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story]세금불복 처리 '하루'의 의미

  • 2015.10.07(수) 15:33

심판청구 평균 194일 소요..전년보다 1일 줄어
매월 실적 공개 후 처리 독려..처리비율도 상승세

세금 문제를 다루는 기관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세청이나 관세청 등 과세당국들은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자료제출 문제로 국회의원들에게 혼쭐이 나기도 하죠.

 

그런데 요즘 세금 관련 통계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납세자 권리 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입니다. 지난 8월 조세심판 통계연보를 발표한 데 이어 정원 변동, 직위별 경력 및 자격보유 현황 등 다양한 자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매월 사건처리 현황까지 수시로 나오는데, 심판청구를 처리하는 비율과 인용률(납세자 승소율), 평균처리일수까지 다 공개됩니다. 심판원이 어떻게 일하고 있고, 납세자가 얼마나 권리구제를 받고 있는지 수시로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1. 빨리빨리 처리해

 

조세심판원은 왜 갑자기 이런 자료들을 공개하는 걸까요. 바로 심판청구의 고질적 문제점인 '처리일수'를 단축하기 위한 겁니다. 평균 6개월이 넘는 처리일수를 줄여서 납세자의 불만을 빨리 해소해주자는 취지죠.

 

심판원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치 영업사원에게 매월 실적표를 보여주고 압박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조세심판원 김형돈 원장은 매월 사건처리 통계를 전년 실적과 비교하면서 직원들에게 빠른 처리를 독려하고 있는데요.

 

회의는 최소한으로 줄여서 그 시간에 결정문을 더 연구하라는 지시도 내렸죠. 직원들이 원장에게 보고를 하다가 길게 늘어지면 따끔히 지적받기도 합니다. 회의와 보고 시간을 아껴서 납세자 한 명이라도 더 구제하라는 게 김 원장의 메시지입니다.

 

#2. 하루라도 줄여보자

 

그렇다면 실제로 처리 기간이 줄었을까요. 올해 1월부터 9월말까지 평균 처리일은 194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일 단축됐습니다. 2년 전(164일)에 비해서는 아직도 한 달 가량 긴 편입니다.

 

심판원에선 비록 하루라도 처리 기간이 단축된 점은 의미가 깊다고 합니다. 하루를 단축시키기 위해선 수 백 건의 심판청구 결정을 앞당겨야 하는데요. 그만큼 100여명의 직원들이 한 발 더 뛰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평균처리일수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사건은 제쳐두고, 엊그제 들어온 심판청구 먼저 처리하면 되니까요. 심판청구가 제기된 지 1년도 훨씬 넘은 장기미결 사건은 지금 처리하면 오히려 평균 처리일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지난해 평균 처리일이 갑자기 확 늘어난 이유도 장기미결 사건들을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 처리비율 올랐다

 

지난 9월에만 처리된 심판청구 사건은 844건입니다. 지난해(885건)보다 41건 줄었지만, 2013년에 비해서는 두 배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심판원에서 사건 처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의미죠.

 

전체 사건 가운데 처리된 비율은 9월말 현재 61.6%로 지난해보다도 0.4%포인트 올라갔습니다. 최근 5년 중에서도 2012년(63.5%)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처리 비율이 높아졌다는 건 납세자들에게 심판청구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줬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심판청구 처리비율은 80.4%였는데요. 올해도 이런 추세를 이어가면 충분히 80%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납세자가 제기한 심판청구 5건 가운데 4건은 결론이 나온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4. 부실과세는 줄었다

 

외부에서 심판원을 바라볼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지표가 인용률입니다. 과세 취소나 세액 경정 등의 결정을 통해 납세자의 주장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9월말 현재 인용률은 23.3%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포인트 떨어졌고, 최근 5년 중에 가장 낮았습니다. 과세당국으로 다시 돌려보낸 '재조사' 결정을 제외하면 인용률은 19.4%입니다.

 

심판원이 점점 납세자의 주장을 무시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반대로 해석하면 과세당국의 부실과세 비율이 낮아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심판원 내부에서는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의 적당한 인용률을 20~25% 선으로 보고 있는데요. 과세당국에서도 4~5건 중 1건 정도는 실수가 나올 있다는 거죠. 

 

#5. 인용률 조작 안 해

 

심판원에서도 인용률은 민감한 수치입니다. 인용률이 낮으면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심판원이 납세자의 주장을 무시하고, 권리 구제에 소홀하다는 겁니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해 국민의 지갑을 짜내고 있다는 눈초리를 받기도 하죠.

 

그렇다고 납세자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인용률이 높을수록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인용률이 10%포인트 올라간다면 심판원이 갑자가 납세자 편에 섰다는 게 아니라, 국세청이 무리하게 과세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인용률도 충분히 올리거나 낮출 수 있습니다. 연말에 대형 병합사건을 한꺼번에 인용 처리하면 인용률은 확 높아집니다. 가산세만 살짝 깎아줘도 인용으로 잡힐 수 있죠.

 

심판원은 인용률을 위한 심판 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합니다. 연말 이후 2015년 인용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면 금방 알텐데요. 매년 최종 인용률은 9월말보다 낮아지는 추세였습니다. 인용률이 최저 상황인 올해는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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