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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개정 목소리]① 부가세 인상 '만지작'

  • 2014.06.20(금) 14:30

해외 세율인상 '릴레이' 동참…부가세율 10→13% 제안
생필품·금융용역도 과세로 전환…정부도 '검토중'

세금 정책의 1년 농사를 좌우할 세법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각계에서 수렴한 세금제도 개선 사항을 토대로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앞으로 한달 정도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정부 세법 개정안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2년차를 맞아 미래의 복지재원 마련과 납세자들간의 형평성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대책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부담은 더 커졌다.

 

조세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세법 개정 아이디어와 이해 당사자들의 개선 요구 사항을 들어보고, 정부가 만들어 내야 할 '공평한 세금'의 길을 함께 찾아본다. [편집자]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수록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복지에 대한 지출은 늘어난다. 세금을 낼 사람은 적어지는데 국가에서 쓸 돈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담당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사회정책학을 가르치는 마틴 실렙-카이저 교수는 지난 4월 "경제성장은 무한정 계속될 수 없고, 재정운용 효율화에도 한계가 있다"며 "증세 없는 복지 국가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135조원의 복지 공약을 내세우고도 "직접적 증세는 없다"고 못박은 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실렙-카이저 교수는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재정 위기에 빠진 이유는 복지 수준보다 세금을 덜 걷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복지국가 실현을 목표로 한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 등과 같은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복지와 증세를 향한 정부의 고집을 꺾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2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법개정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복지 지출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수준과 그에 상응한 부담 수준의 괴리가 있어 남유럽 국가들과 같은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복지 혜택의 범위와 조세부담률 수준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부가가치세 더 걷자"

 

증세로 국가 재정을 채워야 한다면 가장 먼저 고려되는 세목이 '세수 우등생'인 부가가치세다. 전체 국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지난해 28%)을 차지하면서도 간접세 형태이기 때문에 '거위의 깃털'을 뽑듯이 손쉽게 걷을 수 있다.

 

1977년 이후 10%를 유지하고 있는 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8.7%보다 낮고, 30개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낮다. 최근 영국과 일본, 포르투갈, 그리스, 폴란드,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부가가치세율을 올려 재정을 확충했다.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부가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 교수는 부가가치세의 적정 세율을 13%로 제안했다. 세율 1%포인트을 올릴 경우 연간 5~6조원의 세수를 확보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15~18조원 정도를 채워넣을 수 있는 셈이다.

 

그는 "급격히 증가할 복지지출 수요에 대비해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방안만을 수행하면 재정건전성이 매우 악화될 수 있다"며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가세율 인상을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둔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맞춰 적절한 시기를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생필품도 세금 내야"

 

부가세 면세 품목을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부가가치세를 받지 않는 농축수산물이나 수돗물, 연탄, 여객운송용역 등 기초 생활필수품과 관련 용역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웨덴 등은 생활 필수품에 대해 기본세율보다 낮은 부가가치세율을 매기고 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기초 생필품에 부가세를 비과세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며 "장기적인 조세수입 확보를 위해 유럽 국가들처럼 기초 생활품목에 낮은 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면세 대상인 금융용역과 성인 대상 학원비 등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수수료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연구용역을 담당한 윤태화 한국세무학회장은 "법적으로 금융용역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규정해 조세부담의 공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금융보험 용역의 중개기능에 대해서는 획일적 면세보다 과세로 전환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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