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쇼크]②과세당국도 역외탈세 잡기 '혈안'

  • 2013.04.26(금) 00:00

국제 공조 확대 추세…세수확보 노다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이슈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국세청장들과 국제적 탈세행위 방지를 위한 공조를 약속하고, 역외탈세 억제에 시동을 걸었다.

 

2009년 초 스위스 UBS은행과 리히텐슈타인 LGT은행이 비밀 계좌를 통해 미국 등 대재산가의 탈세를 교사한 사건이 터지면서 조세피난처를 통한 해외 은닉자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국세청-관세청 경쟁 가열

 

국세청은 2009년 차장 직속의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출범시켜 집중적인 세무조사에 나섰고, 수천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로 구성된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에 가입해 국제공조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도 했다.

 

올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역외탈세에 대한 조사 강도는 한층 강력해졌다. 국세청은 최근 조세피난처 은닉 재산과 해외 상속재산 신고누락 등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공개하면서 "해외에 은닉한 자산은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며 사활을 걸고 있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오찬 간담회에서 "해외투자를 가장한 불법송금이나, 비거주자로 위장해 국외소득을 조세피난처로 은닉하는 등 지능적이고 은밀한 재산 해외유출 행위를 적극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관세청도 만만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단속은 관세청의 일상적인 업무지만, 역외 탈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1년 초부터 조세피난처를 통한 자본유출을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한 선박업체가 파나마 비밀 계좌에 은닉한 1500억원대 해운수입을 적발해 332억원의 탈세 혐의를 밝혀내는 등 뚜렷한 실적도 내고 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불법 외환거래 단속을 강화해 수출입거래에 한정되던 외환검사권을 용역·자본거래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중대 외환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형법상 사기·횡령에 대한 수사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 세수 비상사태 대안…당국간 시너지 필수

 

과세당국이 역외탈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조세정의 확립 외에도 세수 확보 목적이 짙다. 새 정부가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지만, 과세당국이 짜낼 수 있는 세수는 제한적이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전체 국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세목들까지도 세수 전망이 어둡다. 최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이들 '빅3 세목'의 올해 세입 규모를 5조원 가량 줄여놨다.  

 

역외탈세 문제는 대기업이나 대재산가가 은닉한 거액의 자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번 적발하면 추징 규모가 상당하다. 그만큼 세수확보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기업이나 큰손들 입장에서는 재산상 손실은 물론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이 가해지기 때문에 더욱 떠 꼭꼭 숨겨놓을 필요성이 커진다. 당국과 과세 대상간에 치열한 숨바꼭질을 벌일 수 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국세청과 관세청의 공조는 필수적이다. 관세청이 불법외환거래를 적발하면 국세청은 내국세를 추징할 수 있다. 국세청이 가진 과세 정보는 관세청에겐 결정적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 세수 확보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기관이 역외탈세를 놓고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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