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빛바랜 '빛고을' 공원특례…한양 vs 롯데 전쟁>에서 계속됩니다.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 분쟁의 불씨는 겉으로는 '분양가'로 보여진다. 하지만 내막에 있는 사실상의 쟁점은 누가 공사를 맡을 것이냐 하는 '시공권'과 누가 시행사의 경영권을 쥐고 있냐 하는 '사업지분'이다.
컨소시엄 출범 당시 최초 사업제안서에는 한양에 시공권을 주기로 했지만 후분양 전환시 분양가를 두고 한양과 우빈산업이 입장을 달리하며 한양(30%) vs 비한양(70%)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우빈산업(25%)이 케이앤지스틸(24%) 보유 주식에 콜옵션을 행사해 49%의 지분을 획득하며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회사(SPC)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한양 측 SPC 대표이사를 해임, 2020년 말에는 SPC 주주총회에서 한양에게 시공권을 주기로 한 것을 파기했다. 이어 2021년 4월 롯데건설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쟁점 1. 시공권 → 지분분쟁 격화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자 한양은 소송으로 맞섰다. 하지만 한양이 실제로 SPC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들어 법원은 롯데건설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양은 "광주시가 사업제안서 제출 승인 시 시공권을 한양에 주기로 했다"면서 광주시를 상대로 아직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나 시공권은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만큼 롯데건설로 기운 상황이다. 다만 지분 문제는 여전히 소송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해 말 한양이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광주지방법원은 한양 손을 들어줬다. SPC 설립과정에서 한양이 우빈산업에 출자금 49억원을 대여해줬는데 '한양의 시공권 확보를 위한 의결권 행사'에 대한 주주 간 협약 성격의 특별약정이 체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우빈산업 주도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에 대해 한양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법원은 우빈산업에 손해배상금 490억원을 지급하고 보유지분 25%를 한양에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이보다 10여일 정도 앞서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을 상대로 낸 주주권 확인 소송에서도 케이앤지스틸이 승소했다. 법원은 우빈산업이 콜옵션으로 취득한 지분을 케이앤지스틸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우빈산업이 보유한 지분은 두 회사가 아닌 롯데건설로 넘어갔다. 2023년 9월26일 롯데건설의 신용공여로 SPC가 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995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는데 갚아야할 브릿지론 7100억원 가운데 7000억원만 상환했다. 케이앤지스틸 승소 판결일인 10월13일 남은 100억원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것이다.
롯데건설은 한양을 제외한 70% 지분에 대한 근질권을 설정했었고, EOD 발생 다음날 100억원을 자체자금으로 상환 후 SPC 지분에 대한 근질권을 실행했다. 우빈산업이 가진 지분 24%를 케이앤지스틸에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날 우빈산업 지분 49%를 인수한 것이다. 롯데건설은 SPC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한달 후 롯데건설은 본PF 당시 대표주관사를 맡긴 허브자산운용에 19.5%의 지분을 양도했다. 최대주주 자리에선 내려왔지만 우호지분을 합치면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에 있는 셈이다.
현재 SPC 지분은 한양 30%, 롯데건설이 29.5%, 허브자산운용 19.5%, 파크엠이 21%를 보유 중이다. 파크엠은 현재 중립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건설(허브자산운용 포함) 49%, 한양 30%의 구도가 여전한 상황이다.
우빈산업이 보유했던 49%를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에 돌려주라는 법원의 판결은 현재 항소로 인해 효력이 유예된 상태다.
이에 대해 케이앤지스틸 대표는 "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날 우빈산업이 롯데로 지분을 넘기면서 우리가 받을 주식을 가져갔다"면서 "롯데건설이 법원판결 시기에 맞춰 EOD를 발생시키고 주말 동안 채무를 상환, 근질권을 실행해 불법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케이앤지스틸은 롯데건설을 상대로 주식반환을 강제로 방해하고 지분을 면탈해 갔다며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고발 한 상태다. 또 케이앤지스틸 대표는 광주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사업공모시 사업자 구성과 지분율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는데 시에서는 이 내용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로 한정하고 있다"면서 "최근 다른 공원 사업지에서는 사업자 변경을 시가 승인했는데 1지구에서는 시가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케이앤지스틸은 현재 추가적인 법원판결을 기다리는 상태로 후분양에서 다시 선분양으로 사업방식을 전환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건설이 고의로 EOD를 발생시켜 지분을 획득했다는 입장은 한양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쟁점 2. 롯데건설 지분의 합법성?
