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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세금] 생활비는 공제 안되나요

  • 2016.02.12(금) 17:07

남편 중증 치료비 등 상속재산 공제 주장
부부 사이에도 사전 증여 성립..'기각' 결정

"아픈 남편 돌보느라 생활비를 많이 썼어요. 상속세 좀 깎아주세요."

 

"물려받은 재산을 생활비로 다 썼다면, 세금 안 내실 건가요?"

 

어느날 남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하반신 마비에 치매 진단까지 받으면서 치료비도 상당히 많이 썼는데요. 이때 치료비를 비롯한 생활 비용은 나중에 상속세를 낼 때 공제받을 수 있을까요.

 

 

◇ 집 팔아서 치료비 충당

 

그녀는 병든 남편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동 침대와 한약은 기본이고, 간병인과 운전기사까지 두면서 남편의 회복을 기대했는데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줬지만, 남편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활비 부담만 커져갈 뿐이었죠.

 

생활비가 거의 고갈되자 그녀는 남편 명의의 단독주택을 팔아서 자금을 충당했습니다. 혹시나 남편 명의로 금융거래가 어려울 상황에 대비해서 그녀의 통장에 4억원을 이체해놓고, 생활비로 사용해 왔는데요. 하지만 남편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 4억원 사전 증여..세금 추징

 

남편에겐 적잖은 재산이 있었는데요. 그녀는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자녀들과 함께 상속받은 재산을 나누고, 세금 신고도 다 마쳤습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오더니, 상속세 신고가 적게 됐다며 세금 3300만원을 더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가 생활비로 쓰기 위해 이체해둔 4억원이 문제였습니다. 국세청에선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4억원을 사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상속세 과세가액을 늘려 잡아서 세금을 추징한 겁니다. 그녀는 남편의 재산을 물려받은 게 아니라, 그냥 위탁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세청 과세를 뒤집진 못했습니다.

 

 

◇ 그녀의 도발, 국세청도 황당

 

국세청이 그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명백했습니다. 만약 증여받은 부동산을 처분한 후, 그 대금을 전부 생활비로 사용하면 증여세 자체를 과세할 수 없게 되는데요. 이게 가능하다면 웬만한 납세자들은 생활비로 다 썼다고만 주장해도, 증여세를 내지 않게 될 겁니다.

 

설령 증여가 아니라고 해도 그녀가 4억원을 남편에게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차피 상속재산에 가산됐을 겁니다. 그러면 그녀가 내야할 세금 3300만원도 달라질 게 없는데요. 그녀의 도발적인 논리에 국세청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생활비 공제'는 없던 일로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도 그녀의 주장에 '기각' 결정을 내렸는데요. 심판원은 그녀의 행적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녀가 4억원을 생활비로만 활용한 게 아니라, 펀드와 보험에 투자하고 자녀의 결혼자금과 종교비용으로 사용한 겁니다.

 

남편이 병상에 있을 때 그녀가 신용카드로 자동차를 구입했는데, 결제대금이 남편의 계좌에서 빠져나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녀가 주장한 생활비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변명이었을 뿐, 남편을 위한 게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세법의 근간을 뒤흔들뻔한 '생활비 공제' 시도는 그녀의 이중생활이 들통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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