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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쇼크]③한국인 비밀계좌..실체와 파장은

  • 2013.04.26(금) 00:00

정상적 투자목적 여부 관건…세무조사 줄 이을듯

이달 초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비밀계좌 명단을 공개했지만, 아직 한국인의 명단은 내놓지 않았다. 약 70명에 달한다는 정보만 흘렸을 뿐이다.

 

공개된 명단에는 프랑스와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몽골, 필리핀 등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거센 파장이 불어닥쳤다. 우리나라도 끊임없이 정치권의 비자금 이슈가 불거져 온 만큼, ICIJ의 후속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세당국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버진아일랜드에 비밀계좌를 둔 한국인 명단을 입수하고 있다. 이미 국세청은 ICIJ에 명단을 요청했지만, 정부당국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어떤 경로로든 명단이 공개된다면 사실 확인과 세무조사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 검은 돈이냐, 흰 돈이냐

 

ICIJ는 아직 버진아일랜드의 비밀계좌에 한국인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 공개하고 있다. 그들의 실명이나 계좌개설 경위 등은 알려진 바가 없다. 앞으로 검증 작업을 시작할 예정인데, 언제까지 마무리해 공개한다는 계획도 불투명하다.

 

과세당국은 조세피난처에 비밀계좌를 뒀다는 사실 만으로도 재산도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계좌를 개설했다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비자금을 만드는 사례가 많았다.

 

버진아일랜드에 한국인이 투자한 기업이 80곳에 달하는 만큼, 정상 계좌일 수도 있다. 기업들의 정상적인 금융활동으로 용인되는 부분도 있고, 국내 거주자로서 세금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면 비밀 계좌는 무의미해진다.

 

과세당국도 버진아일랜드 투자자 명단 정도는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IJ의 자료와 같은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다. 대기업 총수나 유명 정치인의 비자금이라면 제3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을 가능성이 높다. 차명일 경우에는 ICIJ나 과세당국 모두 실제 계좌의 주인을 밝혀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중남미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섬나라 버진아일랜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최근 유명 인사들의 재산 은닉 사실이 밝혀져 이목을 끌고 있다.

 

◇ 고강도 세무조사 예고

 

버진아일랜드의 한국인 계좌 명단이 공개된다면 자금 출처가 어디인지, 국내에서 투자 허가를 받고 나간 자금인지 등에 대해 당국의 검증이 시작된다. 차명 계좌를 이용해 무역 과정에서의 차액을 빼돌렸거나 일반적인 비자금 조성 등 '검은 돈'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해외 재산도피 혐의가 밝혀다면 국고로 환수되지만, 자금의 실제 주인과 용처를 밝혀내는 문제가 까다롭다. 지난해 과세당국이 검찰에 재산도피 혐의로 의뢰한 사건 중에 실제 환수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

 

명단 공개 시점에 맞춰 과세당국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역외탈세 억제를 위해 사방으로 뛰고 있는 과세당국이 ICIJ의 공개 명단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면, 국회나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ICIJ의 비밀계좌 명단이 언급될 정도로 관심이 커졌고, 국세청은 적극적인 조사 방침을 공언했다. 관세청도 비자금 조성이나 불법 외환거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명단 입수에 나선 상태다.


국세청은 ICIJ 발표와는 별개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를 더욱 강력하게 적용해 추징금과 과태료를 매길 예정이다. 2011년부터 국세청은 10억원이 넘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해 신고를 받았지만 버진아일랜드 계좌는 한 건도 없었다. 버진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재산 도피와 비자금 조성에 대한 의심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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