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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리도 세금은 진하리

  • 2015.06.04(목) 15:16

 

또 한 번의 '순한 소주'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인기몰이 중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는 알코올 도수가 14도에 불과하다. 경쟁자로 나선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는 13.5도까지 도수가 낮아졌다. 나이 꽤나 드신 분들은 25도의 원조(?) 소주를 언제 먹어봤나 싶을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한국인의 술' 소주는 처음 대량 생산되던 1926년 알코올 도수 35도로 시작했다. 그러다 1973년 진로가 25도 소주를 내 놓으면서 '소주는 25도'로 굳어질 만큼 25도 도수가 일반화됐다. 굳건하던 25도 소주에 변화를 불러온 것은 웰빙 트렌드와 여성 음주 소비자들의 증가였다. 1998년 23도, 2006년 20도 소주가 각각 출시되면서 한바탕 저도주 열풍이 불었고, 올해 순하리의 등장으로 다시 고개를 든 순한 소주 경쟁은 이제 10도 소주를 향해 내리달리고 있다.

 

'순한' 경쟁이 몇차례 진행되면서 이제 소주의 알콜 도수는 일반 와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오게 됐다. 그렇다면 소주의 알콜 도수가 내려간 만큼 술에 붙는 세금도 순해진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주가 아무리 순해져도 세금은 내려가지 않는다.

 

담배와 마찬가지로 술에도 많은 세금이 매겨진다. 소주의 경우 소주회사들이 시중에 내 놓는 출고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다. 소비자가 소주 한병을 사면 주류에 붙는 주세는 물론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인 주세는 술의 종류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도수가 높거나 낮은 것은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아니다. 소주는 증류주에 속하는데 증류주는 모두 통합해서 72%의 높은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소주도, 양주(위스키)도 모두 증류주이기 때문에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범주를 넓혀 발효주류로 가면 종류별로 세율이 나뉜다. 

 

발효주류 중에서 탁주(막걸리)는 5%, 약주와 과실주는 30%, 청주는 30%, 맥주는 72%의 세율이 적용된다. 알코올 도수와 세금이 무관하다는 것은 5도 수준인 맥주가 소주, 양주와 동급으로 대우(?)를 받는데서도 알 수 있다.  

 

순한 소주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순하리는 엄밀히 말하면 소주는 아니다. 소주에 유자청 액기스 0.033%(국산 유자고형분 50%)를 넣은 '리큐르'다. 리큐르는 증류주에 과실의 색과 향을 가미한 것으로, 와인처럼 과일을 원료로 발효시킨 과실주와는 또 다르다. 과실주는 발효주로 30%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리큐르는 소주와 같은 증류주로 72%의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40도가 넘는 위스키도 14도인 순하리도 모두 72% 세율이다.

 

세금 얘기로 돌아가면 원조 처음처럼의 출고가는 946원, 이중 주세가 319.83원이다. 여기에 교육세 95.95원, 부가가치세 86원이 더해져 소주 한병당 501.78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처음처럼 순하리의 출고가는 원조 처음처럼보다 조금 높은 962.5원이다. 원가에 세율을 곱해서 세금이 산출되니, 순하리에 붙는 세금은 원조 처음처럼보다 조금 더 많다고 보면 된다. 소주가 순해지건 말건 세금은 계속 진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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