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해외은닉 비자금' 실체 드러나나

  • 2013.06.03(월) 13:59

장남 전재국씨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드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이 회사를 통해 해외 비밀 계좌를 개설하고 비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2004년은 전씨의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이뤄졌던 시기였다. 당시 비자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재국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전직 대통령의 장남'이라는 점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했고 퇴임후 이중 일부를 해외에 은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전재국씨의 유령회사 설립이 아버지의 비자금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한 환수 시효가 오는 10월 만료된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번 명단 공개를 계기로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비자금의 실체가 밝혀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 조세피난처 연루 주인공은 전재국

 

3일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 명단에 전재국씨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전씨는 2004년 7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8월 블루 아도니스 이사회에서는 전씨가 단독 등기이사로 선임됐고, 주소는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시공사 본사로 돼 있었다. 문서에는 전씨의 여권번호와 자필서명도 발견됐다.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달러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달러 주식 한주만 발행한 전형적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졌다. 그는 싱가포르 썬택시티에 있는 현지 법률회사 PKWA를 이용했다.

 

전씨가 해외 비밀계좌를 만든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2004년 당시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을 통해 자신이 설립한 블루 아도니스의 법인 계좌를 만들었다.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일반인을 상대로 소매금융을 하지 않으며, 한국인 2명이 간부로 일하는 곳이다. SK그룹 임원 출신 조민호씨의 비밀 계좌도 이 은행에서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 檢 비자금 수사 시점에 설립

 

당시 전씨의 비밀계좌 개설 움직임은 상당히 급박하게 진행됐다. 전씨는 2004년 9월까지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에 페이퍼컴퍼니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계좌 개설에 필요한 공증 서류가 버진아일랜드에서 싱가포르로 배송되는 과정에서 분실됐다.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한 PTN의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아일랜드 지사 사이에 오간 이메일에 따르면 "전씨가 은행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모두 잠겨 있어 몹시 화가 났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전씨가 특정 계좌에 예치해돈 돈을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유령회사 명의의 아랍은행 계좌로 급하게 이체하려 한 것이다. 당시는 전씨의 동생 재용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시기였다. 조세포탈 사건 재판 과정에서 재용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채권 73억원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진 후, 이를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던 점으로 미뤄볼 때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비자금을 옮기려던 의혹도 제기된다.

 

◇ 추징 시효 임박..비자금 환수 탄력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반란과 내란죄, 뇌물수수죄가 확정돼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이 가운데 1672억원을 내지 않았다. 추징 시효는 오는 10월 만료된다. 거액의 비자금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모두 물거품이 된다.

 

검찰의 환수 움직임도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포함한 미납 벌과금 환수를 전담하는 특별팀을 서울중앙지검 산하에 구성했다. 재국씨의 비밀계좌 추적에 이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몸통을 밝혀낼지 여부도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도 추징금 환수에 대해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전재국씨가 국민 앞에 나와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검찰은 전재국씨가 언제 개설했고, 운영자금은 어디서 흘러 나왔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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