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界 초긴장 '역외탈세' 이번엔 제대로 턴다

  • 2013.05.30(목) 00:00

관계당국 전방위 압박..과잉규제 찬반 논란도

일부 기업인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한 기업인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관계당국은 즉각 조사에 나섰다.
 
역외탈세 근절 움직임은 박근혜 정부가 기치로 내건 '지하경제 양성화'에 딱 맞는 아이템이다. 당초 공약으로 내건 복지 정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수 확보가 필수적인데, 무작정 세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곳곳에 숨어있는 탈세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 급선무다.

 

조세피난처에 비자금을 숨겨놓거나 불법 외환거래를 통해 세금을 피하는 역외탈세가 첫 타겟이 되고 있다. 다만 탈세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감없이 명단을 공개하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 과세당국, 전방위 세무조사

 

국세청은 지난 29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우고 세금을 탈루한 역외 탈세 혐의자 23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유명 대기업의 역외 탈세도 세정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 대상자 23명 가운데 8명은 버진아일랜드, 6명은 홍콩, 나머지 9명은 파나마, 싱가포르 등을 경유해 탈세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법인 15곳과 개인 8명이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이 주목하는 역외탈세 유형은 해외 거래처가 주는 무역 중개 수수료를 스위스 비밀계좌로 몰래 받은 뒤 신고하지 않거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고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꼽힌다.

 

해외 수입 무역거래를 국내에서 수행하면서도 페이퍼컴퍼니가 하는 것처럼 위장해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고, 수익 가운데 일부는 사주의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한 일도 있었다.올 들어 국세청이 조사한 역외 탈세 사례 83건에서 모두 4798억원을 추징했고, 이와는 별도로 45건의 역외 탈세 사건을 세무조사하고 있다.

 

관세청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이수영 OCI회장, 조욱래 DSDL회장 등 기업인 12명의 불법 외환 거래와 역외 탈세 가능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된 조세피난처 관련 기업인들이다. 관세청은 연말까지 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 외환 거래와 자본 유출 및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수출입 기업을 일제 조사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 금감원은 불법 외환거래 조사

 

금융감독원도 조세피난처에 연루된 기업인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앞서 공개된 12명의 기업인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외환 거래 신고 의무를 어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조세피난처 관련 불법 외환거래는 62건이 적발됐고, 2010년 이후에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이수영 OCI 회장의 경우 자신의 명의로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와 거래를 했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외국환은행으로부터 내국인의 버진아일랜드 거래 내역을 받아 일대일 대면을 통해 실체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혐의자의 불법 행위가 심할 경우 거래 정지와 더불어 검찰, 국세청, 관세청에 통보해 탈세에 따른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조세피난처를 향한 탈세와 불법 외환거래에 관계당국이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출처: 국세청]


◇ 효성이 시범케이스?

 

역외탈세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국세청이 29일 효성과 OCI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서자 재계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두 회사는 모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거나 연루된 곳이다. 명단이 공개된 다른 기업들도 후속 조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욱래 DSDL회장과 장남 현강씨는 2007년 3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Quick Progress Investment Ltd'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OCI도 이수영 회장과 부인 김경자씨가 2008년 3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효성 일가와 OCI는 2010년 전후 각각 주식 명의신탁과 편법증여 문제로 국세청의 세금 추징을 받은 전례가 있다. 재산 증여 과정에서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재산 증여와 조세피난처의 연관성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조세피난처=탈세' 낙인 논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명단 공개가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확한 탈세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유명 기업인과 부인 이름까지 공개되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도 떨어지고, 개인의 평판에도 타격을 입었다.

 

세율이 낮은 국가에 회사를 만들었더라도 합법적으로 신고했다면 '절세'가 된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볼 수 있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해운회사들도 조세피난처를 많이 활용한다.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기업과 기업인들을 무작정 역외탈세 혐의자로 볼 수는 없다. 이제 조사가 시작되는 단계인데, 섣불리 탈세범으로 낙인찍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과세당국은 국제적 공조를 강화해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 탈세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과 불법 외환거래를 추적하는 것은 과세당국의 당연한 의무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감정적 접근보다 조세정보 교환협정 체결과 면밀한 조사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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