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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명의신탁] 대성의 '처가 사랑'

  • 2015.01.19(월) 09:47

장모·처제 명의로 대성산업 주식 매수..양도세 회피 전략
국세청, '은밀한 거래' 포착..처가에 차명주식 증여세 추징

재벌가의 탈세를 뒤쫓는 국세청이 이번엔 '주식 실명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동산과 금융에 이어 주식에도 주인을 명확하게 따져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주식의 실제 주인을 둘러싼 세금 분쟁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재벌가의 주식 명의신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국세청은 숨겨놓은 주식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조명한다. [편집자]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대성 회장의 처남은 회사의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장모와 처제 명의를 빌려 주식을 사고 팔면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할 수 있었다."

 

재벌가에서 주식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거래하는 이유 중 상당수가 무거운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 투자자가 주식을 팔 땐 아무런 세금이 없지만, 회사의 임원이나 회장의 가족과 같은 '특수관계자'는 주식이 오른 만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성을 이끌고 있는 차도윤 대성합동지주 사장은 자신이 직접 주식을 거래하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처가 식구들을 끌어들였다. 차 사장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세금을 피하는 듯 했지만, 뒤늦게 세무조사에 나선 국세청에 꼬리를 잡혔다.

 

◇ "장모님, 저만 믿으세요"

 

주식 명의신탁으로 거액의 양도세를 피하려했던 차도윤 사장의 이야기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대성 김영대 회장의 부인 차정현씨의 동생으로 한화그룹에서 20년간 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증권과 세법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차 사장에게 '주식 명의신탁'은 비장의 무기였다.

 

그가 2004년 대성산업의 건설부문 부사장으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됐다. 대성산업 주식이 곧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장모와 처제에게 주식을 구입할 자금까지 건네줬다.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장모 유모씨에게 노후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주식 투자를 권유했고, 남편과 이혼 후 딸을 키우고 있는 처제 이모씨에겐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투자금을 지원해준 것이라고 말을 맞췄다.

 

차 사장의 계산대로 계열사 주식은 수직 상승했고, 장모와 처제 등은 주식을 팔아 33억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 처가를 이용한 차 사장의 주식 명의신탁은 결국 13억원에 달하는 양도세를 피할 수 있었다.

▲ 대성산업 차명주식의 양도차익 내역(출처: 조세심판원)

 

◇ "차명주식에 증여세 내라"

 

대성산업 주주들의 행보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국세청은 2008년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이 주식의 변동과 자금 출처에 대해 조사해보니 차 사장과 처가 식구들의 은밀한 거래가 포착됐다.

 

국세청은 유씨와 이씨가 가진 주식이 차 사장의 차명주식이라고 확신했다. 대성산업의 지배주주인 차 사장이 거액의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처가 식구들의 명의를 빌렸다는 것이다.

 

결국 차 사장으로부터 사실상 주식을 물려받았다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처제에게 23억원, 장모에겐 9억원대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처제와 장모는 주식을 팔아 남긴 이익보다 더 많은 증여세가 부과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대성산업이 운영하는 신도림 디큐브시티

 

◇ 법원도 세금 회피 '인정'

 

심판당국에서도 차 사장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명의신탁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세심판원과 서울행정법원은 차 사장의 처가에서 제기한 심판청구와 행정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만약 차 사장이 장모와 처제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싶었다면 직접 대성산업 주식에 투자해 그 수익을 증여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명의신탁을 택해 양도세를 피했다는 설명이다.

 

1심에서 패소한 차 사장은 물러서지 않고, 새로운 논리를 준비했다. 2004년 당시 대성산업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터라 매부인 김영대 회장에게 우호적 의결권을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2월 차 사장의 경영권 방어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원래 우호적 의결권은 장기간 보유해야하는데, 차 사장이 처제 명의로 산 주식은 계속 팔았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국세청이 대성산업이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에도 추징한 증여세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처제에게 부과된 23억원의 증여세를 19억원으로 깎으면서 3년에 걸친 세금 분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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