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아파트 사전 청약을 향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분양가 상승, 주택 공급 위축 속에서 뉴:홈 사전청약이 '내 집 마련' 기회로 인식되며 흥행중이다.
그러나 앞서 진행한 사전청약 단지의 본청약 및 입주가 미뤄지고 확정분양가는 더 오르자 오히려 '희망 고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공아파트 사전청약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만큼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비싸고 느려'…사전청약 당첨자들 뿔났다
최근 성남 낙생 A1 입주 예정자 협의회 등은 사전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본청약 및 입주 지연에 대한 연대 민원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10월 기준 사전청약 시행 단지 중 본청약 일정이 도래했으나 지연 통보된 곳은 총 17개 단지"라며 "입주도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 반 이상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사전청약을 진행할 때 본청약 및 입주 시기가 변동될 수 있음을 고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사회 통념상 '상식적인 선'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전청약 시 제시한 추정 분양가보다 본청약 때 나오는 확정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 삼았다. 본청약은 사전청약 1~2년 후에 진행하는 만큼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성남복정1 A1 전용면적 59㎡의 경우 2021년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가 6억7616만원이었으나, 다음 해 실시한 본청약에서 확정된 분양가는 6억8197만~7억3404만원으로 최고 8.6%(5788만원) 올랐다.
서울 대방 전용 59㎡도 2021년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가 7억2463만원에서 2022년 본청약 확정분양가 7억3919만~7억6999만원으로 최고 6.3%(4536만원) 인상됐다.
청약 당첨자 입장에선 예상했던 분양가보다 수천만원이 높아지니 사전청약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MB 정부 때 시행했던 '사전 예약' 제도의 경우 본청약이 10년 지연됐으나 사전 예약 당첨자들이 예약 당시 분양가로 계약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사전 청약은 일종의 '캡'(Cap·상한)이 없다. 본청약 일정이 미뤄질수록 사전청약 당첨자 입장에선 자금 계획이 틀어지는 등의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 계획 수립만으로 사전 청약을 하는 거라 간이 감정평가를 해서 추정 분양가를 정한다"며 "이후 본청약 시점에 설계 공사 기반으로 감평비, 설계비를 동반한 건축비, 택지비, 가산비 등이 도출되기 때문에 확정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급 줄줄이 남았는데…청약 해? 말아?
이런 상황에 사전청약을 향한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1년 7월~2023년 6월 83개 블록, 4만4000가구의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이중 본청약은 9개 블록 5091가구를 완료했다.
△성남복정1 A1, A2, A3 △인천검단 AA21 △파주운정 A23 △부천원종 B2 △양주회천 A24 △서울대방 △화성태안3 B3 등이다.
이들 5091가구 중 부적격자를 제외한 사전청약 최종 당첨자 4665명 가운데 본청약 신청자는 2819명(60.4%)에 불과했다. 사전청약 당첨자 10명 중 4명은 본청약을 포기한 셈이다.
향후 줄줄이 공급이 예정된 뉴:홈 사전청약 단지의 청약 결과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주택 공급원인 공공분양주택 뉴:홈은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 흥행해 왔다.▷관련기사:뉴홈 3차 사전청약 3300가구에 6만명 몰려(10월20일)
3기 신도시 등 서울 접근성이 높은 지역을 위주로 공급한 것도 인기의 비결로 꼽혔다.
12월에도 서초구 성뒤마을, 동작구 대방동군부지, 강동구 마곡택시차고지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사전청약이 예정돼 있어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전청약 단지별로 토지 보상, 지자체 협의 등의 변수가 있어 예정대로 본청약 및 입주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과정에서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지자체 협의 등 불가피한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며 "아울러 계획한 공정대로 간다고 해도 학교 등 기반시설이 안 갖춰지면 입주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착공도 밀리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3기 신도시 등 공공아파트 사전청약이 시행된 총 82개 사업 블록 가운데 25곳(30.5%)이 사업 지연 상태로 파악됐다.
아울러 주택 공급 주체인 LH가 부실시공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공급 일정이 더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앞으로 나올 사전청약은 마냥 흥행하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워낙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전청약에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금리가 여전히 높고 매수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어 입지에 따라 청약 온도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본청약 및 입주 지연, 분양가 인상 등은 사전청약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 집 마련 기대를 품게 해놓고 현실성을 떨어트려 놓으면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청약을 시작한 2021년과 지금의 시장 상황은 또 다르기 때문에 제도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고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