 금리나 정책 면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며 "나홀로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건 대단지에 비해 집값이 10~20% 저렴하기 때문인데 이를 감안해도 분양가가 크게 저렴하면 청약 인기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