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가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이들의 거주불안 문제 해소를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 공급 대상에 포함했지만 현재까지 이를 통해 지원받은 세대는 단 1세대에 불과하다.
전세사기와 관련된 LH의 매입임대주택은 경·공매를 통해서만 매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갑작스러운 퇴거를 막기 위해 법원에 경·공매 유예를 신청한 경우가 많다. 매입절차 진행이 꼬여 있는 것이다.
LH는 법원 경·공매로 풀리는 주택들을 기다려 올해 하반기나 돼야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매입임대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전세사기 요건을 충족해 피해자로 인정된 건은 총 1만5433명으로 10개월여 만에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이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통해 전세자금을 저리로 갈아타거나 대출을 지원하는 방법과 LH의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불안을 덜어내는 방안이다.
LH 매입임대주택은 본래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사들여 청년·신혼부부, 고령자, 저소득층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전세사기로 갑자기 퇴거당할 위기에 몰리자 정부는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피해자도 매입임대주택 공급 대상자에 포함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퇴거 위기를 막기 위해 해당 주택에 대해 법원에 경·공매 유예를 신청하면 LH가 매입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경·공매 유예 기간은 1년이나 법원마다 유예시기가 다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중 긴급 경공매 유예가 진행된 건은 840건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LH에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 10일 기준 500건이 넘지만 진행되는 건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경공매가 재개된다고 해도 LH의 매입임대 가능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매입 절차 진행도 쉽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LH 관계자는 "(전세사기) 매입임대주택 매입방식이 경공매로 제한돼 있어 경공매 유예건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법원에 재개를 신청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 "유예기간 1년이 지난 건 등 올해 하반기부터 매입임대 지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증축 등 위법한 건축물은 매입 진행이 어렵고 기준들이 세부적으로 정해져 있어 경공매가 진행된다고 해도 매입절차 진행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대책으로 경·공매 절차 없이 임대인으로부터 해당 주택을 협의 매수하는 대책도 내놨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관련 상담건이 170여건이 넘었지만 이 역시도 아직까지 실적은 없는 상황이다.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원가 이하' 매입 산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실행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협의매수 방식은 △경·공매 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피해주택이면서 △임차권 외 별도 권리관계가 존재하지 않고(우선변제권 확보된 선순위 피해 임차인 주택) △임차인 보증금이 주택(감정) 가격을 초과한 주택 △피해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을 포기하는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 LH가 임대인과 협의를 진행해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집주인이 구속되거나 도망간 경우도 많아 실질적으로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 관련 전문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매입임대의 경우 택지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달리 매매금액이 시세에 가깝게 결정돼 예산 확보 문제 등이 있다"면서 "매입금액이 정해져 있는데 근저당권이 선순위로 있는 경우 선순위 채권액에 임대차보증금을 더해야 하는 만큼 금액이 커져 매입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세보다 낮은 단가로 매입해야 하고 내부 위원회를 거쳐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매입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 LH는 불법건축물 등 본래 거주하던 주택 매입이 불가능한 경우 인근에 LH가 보유 중인 매입, 전세임대주택을 통한 주거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피해주택 직접 매입은 아직 1건에 불과하지만 긴급주거지원 등을 통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공급은 현재까지 345가구라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늘면서 주택 매입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미 나올만한 전세사기 지원책들은 대부분 나왔지만 실행에 많은 제약이 있어 구제가 쉽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