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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에 빠진 국회]③ 한번 주면 못 뺏는다?

  • 2014.06.17(화) 17:51

농어민 간접세 감면 30년째 '자동 연장'
일몰 앞둔 생활비 경감 조항도 '종료 불가'

세금을 깎는 정책은 '양날의 검'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거나 경제 활력이 필요한 곳에서 세금을 덜 받으면 정책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은 예외가 많을수록 심리적으로 허탈해져 납세 의욕이 떨어진다.

 

박근혜 정부가 꾸려가는 조세 정책의 1순위도 세금의 예외 조항을 없애는 일이다. 납세자간의 형평성을 맞추면서도 부족한 세수를 채울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지만, 기존 수혜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당장 시한이 끝나는 조항부터 정리할 방침이다.

 

올해는 9조원 규모의 감면 시한이 끝날 예정이어서 연말 국회의 법안 처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과 달리 국회에는 기존 세금 감면 혜택을 연장시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세금 감면 시한을 늘리는 시도는 야당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세감면 연장 법안을 낸 국회의원 8명 가운데 7명이 야당(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법안이 모두 통과할 경우 20조원이 넘는 세수가 필요한 만큼, 정부와 야당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 "농어민 세금은 건드리지마"

 

농어민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규정은 정부나 국회에서 감히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다. 1986년부터 경운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에 주입하는 석유류에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을 면제했고, 어민들의 생계 수단인 선박에도 '면세유' 혜택을 주고 있다. 농어업뿐만 아니라 축산·임업용 기자재를 구입할 때도 부가세를 0%(영세율)로 매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세금을 면제한 규모는 1조5188억원이었고, 기자재에 붙는 부가가치세는 1조3729억원을 깎아줬다. 세금의 예외 조항만 따로 모아놓은 조세특례제한법에는 이들 규정의 유효기간이 정해져있지만, 30년 가까이 유지한 감면 혜택을 없애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벌써부터 국회에도 농어민 관련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법안들이 올라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은 올해 말 종료하는 농업·어업·임업·축산업 기자재 부가가치세 면제 규정과 내년에 끝나는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를 각각 5년씩 연장하는 법안을 냈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2019년까지 매년 3조원씩 총 15조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농어업용 기자재 세금 감면뿐만 아니라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와 각종 증여세, 양도소득세까지 일몰 기한을 3년간 연장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농어민의 세금 감면 시한을 늘리는 '패키지 법안'의 세수 규모는 5조원을 넘는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농어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과 농협 등 조합법인의 당기순이익에 9%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 과세특례 조항에 대한 일몰을 2016년까지 2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농민 등 조합원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조합법인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법인세 과세특례를 지속적으로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아파트·택시도 좀 봐줘"

 

올해까지만 적용되는 세금 감면 중에는 생활비와 직결되는 규정들이 포함돼 있다. 아파트 입주자와 영유아 부모의 세부담을 덜어주던 조항은 내년부터 사라질 예정이지만, 연장을 추진하는 법안도 나와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제공되는 관리·경비·청소용역과 영유아용 기저귀·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2017년 말까지 3년간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세금 감면이 종료되면 아파트 관리비가 인상되고, 영유아 부모들의 양육 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의 감세 혜택을 당분간 유지하자는 취지다. 서민의 주거비와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어 정부나 국회로서도 외면하기 어려운 법안이다.

 

택시 운전기사들을 위한 세금도 계속 깎자는 법안이 나왔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법인택시 회사에게 깎아주는 부가가치세 범위를 90%에서 95%로 늘리고, 일몰 기한도 5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개인택시 연료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전액 면제하는 조항도 신설키로 했다.

 

설 의원은 "택시 부가가치세 경감액은 운전종사자의 처우개선과 복지 향상에 전액 사용하고 있어 근로자의 근무의욕 고취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추가 세금 감면액은 공급과잉 상태인 택시 감차사업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News Inside : '넝마주이' 무제한 稅감면

 

세금 감면의 일몰기한 자체를 없애 '무기한' 적용하자는 법안도 등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2016년 말까지로 한정된 재활용 폐자원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 특례를 영구화하는 법안을 냈다. 폐자원을 모아서 파는 '넝마주이'를 위해 지속적인 세금 혜택을 약속한 것이다.

 

이 의원은 "재활용폐자원 사업자를 지원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생계가 어려운 수거 노인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의 생계와 직결된 법안이지만, 세금 감면에 일몰을 둔다는 조세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연말 법안을 심사할 국회가 온정과 원칙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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