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부동산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누구는 주거비 때문에 생존의 어려움에 서는 부조리."
금융 앱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한 이승건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에테르노청담'을 팔아 직원 10명의 1년간 월세·이자 등 주거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기 전 표현한 '문제의식'이다.
▷관련기사: 청담동서 '100억 차익' 낼 토스 창업자의 만우절(4월3일)
이승건 대표는 부동산으로 100억원 규모의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누구'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직원 주거비를 지원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누가 보아도 대단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수단은 그가 말한 '부조리'의 부산물이다.
초고가 분양 받아 5년 새 100억 '차익'
게다가 장기 실거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적극적 활동으로 꽤 빠른 기간에 얻은 '큰 수익'이다. 그의 발언과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이승건 대표는 지난 1일 만우절 농담으로 '집을 팔아 직원 100명의 월세와 이와 관련한 이자 전액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에테르노청담은 올해 대한민국 공동주택 중 가장 높은 공시가격(전용면적 464.11㎡, 325억7000만원)을 기록한 집이 있는 곳이다.
그는 만우절이 지난 뒤에 농담의 일부를 변경해 실천하기로 했다.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사회환원', '직원 10명을 추첨해 1년치 월세, 대출금 이자 지원'을 약속했다. 토스 관계자는 "지원 규모에 한도는 없다"며 "이 대표 사비로 전액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에테르노청담에서 최고가 주택을 보유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 결과 이 대표가 소유한 집은 전용면적 230.66㎡짜리였다. 그는 이 집을 2021년 130억원가량에 분양받았다. 또한 같은해 10월에 토지거래허가를 받았다.
올해 공시가격은 156억8000만원이고, 현재 동일 면적 매물이 230억원에 나와 있다. 이 주택이 이승건 대표의 매물은 아니다. 다만 분양가와 견주면 5년 새 약 100억원 차익(세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액 현금으로 산 것은 아니었다. 해당 주택은 채권 최고액 79억2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채권 최고액이 대출금의 약 120% 수준에서 설정되는 점을 기준으로 보면 66억원 안팎은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잔금을 치렀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작년 연봉이 9억31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월급을 11년가량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할 돈을 부동산 거래 한 번에 획득할 수 있게 됐다.
보유세는 1억 넘어
이 주택은 공시가격이 전년(93억6800만원)과 비교해 67.1% 오른 만큼 보유세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세무사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올해 공시가격 156억8000만원 주택에 대한 보유세는 약 1억2209만원으로 나타났다. 재산세(도시지역분 포함)와 지방교육세 약 2006만원,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 약 1억204만원을 더한 값이다.
다만 이는 2025년과 비교하면 63.3% 증가한 것이어서 '전년 납세분의 150%까지(50% 증가)'라는 상한이 적용된다. 작년 해당 주택에 보유세는 약 7476만원(재산세+도시지역분+지방교육세 1787만원, 종부세+농어촌특별세 5689만원)으로 계산된다.
이 대표가 실제 집을 팔았을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더 가늠하기 어렵다. 양도세는 취득 당시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취득세 및 양도시 중개 수수료, 준공 이후 실거주기간, 양도 시점의 주택수 등 부수적 비용을 전부 알아야 한다는 게 이 세무사의 설명이다.
이 대표의 부동산 투자 '성공'과 '나눔'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에테르노청담을 품에 안은 시점에 그는 '삼성동힐스테이트' 전용 43.84㎡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한 이 대표는 이듬해인 2014년 이 아파트를 6억2500만원에 샀다.
이 아파트 역시 올해 공시가격이 12억4000만원에 달한다. 종부세 대상이 된 이른바 '서울 상급지 고가 아파트'다. 동일면적이 2024년 16억3200만원에 팔렸고, 작년 12월엔 19억70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그런데 1982년생 이 대표는 2024년 1월16일에 이 아파트를 돌연 1980년생 여성 이모 씨에게 증여했다. 이 여성은 당시 같은 이 씨 성(姓)을 가진 1939년생 남성 소유 아파트에 거주했다. 이 여성은 작년에 해당 아파트를 전세로 돌렸다. 토스 관계자는 이 대표와 이들의 관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절세 행보는 아닐듯"…해석 여지 남겨
정부는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했고, 고가 아파트에 대한 세금·대출 압박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오는 17일부턴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정부 행보와 이 대표의 연관성은 확인하기 어렵다. 고위 공직자도 아닌 이 대표의 보유 주택 규모를 알 수 없어서다.
이승건 대표가 벌이는 일련의 행보가 '절세'와 연결될까? 익명을 요청한 세무사는 "사재를 털어 직원 급여 등에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절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출연하는 형태로 할 경우 100억원을 손해 보고 약 50억원의 세금이 줄어든다면 결과적으로 50억 손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증여 사안에 대해서도 이 세무사는 "통상 증여는 본인의 직계비속(자녀 및 손자녀)에 대해 이뤄질 때 절세의 목적이라고 본다"며 "절세 외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토스 관계자도 "절세와 같은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조용히 팔면 됐다"며 "팀원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획한 이벤트"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그리스·로마 철학과 생활관을 사랑하는 관계로 매입하게 된 그리스 양식의 저의 집이 얼마 전 대한민국에서 공시지가 1위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모순과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오늘의 결심에 이르게 됐다"고 만우절 게시물에 적었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어쨌든 이 대표는 자신의 부동산 자산형성 과정과 결과가 부조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부자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찰은 아니다.
치과의사였던 이승건 대표는 견고한 금융시장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 비바리퍼블리카를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으로 키운 인물이다. 다만 최근 정부의 정책과 부동산 시장 관점에서 그의 초고가 주택 매각 및 일종의 기부 계획을 평가하려면 더 많은 사실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그의 이번 행보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유니콘 창업자가 농담처럼 던진 말들이 심각한 주거문제 위에 공감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일이 커지자 이승건 대표는 일반에 공개된 자신의 페이스북에 7일 오전 글을 남겼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이 더 깊어졌다. 동료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과 평소 고민하던 생각을 나누고자 했던 시도에서 시작된 일이었고, 그 마음만큼은 가볍지 않았다"며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하나씩 실천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가 '부동산 부조리'를 풀려는 방식이 사회에 어떤 울림을 줄지 여전히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