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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기관 비리 '고구마 줄기'처럼 캐겠다는 원희룡

  • 2022.07.07(목) 06:30

'파티 끝났다'…거세지는 공기관 압박
공기관 때리기 이명박·박근혜때 '판박이'
기관장 교체·민영화 포석? 정치적 제스처 비판도

"여러 카르텔이나 내부자와 외부자의 유착,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우선순위로 보겠습니다. (문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면 (검증 시한을) 더 연장할 거고요. 필요에 따라 수사 의뢰까지 예정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공공기관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카르텔', '내부자', '고구마 줄기' 등 다소 자극적인 어휘를 써 가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국토부의 모든 권한과 자원을 동원해 산하 기관의 속살을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들의 방만 경영과 비리, 부정행위를 '이제부터 찾아보겠다'는 게 원 장관의 계획인데, 이날 발언 등을 보면 마치 새로운 비위 행위를 밝혀낸 것같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산하기관 자체 혁신방안 후속조치')까지 할 정도이니 '뭔가 큰 문제가 생겼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공공기관들에 제대로 혁신안을 내놓으라고 다시한번 경고의 수위를 높인 셈이었다. 

지난달 23일 원 장관이 산하 공공기관들에 자체 혁신안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그 내용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영을 효율화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이상의 근본적인 개선안을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매우 희박하다"고 질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권한과 규모가 큰 공공기관들에서 잊을 만하면 비위 행위나 불공정 행위가 드러나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엔 국민 안전과 밀접한 열차(SRT) 사고까지 있었으니 공분을 살만 하다. 다만 최근 새롭게 밝혀진 비리가 있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는 현 시점에서 원 장관의 발언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각해보면 이 상황이 낯설지는 않다. 공공기관 때리기는 과거 정권 출범 때마다 반복돼 왔다. 특히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초의 분위기와 지금이 판박이라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3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직후 감사원은 공공기관 경영실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당시 이례적으로 감사 도중 적발된 비위 사실을 '중간 발표'하면서 논란을 초래했다.

감사원은 "사안이 심각성을 고려해 (미리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공공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빠르게 조성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사실 당시에도 감사원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들을 파헤치기 시작한 게 아니었다. 정권 초 새 정부가 공공기관들에 엄포를 놓고, 이후 대대적인 감사를 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원 장관 역시 이달부터 공공기관의 비위 행위 등을 살펴본 뒤 내달 중간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검증 과정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문제들이 나오면 수사 의뢰까지 이어갈 거라는 게 그가 내놓은 계획이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박근혜 정권에서도 출범 첫해부터 정부가 공공기관에 칼을 빼 들었다. 방만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장들을 모아놓고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이 말은 10년 뒤, 똑같이 반복돼 쓰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달 26일 공공기관들을 겨냥해 "파티는 끝났다"고 말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문제는 지난 정권들에서는 이렇게 공공기관을 때려 놓고, 정작 이후에는 '혁신'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비위행위를 찾아내 기관장 교체의 빌미로 삼거나, 이른바 '공기업 민영화'의 근거로 활용하면서 기존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일이 반복됐다. 또 친정권 인사들을 공공기관에 줄줄이 내려보내면서 '혁신'의 분위기는 금세 사그라들곤 했다.

새 정부 들어서 원 장관뿐만 아니라 여권 전체가 공공기관 군기 잡기에 한창이다. 그간 누적돼 온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과 비위 행위는 고쳐야 마땅하다. 민영화가 필요하다면 이는 국민적인 합의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협의와 치열한 논쟁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론 더는 공감을 얻긴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살리고 정치적인 행보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엔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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