한양과 캐이앤지스틸이 롯데건설의 지분취득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PF로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는데 7100억원의 브릿지론 가운데 7000억원만 상환하고 100억원을 갚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우빈산업을 필두로 한 SPC가 100억원의 채무불이행 선언 직후 롯데건설이 곧바로 근질권을 실행해 지분 49%를 확보한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절차에 따라 근질권을 실행했으며 정당하게 지분을 가져왔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본PF 조달시 본래 1조5000억원을 확보하려 했으나 3분의 2수준인 1조원 가량밖에 확보를 못했다"면서 "PF자금 조달시 항목별로 사용비용을 정해놓는데, 전체 조달 자금이 줄어들면서 항목별 자금이 줄었고 이에 따라 브릿지론 자금과 매칭이 되지 않아 100억원의 EOD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분의 불법적 취득은 없었으며 그외 한양,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주주 간 소송은 진행 중인 사항으로 아직 확정판결은 없다"면서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주식은 이미 롯데건설 등 제3자에게 이전돼 (돌려달라는 법원 판결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양이 주주임에도 악의적으로 공사를 지연시키고 있으며 사업시행을 위한 책임이행을 하지 않는다는 게 롯데건설 측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본PF 조달시 우리는 주주도 아니었지만 주주인 한양은 신용공여나 근질권 설정도 거부한 채 외려 본PF 조달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EOD 발생을 방치했다는 점을 들어 "정상적 사업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분 변동의 원인으로 작용한 EOD 발생에 대해 한양·케이앤지스틸 측은 롯데건설에, 롯데건설은 한양 측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본PF 조달 당시 이미 항목별 활용자금이 정해져 있었다면, 신용공여를 한 롯데건설과 주주들 모두 EOD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OD 발생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사업자 중 누구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 측은 자금조달 시 EOD 발생 가능성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선분양' 전제로 PF 일으켰는데…
현재 상황에서의 관건은 선분양을 전제로 본PF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광주시가 2021년 8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고분양가 관리지역 해제시 '선분양 전환'을 조건부로 후분양을 승인했고 2022년 10월 관리지역에서 해제됨에 따라 선분양으로 PF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준영 광주시 신활력추진본부장은 지난 6일 토론회 자리에서 "2021년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후분양을 원칙으로 했고 선분양 가능시점에 만약 선분양으로 전환시 절감 금융비용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협의였다"고 했다.
이어 "강기정 시장이 지난 2월까지 후분양 원칙을 이야기했는데, 사업자 요청이 있다면 (선분양) 검토는 해볼 테지만 그전까지 요청이 없어 검토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해 선분양 전환에 대한 온도차를 보였다.
선분양과 후분양은 장단점이 극명하다. 선분양은 금융사로부터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쉽다. 착공과 함께 분양해 수분양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 PF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자금상환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즉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는 선분양이 아닐 경우 금융권 대출이 어려웠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본PF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사들은 6개월 내 분양을 개시할 것을 전제로 대출을 실행해줬다. 분양개시를 해야 하는 시점은 바로 이달 25일이다.
롯데건설 측은 "본PF 만기는 2027년 9월이지만 불안한 분양시장 상황에 대해 35개 대주단이 롯데건설에 6개월 내 분양 개시를 요구했다"면서 "다만 3월 청약홈 개편으로 이달 분양이 힘들어 대주단과 분양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양시기는 4월 초로 1주일 정도만 미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까지 분양가를 확정하고 선분양 전환에 대해 광주시로부터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양은 3월말 분양가 산정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공개하고 분양가 타당성을 공개토론을 통해 다시 점검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은 "한양은 대표주관사도 아니고, 시공권도 없는 단순 주주"라며 "시공권을 주장하며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분양가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광주는 노후주택이 많아 미분양이 많지 않지만 최근 신규 사업이 늘면서 점차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지역"이라며 "주주 간 지분분쟁의 결과나 사업 정상화 여부에 따라 지역 경제나 건설업계에도 파급력이 큰 만큼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