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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소비세 인하 연장이 내팽개친 것들

  • 2016.02.05(금) 11:34

[Inside story] 조세 안정성·납세자 예측가능성 훼손
유류세 방어명분과 개소세 존재명분도 약해져

자동차 구입시 부담하는 개별소비세가 5%에서 3.5%로 다시 인하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하의 연장인데요. 지난해 8월27일부터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종료됐지만, 이번에 이걸 다시 살려서 올해 6월말까지 늘려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발표를 한 건 2월3일인데요. 1월에 이미 높아진 개별소비세를 내고 차를 산 사람에게는 세금을 돌려주는 방법으로 소급적용도 해주기로 했습니다.

 

차를 당장 살 계획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입니다.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되살려보겠다는 정부 목적대로 약간의 소비심리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개소세 인하 연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입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국가 정책적' 측면에서 보자면 원칙을 벗어나거나 포기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 “차 안팔리면 또 내릴건가?”

 

가장 큰 문제는 조세의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 세금부담을 결정하는 세법은 안정성과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요. 어느날 갑자기, 그것도 짧은 기간 내에 세율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상당한 부작용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당장은 납세자에게 유리하도록 세율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비춰지지만 어차피 한시적으로 내린 것이라 역효과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세율인하 효과가 끝난 올해부터 자동차 판매가 뚝 끊어졌다면서 다시 인하책을 꺼내든 건데요. 자동차 거래절벽은 당장 올 6월 말 세율이 원상복구될 때 또 발생하게 될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올 1월의 거래절벽 역시 예고된 것이었죠.

 

더구나 납세자들은 세금에 대해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또 어려우면 내릴거야”, “그럼 언제 내릴까?”, “부총리가 바뀌면 내릴까?”, “아냐 이번에 안사면 손해 볼거야” 등 마음만 복잡하게 얽히게 됩니다. 소비자들 구매 결정의 기반이 되는 예측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이후에 차를 사려했던 사람들은 배만 아플 수도 있습니다. 현재 자금사정으로는 여건이 안되는데 세금 몇푼 때문에 차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죠.

 

정부가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주택경기부양을 한다며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다가 거래절벽이 생기니 다시 또 세율인하와 복귀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취득세는 2013년에 완전 인하됐는데요. 자동차 개별소비세도 차라리 완전히 인하하거나 없애는게 더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유류세는 왜 탄력운영 안하나?”

 

이번 세율인하 연장의 다른 문제는 탄력세율 적용의 형평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세인데요. 최근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휘발유가격도 1300원대까지 내렸지만 국제유가의 하락폭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 3년간 80% 가까이 폭락했는데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30%도 안떨어졌으니까요.

 

기름값에 붙는 각종 세금(유류세)이 주요 원인인데요. 정부는 세금을 인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는 유류소비의 안정과 환경적인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연장은 이런 유류세 방어 명분을 아주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류세 중 대표되는 세금인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는 모두 탄력세율을 적용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는데요. 상황에 따라 30%까지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유동성을 마련해 둔 겁니다.

 

그런데 똑같이 탄력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품목에는 수시로 적용하고, 어떤 품목에는 절대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이죠. 유류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환경적인 문제를 들며 인하를 거부하면서도 역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인하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구요.

 

차라리 세수입 확보라는 솔직한 이유를 내세우고, 설득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경제 어려우면 카지노 세금도 내릴건가?”

 

이번 일로 개별소비세라는 세목의 존재의미도 크게 희석됐습니다.

 

개별소비세는 과거 사치품에 부과되던 특별소비세에서 이름을 바꿨는데요. 환경오염 등 외부불경제(제3자의 경제활동이나 생활에 손해나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제활동)를 야기하는 물품이나 행위에 대한 규제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고급 가방이나 시계, 귀금속 등 사치용품 외에도 자동차, 유류(휘발유, 경유, 등유, 천연가스 등), 유연탄 등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물품, 경마장, 경륜장,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 등 사행산업과 유흥산업에 대한 소비에도 부과되죠.

 

이미 다양한 물품들이 규제의 의미를 잃고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는데요. 올해부터 녹용과 향수, 고급카메라가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됐구요. 대형 냉장고와 에어컨, TV, 세탁기 등도 개별소비세가 폐지됐습니다. 대부분 사치품의 의미를 상실했거나 기술발달에 따른 에너지효율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유류나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 역시 폐지 목소리가 높습니다. 환경부담금 명목의 세금은 이미 교통에너지환경세나 주행세가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경제가 어렵다면서 외부불경제 항목에 부과되는 세금을 내린 것은 자동차 외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다른 항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면 카지노 입장료나 경마장 입장료에 붙은 개별소비세도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내리거나 폐지해야 하는 것이죠.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기획재정부가 이번 방안을 내 놓은 이유는 뭘까요. 연초부터 수출과 소비 양쪽에서 절벽과 마주치고, 부동산·주식·환율 시장의 불안도 높아지니 새로 출범한 경제팀으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겠다는 마음이 앞섰을 겁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다고 경제와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뭐라도 대책을 내놓을 타이밍이긴 했지만, 오랜 기간 다져온 정책의 근간을 또 흔들어 놨으니 앞으로 그에 대한 부작용이 더 커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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