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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통계]② '부자 감세'..모피아들의 배틀

  • 2013.10.21(월) 16:52

이한구 "국민감세였다" vs 이용섭 "호부호형 못하나"
현오석 "증세 안해"…김낙회 "부자들 세금비중 크다"

"10만원 이상 구매시 상품권 1만원 증정. 100만원 이상 구매시 상품권 10만원 증정."

 

백화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사은행사 문구다. 백화점에서 10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한 소비자와 100만원을 구매한 소비자 중 누가 더 이득일까.

 

두 사람은 똑같이 구매가격의 10%를 돌려받지만, 상품권으로 받은 할인금액 10만원과 1만원에 대해서는 만족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10만원 미만 구매자는 사은행사에 아예 끼지도 못했다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심리적인 할인 폭은 그들의 심보가 놀부 쪽인지 흥부 쪽인지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 첫 해부터 5년째 국정감사 소재로 등장하는 '부자 감세' 논란도 같은 이치다. 세금을 깎아주면 그 혜택이 부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야당, 그렇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여당의 주장은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사은행사와도 비슷한 '감세'는 과연 부자와 중산층, 서민층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정책이었을까.

 

지난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는 부자 감세를 둘러싸고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일명 '모피아(MOFIA)'로 불리는 기획재정부 출신 전·현직 관료들이 총출동했는데, 계급장을 무시하고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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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들 이미 세금 많아"

 

포문을 연 인물은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다. 홈페이지에 '화재신고는 119, 경제정책은 219(이한구)' 라고 표시할 정도로 여당내 경제통임을 자신하는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기도 했다. 행정고시 7회로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이재과장을 지낸 그는 까마득한 후배인 김낙회 세제실장(행시 27회)을 불러 세웠다.

 

이 의원은 고소득층과 대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전체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물었다. 그는 부자들이 이미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싶었고, 세제실장은 기대에 부응했다. 김 실장은 "상위 1% 납세자를 기준으로 소득세는 전체 세수의 45%, 법인세는 75%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이어 "소득세의 경우 미국은 3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다소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이 내는 소득세가 미국 대기업 회장들보다 국가 재정에 더 많이 기여하고 있다는 게 핵심 요지였다. 법인세 역시 상위 1% 대기업들이 이익도 많이 남기고 세금도 대부분 납부하고, 하위 99%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전체 세수의 1/4 밖에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소득 근로자는 세금을 너무 안 낸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정부가 가장 이상적인 조세 체계로 꼽고 있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아니라 '좁은 세원, 높은 세율'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선진국의 경우 월급받는 사람 중 세금 안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근로자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선배의 '국민 감세론'

 

이명박 정부 시절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을 낮춘 조세정책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혜택을 봤다는 '국민 감세론'도 등장했다. 이한구 의원은 "부자 감세가 아니라 국민 감세라고 부르고 싶다"며 "전체 감세 혜택의 절반 이상은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돌아갔고, 우리나라 부자들은 전세계적 기준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 감세론은 정치적이면서 전략적인 용어 선택이다. 야당이 5년간 공격해 온 부자감세에 대한 예봉을 비껴가려는 의도다.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들이 감세 혜택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중산 서민층들이 더 많이 가져갔다는 분석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소득층 증세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도 담겨있다. 부자감세 논란은 국민감세로 희석됐고, 부자증세 역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는 부자감세 논란을 둘러싼 여야간의 정쟁(政爭)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눈치다. 우선 현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처럼 여론의 반발이 '거센 증세' 정책은 하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 등 숨겨진 곳에서 '조용한 증세'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채운다는 복안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행시 14회)는 "증세는 경기 회복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선배라도 아닌 건 아니다"

 

민주당 대표 주자로 나선 '벽을 오르는 담쟁이' 이용섭 의원(행시 14회)은 여당 재무부 선배의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부자 감세 주장은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이 떠든다"는 이한구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도 들썩이던 상황이었다.

 

그는 "공직 선배이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지만, 당정협의에서 해도 적절치 않은 얘기를 하셨다"며 이한구 의원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이 의원은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했던 것처럼 새누리당도 부자감세를 제대로 못 부르는 것이냐"고 따졌다. 부자들이 세금혜택 받은 것을 여당이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면세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여당과 정반대였다. 이 의원은 "근로자의 36%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자영업자의 46%와 법인의 32%는 손실로 인해 법인세를 안 낸다"며 "이 분들에게는 세금을 깎아도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백화점 소비자의 1/3이 10만원 미만 구매자인데, 사은행사를 해봤자 부자들만 좋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반대로 여당은 우리나라 부자들이 미국 부자들보다 백화점 소비도 많이 하는데, 괜히 사은품 빼앗지 말자는 입장과 유사하다. 재무 관료로서, 여야 경제통으로서 나라살림과 세금관련 정책에 관여했던 모피아들의 입장은 그들이 어느 정권에서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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