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주주들에는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순익의 40%가량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더욱이 지금은 주택 시장 침체로 건설사 전반의 경영난이 우려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5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챙겼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한 2014년 이후 9년간 받은 배당금은 1050억원에 달한다.
건설 경기 침체로 순익 급감…'고배당' 여전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공시한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은 1082억원으로 전년 2506억원보다 5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매출액은 늘었지만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70%가량 급감한 영향이다. ▶관련 기사: 현대엔지니어링 영업익 70% 뚝…롯데·포스코도 '휘청'(4월 4일)
반면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현금배당성향은 전년보다 되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주당 현금배당금을 6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주당 1100원)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순익 급감으로 배당 성향은 전년 31.8%에서 40.2%로 올랐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이자 같은 그룹 건설사인 현대건설의 배당성향이 지난해 16.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에도 순익의 16.6%가량을 배당했다.
정 회장 11% 지분 보유, 높아진 배당성향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가 증시 악화와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저하 등으로 철회한 바 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흥행에도 실패했다. ▶관련 기사: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현산 악재' 등 발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희망 범위(5만 7900원~7만 5700원)를 고려하면 정 회장이 IPO를 통해 손에 쥘 수 있는 자금은 3000억원에서 40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관련 기사: 현대엔지니어링 IPO,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열쇠'
이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성향이 높은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로 배당성향을 크게 높였다. 지난 2012년 배당성향은 1.1%가량에 불과했는데 2014년에는 56%로 급상승했다. 현대엠코와 합병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가 된 정의선 회장은 2014년에만 2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후에도 20% 이상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2015~2018년에는 주당 1만2000원(주당 액면가액 5000원)을 배당했고, 2019~2020년에는 주당 1만5000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배당성향이 63.3%까지 뛰었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은 지난 9년간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총 1050억원을 받았다.
그 사이 당기순이익이 2016년 3800억원을 찍은 후 하향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의 경우는 기업이 순익 규모에 맞춰 일정 비율을 안정적으로 배당하는 게 ESG 등의 관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여겨지지만 이 회사는 비상장사이고 특히 건설업의 경우 최근 시장 침체로 언제 실적이 개선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는 건 기업의 성장 측면에선 부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