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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에 빠진 국회]② 내 식구를 챙겨라

  • 2014.06.16(월) 17:36

농어민·아파트 세금감면 등 지역 현안 몰려
문화예술·스포츠에도 세금 깎는 '의리'

연말 세법 개정 시즌을 맞이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이나 소속 국회의원실은 이해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정 이슈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거나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놓고, 수혜자들이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표로 먹고 사는 국회의원들은 '방문증'을 달고 찾아온 지역 모임이나 단체 관계자를 매몰차게 외면하기 힘들다. 가급적이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조세 원칙이나 재정건전성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민원을 받아주려고 애쓴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감세 법안들도 대부분 유권자와 국회의원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연이 담겨 있다.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은 기본이고, 과거 몸 담았던 곳이나 평소 관심을 가져온 분야에 적극적인 세제 지원을 추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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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을 위해서라면

 

세금을 깎는 법안에는 표면적으로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나 특정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취지가 담겨 있지만, 실제 수혜자를 분석해보면 국회의원들의 '지역 사랑'이 여실히 드러난다.

 

농어촌 지역의 세금 감면은 가장 보편적인 감세 법안으로 꼽힌다. 농어민이 사용하는 석유와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 시한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제주 서귀포시)·정성호(경기 양주시·동두천시) 의원, 새누리당 박명재(포항 남구·울릉군)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아파트가 밀집한 경기 일산과 광명 국회의원들도 '지역 맞춤형' 감세 법안을 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의원은 매입임대주택과 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임대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을 제시했고, 같은 당 백재현(경기 광명시 갑) 의원은 공동주택 관리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같은 당 강동원(전북 남원시·순창군) 의원은 지방 기업연구소 연구원들의 연구보조비에 대해 월 4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에 70% 이상 몰려 있는 연구개발 인력들을 지방에 유치하기 위한 '당근책'이다.

 

은행 본점들이 밀집한 서울 중구의 정호준 의원은 금전소비대차 증서에 대한 인지세를 삭제하는 법안을 제시했다.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대출 인지세를 폐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금융대출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지만, 은행들의 세금납부 부담을 줄여주는 취지도 있다.

 

◇ 과거를 잊지 않으리

 

감세 법안을 통해 '의리'를 지킨 국회의원들도 있다. 새누리당 길정우(서울 양천구 갑) 의원은 중소기업이 문화예술교육에 지출한 비용에 대해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법안을 냈다. 그는 2010년부터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재단 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라예보의 영웅' 이에리사(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은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기업이 운동경기부를 운영할 때 드는 비용의 법인세 공제폭을 10%에서 20%로 높이고, 감면 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업들이 비인기 종목 운동경기부를 창단하도록 유도해 선수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여성시민운동가였던 남윤인순(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원은 직장인의 연말정산에서 아이돌봄서비스 비용을 교육비 공제 대상에 추가하는 법안을 냈다. 아이돌봄서비스 세액공제를 통해 매년 50억원 정도의 세금을 덜 걷게 되지만,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고육책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같은 당 송호창(경기 의왕시·과천시) 의원은 취약계층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복지 급여에 대해 압류를 제외하는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제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금을 좀 밀렸더라도 기본적인 생계 유지는 가능토록 '생존권'을 보장하자는 법안이다.

 

☞ News Inside : 선거용 부도수표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던 김진표(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은 경기 북부에 평화통일특별도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별도 내에는 'DMZ 면세점'을 설치해 여행객들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도록 하는 특례 규정도 마련했다.

 

김 전 후보는 제주도 내국인 면세점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실패했고, 도지사 낙선과 동시에 '부도수표'로 전락했다. 선거가 끝난 후 평화통일특별도에 대한 관심은 차갑게 식어 버렸고, 법안 처리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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