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기업 환류稅]① 절반 이상은 '면죄부'

  • 2014.08.26(화) 08:36

순이익 60% 적용시 대기업 22곳 과세대상
현대차계열 과세 유력…삼성·SK그룹 '안도'

기업에서 남아도는 자금을 가계로 스며들게 만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빼든 과세 칼날의 끝은 막대한 순익을 내면서도 투자나 배당에 인색하거나 임금 인상에 관심이 없는 대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

 

내년 이후 어느 기업이 '패널티 세금'을 내야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현 시점의 재무 현황을 바탕으로 과세 대상 기업을 예상해볼 수는 있다.

 

정부는 멀쩡한 기업의 팔목을 비틀어 세금을 걷으려는 것일까. 아니면 기업들이 엄살을 부리는 것일까.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토대로 '순이익 100대 기업'의 추가 세금부담 여부를 따져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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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환류' 시뮬레이션 Tip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넘거나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에게 적용한다. 당기소득(순이익)의 60~80%를 기준으로 '투자+임금증가+배당액'을 제외한 금액에 10%의 추가 법인세를 매긴다. 투자 규모가 적은 서비스 기업은 순이익의 20~40% 수준에서 '임금증가+배당액'만 따로 계산할 수 있다.

 

100대기업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2013년 순이익 순으로 선정했다. 순이익이 없는 기업은 환류세제의 적용 대상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기 때문이다.  인건비 증가액(임원 제외)와 배당 지급액은 각 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참고했다.

 

기업별 투자 규모는 한국기업평가의 '자본적지출' 항목을 기반으로 했다. 자본적지출(CAPEX)은 기업의 현금흐름표에서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취득 규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기업이 미래의 이윤 창출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뜻하기 때문에 정부가 과세 기준으로 삼는 투자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당장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시행되더라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기업은 재무 전략을 그대로 가져가도 무방하다. 현 시점에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도 향후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 위주로 재무 전략을 바꾸면 얼마든지 추가 법인세를 피할 수 있다.

 

◇ '과세 유력' 기업 22곳

 

기업이 추가로 세금을 내야할지 여부는 '순이익 기준율'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올해 말 국회를 통과되면 내년 초 정부의 후속 시행령 개정을 통해 확정된다. 법안에는 순이익의 기준 범위를 60~80%(투자 제외시 20~40%) 수준으로 정해놓고,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미리 받아본 새누리당이 기업의 세부담에 대해 우려를 표한 만큼, 순이익 기준율은 가장 낮은 60% 선이 유력하다. 정부 입장에서도 새로운 세금 제도를 도입할 때는 최대한 보수적인 상한선을 그어놓고,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26일 비즈니스워치가 기업 사업보고서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 순이익 기준율이 60%로 정해질 경우, 100대기업 가운데 22곳이 기업소득 환류세제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네이버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웅진홀딩스, 대한해운 등은 각각 지난해 순이익의 60%에 '투자+배당+임금상승액'이 수천억원 모자란 것으로 추산됐다.

 

그룹 별로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현대건설)와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계열이 두각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 성향이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순이익 기준율을 80%로 올리면 과세대상 기업은 40개로 늘어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LG, GS, CJ, LS 등이 추가 과세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들은 투자 규모가 적기 때문에 순이익의 20~40% 기준율을 적용하는 '배당+임금상승액' 요건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다.

 

◇ 삼성·SK그룹…"걱정 없어"

 

지난해 순이익 100대 기업 가운데 대부분은 추가 세금 부담이 나타나지 않았다. 순이익 기준율을 최저한선인 60%로 잡으면 78개 기업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기준율을 80%로 올려도 60곳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특히 삼성 그룹과 SK 계열사에게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강 건너 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중공업, 삼성전기는 투자 규모부터 일찌감치 순이익의 60%를 넘어섰고,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투자와 배당금, 임금상승액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투자는 LG디스플레이와 포스코, 현대제철, SK하이닉스 순이었고, 배당은 SK텔레콤과 KT&G, S-Oil, LG화학 등이 많이 나눠준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들의 임금상승 규모는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기아자동차, 삼성물산, LG화학, 이마트, 현대제철,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순이익 100위 이내 기업 가운데 전년보다 임금이 줄어든 기업도 23곳에 달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직 절세 전략을 구상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편이다. 정부는 올해 말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개별 기업의 투자·배당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내년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2016년 3월 법인세 신고에서 첫 과세가 이뤄진다. 순이익 기준액에 비해 '투자+배당+임금상승액'이 부족하거나 남으면 다음 해로 이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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