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용적률 규제 완화'만 목 빠져라 기다리는 분위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 '용적률 최고 500% 상향'을 공약한 바 있거든요.
조합원 입장에선 용적률을 높일수록 일반분양 가구수가 늘어나면서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데요. 동시에 교통난, 일조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과연 적당한 용적률이란 어느 정도일까요.
올리면 올릴수록 좋은 것? 용적률! (feat.조합원)
재건축 투자자들이 반드시 확인하는 수치 중 하나가 '용적률'입니다. 건축할 수 있는 대지가 한정돼 있어 향후 용적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투자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용적률은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물(지하층 제외)의 연면적 비율을 말합니다. 가령 땅의 면적이 100평이고 용적률이 150%라면 연면적인 150평까지 건축할 수 있다는 뜻이죠.
조합원 입장에선 용적률을 높일수록 유리합니다. 건물을 더 높이 지을수록 일반분양 가구수가 많아지면서 분양 수익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그럼 무조건 용적률을 높이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게 쉬울리가 없죠. 국내에선 땅을 경제적·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용도지역'을 구분해 놨는데요. 아파트가 깔고 앉은 땅의 용도지역에 따라 용적률 상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용도지역은 현행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 등 4가지로 분류되는데요.
그중 주거지역은 용도지역에 따라 △제1종 전용 100% 이하 △제2종 전용 150% 이하 △제1종 일반 150% 이하 △제2종 일반 250% 이하 △제3종 일반 300% 이하 △준주거지역 500% 이하 등으로 용적률 상한이 부여됐습니다.
용도지역별로 정해진 용적률이 있으니 새로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추가로 용적률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는데요.
가령 현재 용적률이 180%인 아파트가 3종 주거지역에 위치한다면 재건축 시 120%의 용적률을 추가로 올릴 수 있지만, 2종 주거지역에 위치한다면 250%가 최대라 추가 용적률 상향이 60%밖에 안 됩니다.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들이 '종 상향'을 요구하곤 하는데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종 상향이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애초에 저층 노후아파트를 찾곤 합니다.
시장에선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 160~180%' 정도를 재건축 사업성의 마지노선으로 보곤 하는데요. 절대적인 잣대가 되진 못합니다.
용적률뿐만 아니라 건폐율과 대지지분 등도 함께 봐야 하고요. 고급화가 가능한 지역에선 일반분양 가구가 적어도 분양가를 올려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등 단지 컨디션에 따라 사업성이 다 다르기 때문이죠. 1기 신도시, 용적률 높이면 '만사 OK'?
최근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곳곳에서 '용적률 상향!'을 외치고 있는데요. 특히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169~226%라 용적률을 300% 이상으로 높이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윤석열 당선인이 용적률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제정을 공약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높여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커지고 있습니다.
용적률을 높여 가구수가 늘어나면 주거의 질이 하락할 수 밖에 없거든요. 일반주거지역에서 용적률 500%를 적용하면 그야말로 '닭장 아파트'가 예상되는데요.
동간 거리가 짧아져 일조권, 조망권, 사생활 침해 등이 우려되고요. 도로 등 교통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교통난도 생길테고요.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용적률 500% 상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단 선을 긋긴 했는데요. 여전히 1기 신도시 재건축과 관련해 특별법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벌써부터 1기 신도시 집값이 꿈틀대고 있는데요.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1기 신도시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총 145조7663억3200만원으로 대선 직전인 2월 말과 비교해 0.34%(4873억3700만원)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0.14%(1조8606억6800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1기 신도시의 가격 증가율이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용적률 완화가 실제 적용되면 이같은 부작용도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날 듯 한데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적률을 올리려면 늘어나는 가구수에 맞게 도로, 교통, 수도, 전기, 폐기물, 인프라, 학교 등 전반적으로 검토를 해야 하기 떄문에 용적률 완화가 선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무턱대고 용적률만 올린다면 교통난, 학교난, 정비사업 지연 등의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아울러 개인한테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셈이라 공공기여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