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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집값 떨어지는데…'250만 가구 공급' 딜레마?

  • 2022.08.08(월) 16:14

'대규모 공급' 공약…분위기 바뀐 집값
주택공급 속도 조절 vs 서울은 주택 부족
규제 완화 적기?…'재건축 규제 완화' 촉각

"주택매매 거래 시장에 상당한 공급 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줘서 가격상승 압박을 줄이겠다." (윤석열 대통령, 2021년 12월 13일)

정부가 내일(9일) 발표할 '250만 가구+α' 주택공급 대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부동산 정책의 핵심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규제 강화에만 공을 들이느라 주택 공급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이런 문제의식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공교롭게도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거시경제와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죠.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 정부는 과연 기존 계획대로 주택 공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까요. 또 이번 대책 발표가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원희룡 "250만 가구, 공급 능력을 의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흥미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이번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 "250만호+α는 공급 능력을 뜻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건데요.

이는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원 장관은 "장기적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내용 구성에 관해서는 당연히 변화하는 경기 상황과 수급 상황을 보면서 미세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는데요.

물론 최근 공급 과잉 등으로 시장이 침체한 대구·경북 지역에 한해 해법을 제시한 걸로 치부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원 장관이 그간 주택공급의 '속도'를 지속해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추진의 뉘앙스가 다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위축·거래절벽…공급 속도 조절할까

최근 국내 주택시장의 매수 심리는 빠르게 위축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6으로 지난 2019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지수는 13주째 하락하고 있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의 신호를 줄 경우 당장의 매수 심리는 더욱 위축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만간 주택이 쏟아질 거라는 판단이 들면, 서둘러 집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망세가 더욱 심화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이 경우 자칫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경착륙'할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속도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공급 계획의 틀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원 장관의 언급처럼 정부가 '공급 능력'을 제시하되, 시기 등은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방식이 될 거라는 예상입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공급 계획이지 실질적인 공급은 아니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나 시장 상황에 맞춰서 시기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면 시장은 더 침체할 수 있다"며 "언제든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택지를 준비해 놓고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방식 등이 전망된다"고 예상했습니다.

"주택 여전히 부족…적극 공급해야" 지적도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이번 대책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되레 '규제 완화'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수도권 등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발표될 거라는 전망인데요.

집값이 오름세였다면 조심스러웠겠지만 최근 분위기에서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에 부담이 덜 하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등 '예민한' 규제를 손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련 기사: 원희룡표 주택 공급대책…재초환·안전진단 완화까지?(8월 3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긴 하지만 주택 공급의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주택 공급량이 부족한 데다가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자칫 집값만 오르고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 상황은 서울 주택보급률이 95% 정도밖에 안 되는 등 주택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당장의 집값 흐름을 고려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최근 정부의 행보를 보면 규제 완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 만큼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집을 늘려 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최근의 시장 침체 흐름 속에서 어떤 방식의 공급 계획을 내놓고 추진할지, 또 이번 정책으로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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