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은 (170km 길이의 네옴시티 더라인이) 17km만 가도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런데 정말 손에 장을 지져야 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방한으로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직접 설명한 영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비만 600조원에 달하는 네옴시티 사업이 신기루 같은 계획일 뿐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원 장관은 이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내놨다.
원희룡 장관, 기업들과 '사우디 출장' 왜?
원 장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우디 수주전에 제가 왜 갔냐구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앞서 이달 4일부터 9일까지 국내 민간기업 22곳과 '원팀 코리아'를 만들어 사우디를 방문한 바 있다.
출장 기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이자 국부펀드(PIF)를 이끄는 야시르 오스만 알 루마이얀 총재와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났다.
원 장관의 출장에 이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17일 방한하면서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 분위기다. 건설사들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신도시 건설에 참여해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중심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구상한 친환경 미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사우디 북서부 사막지대에 서울 면적의 44배(2만6500㎢)에 달하는 신도시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신기루?…"터널 조만간 착공식…수주 이어질 것"
네옴시티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총 사업비가 6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반면 계획이 전례 없이 방대한 탓에 실현 불가능한 허황된 구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자칫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프로젝트 차질 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원 장관은 이와 관련해 사우디의 독특한 정치 구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은 세계 최고의 VIP로 불린다"며 "사우디는 왕국이기 때문에 빈 살만은 정변으로 왕정이 무너지지 않는 한 임기가 종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특한 정치 체제와 앞으로의 미래 체제를 쥐고 있는 살만 왕세자가 모든 걸 걸고 있는 야심작"이라고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미 일부 국내 기업들이 네옴시티 프로젝트 일부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미 신도시 사업이 가시화하는 만큼 마냥 '신기루'라고 여기기는 어려울 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이미 네옴 신도시 프로젝트에 한국의 한미글로벌이라는 회사가 기획 단계에 참여를 하고 있다"며 "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터널 공사를 발주받았고, 현대건설의 경우 터널 착공식을 올해 내에 하도록 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다녀간 이후인 21일에 정부 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주 소식이 이어질 거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원 장관은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2월부터 몇 조원 대 프로젝트들이 실제 수주와 협약, 정부 행사 등을 통해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우디 오일머니로 '시장' 형성…염려 줄여야"
원 장관은 아울러 네옴시티가 혹여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이 계획이 계획대로 다 되지 않더라도 이 (개발) 과정에서 사우디에 쌓여 있는 오일머니가 건설이나 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게 원 장관의 설명이다.
이어 "한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하는 프로젝트는 설사 그게 액면 그대로 안 되더라도 이 자체가 시장을 형성하고 역사를 깨고 나가는 돌파구로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은) 참고는 하되,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겠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특히 정부가 나서서 건설업뿐만 아니라 방산이나 플랜트, 원전, 정보통신(IT), 문화 등 우리나라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산업을 패키지로 묶어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건설 산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패키지 산업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데 선봉장이 되는 국토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보여드리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