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의 再구성]⑥재계 一家의 고갈되는 화수분

  • 2013.04.18(목) 17:21

서슬퍼런 경제민주화 바람…신세계, 롯데그룹 등 논란 해소

대기업 오너가 ‘부(富)의 대물림’을 위해 ‘일감떼어주기’를 지렛대로 삼는 것은 고전적 방식 중 하나다. 대기업이 하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해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다. 자연스레 계열사들의 일감이 따라붙고,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올린다.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는 수익은 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기업가치가 커지면 2, 3세들의 주식가치도 올라간다. 그 돈으로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은 이 같은 부의 편법 이전에 서슬퍼런 칼날을 겨누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증여세 과세 의지도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사회의 눈총과 혹은 업황 부진 등으로, 한 때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을 듯하던 오너 일가들의 ‘화수분’은 이제 고갈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일감떼어주기를 통한 부의 편법이전 사례로 지목된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에스브이엔(SVN), 롯데그룹의 영화관 매점 3개사, STX그룹의 STX건설에서 엿볼 수 있다.


◇정유경 부사장 ‘빵집’ 지분정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제빵업체 신세계SVN 지분 40%(80만주)를 전량 처분했다. 지금까지 정 부사장에게 12억원의 알토란 같은 배당금을 안겨줬던 계열사다.


신세계SVN은 2005년 1월 조선호텔 베이커리 사업부문이 분할, ‘데이앤데이’로 설립됐다. 2005년 8월 조선호텔베이커리, 2012년 1월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정 부사장은 신세계SVN이 세워진지 4개월 뒤인 2005년 5월 64억원(주당 7976원)을 들여 조선호텔로부터 지분 40% 인수했다. 


신세계SVN은 단기간 급성장했다. 설립 당시 76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1년 2566억원으로 불어났다. 또한 7년간 연평균 32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성장 동력은 백화점 신세계 및 대형할인마트 이마트의 전국적인 유통망에 손쉽게 입점, 판매수수료까지 특혜를 받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이었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과징금 41억원을 물리기도 했다.


정 부사장이 신세계SVN 지분을 정리한 때는 신세계SVN 베이커리·피자·델리부문에 대한 부당지원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공정위의 제재 조치가 있은지 몇 개월 뒤다.  신세계SVN의 유상감자에 참여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취득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지분을 넘겼다.


◇영화관 매점 직영으로


롯데그룹은 올 2월 영화관 롯데시네마의 매점사업을 롯데쇼핑 직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 영화관에서 52개 매점을 운영하던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와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콜라와 팝콘을 팔아 수익을 얻는 매점 사업은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27%나 되는 알짜 사업으로 이들 3개사의 주인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였다.


유원실업은 서울·경기지역의 롯데시네마 매점을 운영했다.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57.8%, 딸 신유미씨가 나머지 42.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시네마통상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28.3%, 신 이사장의 자녀들이 53%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11년 5월 설립된 시네마푸드의 최대주주도 신 이사장(35.8%)으로 자녀들과 합쳐 모두 67%를 소유중이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매점을 운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3개사는 설립 이후 2011년까지 누적매출액 2046억원, 누적순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292억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감사원은 직영으로 운영하면 매출액의 60%가 이익으로 남는데 30%의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임대 계약을 맺은 것은 일감떼어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영화관 매점 직영 전환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의식한 조치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건설 침체 직격탄


STX건설은 2005년 2월 STX엔파코가 건설부문 물적분할해 설립한 업체다. 주주구성을 보면 포스텍이 최대주주로서 37.8%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외 지분 62.2%는 강덕수 회장 일가의 몫이다. 강 회장과 두 딸 정연·경림씨가 각각 20.8%를 보유중이다. 강 회장 등이 투자한 돈은 각각 40억원이다.

 


STX건설은 짧은 기간 급성장했다. 설립 첫해 88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5년뒤인 2010년에는 3822억원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설립 첫해부터 4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STX건설은 2010년에는 119억원을 기록함으로써 6년연속 흑자행진을 했다.  누적순이익은 1608억원은 연평균 268억원에 이른다. 이를 통해 강 회장 일가는 각각 32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계열사 일감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구조가 원천이다. STX건설 설립 이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총매출액 중 관계회사 매출은 80.43%에 달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양상은 달라졌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STX건설의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B+로 강등한데 이어 올 4월 또다시 B로 낮췄다. 건설경기 침체로 갈수록 재무안전성이 떨어지는 데다 최근에는 STX그룹 주력사인 STX조선해양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함에 따라 그룹의 재무적 지원가능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STX건설은 2011년과 지난해 각각 956억원, 9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함으로써 지난해 말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429억원 많고, 결손누적으로 인한 미처리결손금이 399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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