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간 공무원]①경제부처 로비스트 159명

  • 2013.10.04(금) 15:01

국세청-김앤장 커넥션 최다…태평양·율촌도 재취업 열풍
느슨한 공직자윤리법 '유명무실'…제한규정 강화 움직임

박근혜 정부 첫 국정감사가 오는 14일부터 시작된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정책과 사업에 대해 강도 높은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퇴직 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단골 메뉴다. 경제부처 요직에서 근무하다가 대형 로펌에 재취업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칼을 겨누는 광경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에어컨도 멈춰버린 청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고액 연봉과 고급 승용차를 보장받는 로펌 생활은 꽤 달콤할 수 있지만, 공직자 윤리에 대한 논란은 피해갈 수 없다. 로펌에 간 퇴직 공무원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전관예우 관행이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문제와 해법을 함께 모색해본다. [편집자]

 

국내 대형 로펌에는 국세청과 관세청,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등 세금 제도의 입안에서 집행, 불복까지 다양하게 경험한 전직 공무원들이 포진해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을 규제해왔던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일 비즈니스워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변호사 수 기준 10대 로펌(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 율촌, 바른, 충정, 로고스, 지평지성)에 재취업한 6개 경제부처(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출신 공무원은 현재 159명으로 집계됐다.

 

기관별로는 국세청 출신이 64명(40%)으로 가장 많았고, 공정위와 금감원이 각각 38명(24%)과 24명(15%)으로 뒤를 이었다. 관세청 출신은 19명(12%), 심판원과 기재부는 각각 9명(6%)과 5명(3%)이 근무하고 있다.

 

로펌 중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퇴직공무원 56명이 활동하며 전체의 1/3을 차지했고, 법무법인 태평양과 율촌은 각각 28명, 27명으로 조사됐다.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도 16명, 12명씩 퇴직공무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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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피해 로펌行

 

과세당국 공무원들은 퇴직 후 주로 세무사나 관세사로 활동한다. 이들은 과거 장기근속자에게 자동으로 자격증을 주던 제도를 이용해 손쉽게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로펌 입장에서는 실무와 이론, 인맥까지 겸비한 최적의 인재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공정위 출신 공무원은 로펌에서 전문위원의 직책을 맡는 경우가 많다. 마땅한 자격증은 없지만, '경제 검찰'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해주는 셈이다. 이들은 경제민주화로 인한 일감몰아주기 제재나 기업의 공정거래 관련 소송 과정에서 국가와 맞서 대응 논리를 개발한다.

 

부처와 업무 분야를 막론하고 고위공무원은 나이와 경륜을 감안해 로펌 고문 직함을 얻는다. 혹여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더라도 업무에 직접적인 연관 없이 자문 역할만 담당했다고 둘러댈 수도 있다.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재취업 관행을 막기 위해 만든 공직자윤리법도 유명무실하다. 당초 자본금 50억원,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의 기업으로 취업을 제한했지만, 자본금이 적은 대형 로펌들이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맹점이 있었다.

 

덕분에 로펌에 재취업하는 공무원들은 별다른 제재없이 '자동문'을 이용할 수 있었다. 뒤늦게 정부는 2011년 10월 말부터 취업제한 자본금 상한 규정을 삭제했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공무원들이 대거 사표를 내고 로펌에 이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 역시 자격증이 甲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 후에도 로펌 재취업 릴레이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는 취업제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은 대체로 재취업이 가능하다. 올 들어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조세심판원 조사관과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이 김앤장에 취업한 것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취업제한 여부를 검증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도 퇴직공무원의 신청이 들어오면 대부분 승인해준다. 공직자윤리위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취업승인 신청 136건 가운데 92%인 125건을 승인했다. 2010년 이후 승인률은 93%로 별 차이가 없다.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재취업을 막는 방안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변호사나 세무사 등의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재취업 예외규정을 없애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냈다. 자격증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 재취업 심사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정부부처 친정을 상대로 하는 퇴직공무원의 로비를 막는 법안도 나왔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은 지난 달 25일 5급 이상 현직공무원이 퇴직공무원과 접촉하면 모두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로펌에 간 퇴직공무원이 함께 일하던 동료 선후배들과 만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로비의 성격이 담겨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김 의원은 "퇴직공직자가 재직 당시의 인적 관계를 이용해 비교적 손쉽게 현직공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퇴직공직자가 로펌에 취업하는 것은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로비 활동의 창구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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