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책이 발표된 지 3개월이 흘렀다. '내 집 마련은 더 쉽게, 지역은 활력 넘치게'를 목표로 삼았지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어렵고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책 효과가 서울 아파트로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수요가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몰렸다. 전국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도 서울 집값은 비교적 하락 폭이 낮았다. 전체 주택 거래량 중 아파트의 비중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도 가격도 서울만 웃는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7만7490건으로 전월보다 54%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거래량은 90%(6536건→1만2395건) 증가하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폭발적인 변동률을 보였다.
매매, 판결, 교환, 증여, 분양권 전매, 기타 소유권 이전 등을 포함했으며, 전·월세 거래는 제외했다.
최근 작년 말보다 매수심리가 소폭 회복된 가운데 수요자들이 서울에 주목했다는 의미다. 2021년만 해도 매월 10만 건 이상의 거래량이 기록됐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월 거래량은 작년 11월 5만5000건까지 쪼그라들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 여력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아파트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집값 통계 역시 서울을 위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적인 집값 하락장에서도 서울 아파트는 평균 이상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말 대비 8.1% 하락했다. 전국 평균(-8.3%)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같은 기간 경기(-12.3%), 인천(-13.8%), 6개 광역시(-9.53%) 등의 변동률은 서울을 크게 밑돌았다.
1·3대책 효과 확산은 하반기 이후
거래량과 집값 모두에서 서울과 비서울의 양극화가 발생한 건 지난 1월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 정부 업무보고', 일명 '1·3대책'의 영향이란 평가다.
당시 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매제한 완화, 중도금대출 분양가 상한기준 폐지,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 등을 실현했다. 또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문제는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악조건이 지속하는 점이다. 추가 수요가 창출되지 않고 규제 수준이 서울과 지방이 엇비슷하다면 기존 수요자들은 비교적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서울 아파트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 시장이 회복될수록 지역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기준금리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집값은 여전히 소득대비 높은 수준이며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며 "1·3대책 이후 경착륙은 막았지만, 거래 활성화는 일부 지역 이야기고 여전히 산 넘어 산"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 매수심리가 좌우하는 분양시장에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4일 서울 '휘경자이 디센시아'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57.1대 1이었다. 반면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전국 12개 단지의 일반공급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2.5대 1이다. ▷관련 기사: 서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봄바람'…지방은 갈수록 찬바람(4월8일)
시장은 이같은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 매수세가 지역까지 확산하려면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이 많다. 1·3대책 목표였던 '내 집 마련은 더 쉽게, 지역은 활력 넘치게' 달성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3대책 이후 거래량 증가 같은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 그치는 등 강도나 지속성이 약하다"며 "아직 경기 침체 우려가 큰 만큼 하반기 이후가 돼야 시장 상황을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