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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개혁 1년]① 여론 눈치에 '개점휴업'

  • 2014.06.03(화) 18:13

소득세 비중 OECD 최하위권…부가세도 낮은 세부담
법인세·재산세는 불균형 심화…'부자 감세' 역풍 경계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조세개혁이 주춤하다. 국회와 정부가 동시에 진행하는 세금 분야의 개혁 작업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정권 초기에만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다.

 

국민들을 괴롭히는 세금 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파악했고 방향성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어디에도 없다. 조세개혁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여론의 눈치만 보느라 급급하다. 좌초 위기에 놓인 조세개혁의 지난 1년간 진행 상황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지난해 2월 기획재정부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새 정부의 세금 정책을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135조원의 재원 가운데 48조원을 세제개혁으로 조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8월에는 세제개편안 발표와 동시에 분야별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4월부터 조세개혁소위원회를 구성해 1년간 8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각계 전문가들은 위원회에서 현행 조세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들을 제시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문을 닫았다. 파생상품에 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는 의견을 채택한 것이 위원회의 유일한 결과물이었다.

 

◇ 너무 적은(?) 소득세

 

정부를 비롯해 조세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소득세 부담이 외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수 비중은 2010년 기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4%에 비해 매우 낮고, 32개 회원국 중에서도 3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직장인들의 실제 세부담을 뜻하는 실효세율(소득 대비 세율)에서도 유사한 통계치가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의 무자녀 1인가구 기준 소득세 실효세율이 4.8%로 OECD 평균 15.3%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밝혔다.

 

조세개혁소위 자문위원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소득 과세대상자인 직장인들의 실효세율이 4.4%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직장인이 100만원을 벌었다면 실제로 내는 세금은 4만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실효세율이 낮은 원인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 면세자 비율은 36%로 근로자의 1/3을 넘어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OECD 회원국과 세율구조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실제 소득세 부담이 낮은 이유는 공제제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며 "소득세의 재분배 효과를 고려해 과표구간과 세율 조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애증의 부가가치세 인상

 

부가가치세는 1977년 도입 이후 한번도 10%의 세율을 바꾼 적이 없는 불가침(不可侵)의 영역이다. 2012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18.7%로 우리나라보다 8.7%포인트 높다. 같은 물건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소비자는 1000원 중 100원만 부가세를 내지만, OECD 회원국 소비자들은 187원의 세금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OECD에 비해 부가가치세율이 낮고, 면세 범위가 넓다"고 지적하면서도 세부담을 늘리는 방안에는 소극적이다. 국민 대다수가 공평하게 내야하는 세금인 만큼, 조세저항의 스펙트럼도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도 부가세율을 올리거나 면세 범위를 축소하자는 법안은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조세개혁소위에서는 한층 앞선 제안이 제시됐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 세원침식에 대한 대응 방향으로 소비세율 인상 카드를 꺼냈고,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각각 면세범위 축소와 간이과세제도 폐지 의견을 냈다. 기재부는 중장기 조세정책으로 부가세 면세 항목인 금융용역이나 학원, 의료 과세범위를 확대하는 방향만 잡았다.

 

부가세 부담을 늘리는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지난해 국세청과 관세청이 걷은 부가세 수입은 56조원으로 국세와 지방세 전체 세목 가운데 가장 많았다. 세율을 단 1%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5조6000억원을 걷을 수 있지만, 국민 1인당 연 11만원의 세금을 부담시킨다는 위험 요소도 안고 있다.

 

◇ 법인세와 재산세의 딜레마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다소 적게 걷고 있다는 판단이지만, 법인세와 재산세의 경우 오히려 세부담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목간의 균형을 잡기 위해 기업이나 부동산 관련 세금을 줄여나가자는 시각도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법인세수의 GDP 비중은 3.5%(2010년 기준)은 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높다. OECD 평균은 2.9%,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2.7%와 2.1%로 우리나라보다 대부분 낮은 편이다.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낮추는 등 성장 친화적 조세체계를 가져간다는 게 기재부의 방침이다.

 

재산세도 GDP 대비 비중이 2.9%로 OECD 국가(평균 1.8%) 중 7번째로 높다. 일본과 독일의 재산세 비중은 각각 2.7%와 0.8%로 조사됐다. 법인세와 재산세의 비중이 OECD 회원국 평균의 132%, 167%에 달한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일본과 함께 5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40%, 미국과 독일은 각각 35%와 30%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대기업 회장이 1조원의 재산을 상속한다면 우리나라는 500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독일은 3000억원만 국가에 납부하면 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법인세와 재산세를 선뜻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부자 감세'의 역풍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줄이면 대기업과 대재산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가 발목을 잡는다. 강병구 교수는 "대기업과 상위소득층에게 세제혜택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로 인한 투자와 고용 효과는 매우 미약하다"며 "상속세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탈세가 여전히 만연해 과세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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