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통계]⑤ 세계속 대한민국 세금

  • 2013.10.28(월) 15:19

OECD 주요국 법인세 'Down'…소득세·부가세 'Up'
韓, 같은 방향 느린 속도…부가세는 조세저항 부담

1994년 11월 호주를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를 국정 전면에 내세웠다. 아직도 그 세계화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어쨌든 문민정부의 키워드가 되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규제완화, 노무현 정부는 정부혁신,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등 각 정부마다 새로운 국정이념을 만들어냈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를 밀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도 정권의 특색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전 정부보다 훨씬 강력한 감세 정책을 들고 나왔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외국보다 낮은 세율 구조로 가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자주 언급했다.

 

그러나 출범 첫 해인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전세계는 저성장 국면에 빠졌고, 지난 5년 사이 각국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세제개편을 시도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이 살아야한다는 이유로 법인세는 대부분 낮췄지만, 국가 재정이 불안한 국가들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더 받았다.

 

우리나라는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지난해부터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더 줄였다. 소득세는 지난해 38%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했고, 부가가치세는 36년째 유지해온 10% 세율을 건드리지 않았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도 주요 세목에 대한 세율은 그대로였고, 정부는 앞으로도 당분간 세율인상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한때 직장인 소득세 부담 증가 문제로 조세저항까지 불거졌지만, 주요 국가의 세제개편과 비교해보면 다소 느리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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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앞지른 경제성장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듬해인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6%였고, 영국과 독일, 일본은 마이너스 5%대까지 추락했다. 미국은 마이너스 2.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뒤로 갈 때 우리나라는 전년대비 0.3%로 선방했다. 이듬해였던 2010년 6.3%로 정점일 찍은 이후에는 2011년 3.6%와 지난해 2.0%로 주춤하고 있지만, OECD 평균보다는 항상 높았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 전망치는 올해 2.7%, 내년에는 3.9%로 변함없이 OECD 회원국 평균(2013년 1.2%, 2014년 2.3%)을 앞지른다. 연간 7%대 성장 전망을 보이는 중국보단 낮지만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에 비해서는 우월한 수준이다.

 

◇ 법인세 인하 레이스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각 국의 인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캐나다를 비롯해 체코, 이스라엘,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슬로베니아 등이 2008년 이후 법인세를 모두 내렸다.

 

최근 법인세를 저세율 구조로 가져가면 기업들이 살아나 경기를 활성화하고,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 우세하다. 국가 재정이 어려워도 법인세만큼은 깎아주는 것이 국제적 트렌드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의 감세 바람을 탄 2009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지난해 과세표준 2억원~200억원 구간에 세율 20%를 새롭게 적용한 것은 중소기업들을 위한 배려였지만, 대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최고세율 구간은 4년째 유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율 인하 속도가 더 빠르다. 그리스는 2008년까지 법인세 최고세율이 우리와 같은 25%였지만, 2010년 24%로 낮춘데 이어 2011년 20%까지 내렸다. 5년 전 법인세율이 28%에 달했던 스웨덴은 올해 22%로 인하했고, 같은 수준이었던 영국도 내년 22%까지 낮출 계획이다.

 

◇ 소득세는 더 내라

 

법인세와 달리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내는 소득세는 부담을 늘리는 추세다. 2008년 이후 소득세율이 올라간 국가는 핀란드와 프랑스, 그리스,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푸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3억원 초과 38%로 높였다. 종전에는 8800만원 초과구간에 최고세율 35%를 적용했지만, 부자감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2008년에는 감세정책의 정점을 찍으며 소득세 최고세율을 33%로 낮추기로 하고 201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유보되다가 오히려 세율이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8월 직장인의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세율 인상과 같은 직접적 증세 대신 간접적인 세부담 증가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 부가가치세율 '고정'

 

부가가치세는 박정희 정부 시절이었던 1977년 법 제정 후 36년간 10%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권이 일곱차례나 바뀌었지만, 세율을 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율 인상을 논할 때마다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빼간다며 여론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외국은 부가세율 인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가 재정이 어려운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국가 가운데 상당수가 금융위기 이후 부가세율을 높였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부가세율을 끌어올린 상황이다.

 

멕시코와 뉴질랜드도 2010년부터 부가세율 인상 릴레이에 동참했다. 일본의 경우 현재 세율이 5%에 불과하지만, 내년 4월 8%로 인상한 후 2015년 10월에는 1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는 부가세율 인상 대신 면세 항목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현재 면세 혜택을 받고 있는 금융과 의료, 학원 등 업계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부가세를 더 걷는 방안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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