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왜?]① 특허 5년은 정말 부당한가

  • 2015.11.19(목) 19:38

갱신에서 경쟁으로 바뀐건 독과점 문제
5년짜리에도 대기업들 뛰어들어 사업성 스스로 인증
고용불안·투자위축 등 주장은 근거 약해

정부의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게 된 사업자들은 물론 지킨 사업자들에게서도 볼멘 소리가 나온다. 더 잃을 게 없는 SK(워커힐)를 제외하더라도 뺏기고 지키기도 한 롯데, 그리고 앞으로 뺏길 수도 있는 호텔신라 모두가 이유는 다를지언정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똥은 달라진 제도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붙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들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고, 사설도 동원되고 있다.

 

면세점 제도에 대해 제기되는 주된 비판은 ‘5년’이라는 특허만료 시한과 ‘갱신이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5년마다 면세점 특허를 새롭게 입찰하도록 하고 있는 현 제도가 면세점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고용불안 등을 야기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면세점 사업의 특허연한은 얼마가 적당할 걸까. 탈락한 이들, 혹은 면세점 업계의 주장은 이견없이 받아들여질 정도로 합당한 걸까.

 

 

#무기한 갱신이 만든 그들의 착각

 

특허기간이 5년으로 정해진 건 2013년의 일이다. 당시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10년이던 특허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고 5년 이후 특허를 갱신할 수 있는 요건도 없앴다.

 

지금은 5년이란 기간이 쟁점이 되고 있지만, 그간 면세점 특허현황을 살펴보면 10년을 5년으로 단축한 것은 사실 기존 업체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갱신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갱신을 해주지 않고, 다시 경쟁을 붙여서 심사를 통과해야만 특허를 주겠다고 하니 사업을 뺏길 수도 있고, 실제로 뺏기기까지 했기 때문에 난리가 난 것이다.

 

과거의 면세점 특허는 스스로 사업을 못하겠다고 뛰쳐나가지 않는 이상 ‘평생 사업’이었다. 10년이 지나면 갱신을 위한 심사를 받는데, 형식상의 절차일뿐 '자동 연장'이 정해진 수순이었다. 롯데나 신라 등 기존 면세점이 갱신요건을 맞추지 못해서 탈락한 경우는 없다. 20년, 30년씩 면세사업을 유지한 이유다. 매출액의 0.05%에 불과한 특허수수료만 내면 갱신이 됐다. 갱신 때에도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사를 받도록 했지만 당락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변수는 되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세금을 면제한 제품을 판매하는 특혜산업을 특정 기업이 평생 가져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2013년 법개정의 취지도 특혜사업에 대한 자동갱신으로 재벌 대기업에 산업이 편중됐다는 데서 출발했다. 롯데와 신라의 면세점 매출은 전체 면세점 매출의 80%가 넘는다.

 

경쟁이 없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집중되기 때문에 5년마다 경쟁을 붙이겠다는 것인데, 그 경쟁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계속 독점하고 싶다는 의미다. 5년이 아니라 10년인들 갱신이 안된다면 마찬가지 결론이다. 10년이나 20년 후에 경쟁한다면 불만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5년보다 더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사업하던 사업자들이 지금 강한 불만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5년 뿐인데 그들은 왜 뛰어들었나

 

이들의 불만이 합당하다면, 잘못될 경우 5년만에 손 털고 나와야 하는 사업에 대기업들이 왜 너도나도 뛰어드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사업자 선정에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 대기업 7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는 기존 면세사업자들인 롯데와 신라, SK네트웍스도 포함됐다. 모두 5년짜리 사업이라는 걸 알고도 뛰어들었다. 게다가 당시 특허는 신규면세점이어서 기존의 면세산업 파이를 쪼개는 일이었다.

 

11월에 진행된 기존 특허 만료에 따른 특허 사업자 선정에는 신세계와 두산이 달려들었다. 신세계는 7월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도전했고, 두산은 그룹 주력사업과 거리가 먼데도 그룹 역량을 총동원했다. 손익계산에 치밀한 대기업들조차 면세점만큼은 돈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5년짜리임에도 말이다.

 

전선에 뛰어든 기업들은 엄청난 공약도 쏟아냈다. 7월에는 면세점 평가점수에 반영되는 사회공헌사업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이 넘쳐났고, 11월에는 정부 역점사업인 청년희망펀드에 총수의 사재를 털어 거액들을 기탁했다. 정부에 잘보여서라도 면세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중국에서 대거 유입되고, 갈수록 씀씀이가 커지는 요우커 등의 요인으로 면세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창출을 위한 조직이고 돈 냄새에 대한 후각은 생존에 필수적인 본능이다. 

 

   

 

# 고용불안? 투자위축?..빈약한 논리들

 

달라진 제도하에서의 경쟁은 결국 탈락자를 낳았고 이후 면세점 제도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됐다. 관련 업계에 언론까지 가세한 비판의 칼날은 새로운 제도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업계는 현행 특허기한이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여러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종업원들의 대량 실업문제가 발생하고 투자가 위축되며, 해외 면세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논리를 부각시키고 있다. 새겨들을만한 지적도 있지만, 가정에 근거한 과도한 비판도 적잖다.  

 

고용불안은 정말 심각한 문제일까. 롯데와 워커힐은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방침이고, 이들의 특허를 이어받을 신세계나 두산 역시 최대한 고용승계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워커힐보다 더 넓은 매장을 준비중인 신세계는 추가 고용여력까지 갖췄다. 

 

고용문제의 경우 면세점사업의 특징이 자체 인력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 폐점을 앞둔 롯데월드타워점의 직원 1300명 중 롯데소속 직원은 150명 안팎이다. 나머지 중 150명은 용역직원이고, 1000명은 협력업체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다.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신규채용 계획만 6만여명에 달한다. 의지만 있다면 용역직원까지 포함해 300명 정도의 인력을 흡수하지 못할 정도로 고용역량이 낮지는 않다. 

 

나머지 1000여명이 문제인데, 이들은 입점브랜드 소속이라 백화점과 마트처럼 매년 매장 개편 때도 개폐점을 반복한다. 브랜드 소속 직원들은 다른 매장으로 배치받거나 새로 들어서는 브랜드가 대신 채용하기도 한다. 채용이 안될 때가 문제지만 롯데와 신라 등 기존사업자들이 백화점의 매장 개편때 쉬쉬하던 고용문제를 면세점에서만 떠드는 것은 이중적 태도다. 특히 이번에는 신세계나 두산 등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쪽에서의 수요가 크다. 판매할 제품과 브랜드도 흡사하다. 신규 사업자의 고용승계 약속에는 이들이 포함된다.

 

투자위축 논리도 허점이 많다. 투자비를 뽑을 만큼 사업이 되니 기존 업체는 물론 신규로 도전한 업체들까지 있는 것이다. 오히려 5년 이후에 특허를 다시 따내려면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특허를 유지할 필요가 생긴다. 갱신제도가 없다고 해서 갱신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롯데 소공동 본점은 이번 특허심사에서 특허를 유지했다. 그만큼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제도를 둘러싼 논란중 합당한 비판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효율과 소비자 편익이 시장참가자들의 경쟁을 통해 향상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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