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조세연구원은 왜 이름을 바꿨나

  • 2015.10.26(월) 09:30

[위기의 조세연구원]① 용역 따내려 이름도 바꿔
집중력 떨어지며 조세분야 권위 추락

우리나라 유일의 조세전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흔들리고 있다. 당초 설립취지였던 조세정책과 조세행정, 조세법률에 관한 연구 외에 다른 연구로까지 업무영역을 무한 확장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조세분야 최고라는 권위는 물론 유일의 의미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 ‘조세’를 버리려는 조세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원래 이름은 한국조세연구원이었다. 1991년 조세제도 및 조세행정의 뒷받침을 위해 ‘한국조세연구원법’이라는 개별법에 의해 설립됐고, 1999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로 통합된 이후에도 조세전문 연구기관으로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기 전에 반드시 조세연구원의 연구용역과 조세연구원이 주최하는 공청회를 거쳤고, 조세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세법개정의 방향을 좌우했다.

 

그런 연구원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연구원 내에 새롭게 내부 연구센터를 하나씩 추가하면서 조세 이외에 재정과 공공기관, 국가회계까지 들여다보는 종합적인 재정연구기관으로 바뀌게 됐다.(그래픽 참조)

 

지난 2011년 새로 부임한 조원동 원장은 이런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조 원장은 부임 직후부터 2013년 6월 퇴임 직전까지 무려 3개의 내부 연구센터를 추가했다. 기존 세법연구센터 외에 재정지출분석센터, 장기재정전망센터, 아태재정전망센터가 새롭게 추가됐다.

 

조 원장은 급기야 조세연구원의 명칭을 조세재정연구원으로 바꾸는 방안도 밀어붙였다. 당초 조 원장의 안은 ‘재정연구원’이었지만, 유사한 역할을 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획재정부 세제실 등 조세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셌다. 논란 끝에 조세연구원에다 ‘재정’을 억지로 끼워넣는 이름을 달게 됐지만, 조직변화와 함께 연구인력도 자연스레 분산됐다. 설립 초기 대부분 조세연구인력이었지만 현재는 조세분야 연구인력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그나마 조세라는 글자도 떼 버리려 하는 걸 겨우 말렸다"며 "이름을 바꾸면 본질도 달라지게 마련인데, 이미 연구인력 과반 이상이 조세가 아닌 다른 연구를 하고 있으니 예전의 조세연구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 원장이 재정연구원을 추진한 배경에는 그의 경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現 기획재정부)에서 대외경제와 경제정책 총괄업무만 주로 전담했던 관료출신이다. 조세분야 경력은 전무했지만,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에서 사무차관까지 지낸 덕에 조세연구원장을 꿰찼다. 이후 조세연구원장의 이름값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그가 '깃털 뽑기 발언'으로 연말정산 후폭풍을 일으키면서 조세분야 경력 논란이 더 커지기도 했다.

 

# 재정이 생기고, 권위와 전문성은 사라졌다

 

2013년 조세연구원이 조세재정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꾼 데에는 공교롭게도 '재정'적인 이유도 있었다. 연구용역으로 먹고 사는 연구원에게 조세연구원이라는 이름은 용역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세연구원이 조세재정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꾼 후 정부출연수익과 수탁사업수익은 크게 늘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조세재정연구원의 정부출연수익은 2012년 231억원, 2013년 239억원이었지만 명칭변경 이후인 2014년에는 281억원으로 불었다. 수탁사업수익 역시 2012년 33억원에서 2013년 3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4년에는 47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조세재정연구원의 전체수익만 늘었을 뿐 조세분야 최고 전문성을 가진 국책연구기관이라는 명예는 떨어졌다.

 

연구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 다른 민간 전문연구기관이 빈자리를 메웠다.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가 2013년에 발주한 7건의 조세분야 연구용역 중 3건을 민간 연구기관인 사단법인 한국조세연구포럼이 수주했고, 2014년 국세청이 발주한 조세연구용역 5건 중에서도 2건을 한국조세연구포럼이 수주했다. 예전에는 정부발주의 조세분야 용역은 대부분 조세연구원이 수주했다.

 

세법학계의 한 저명인사는 “융합인사니 뭐니 해서 기재부 세제실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어서 조세연구원이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연구원 내에도 브레인이 없다보니 국회에 가서 다 깨진다”며 “세법을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만드는 시대는 끝난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만 가도 세법박사들이 수두룩하다. 지금의 조세연구원으로는 게임이 안된다”고 촌평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