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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본 경제]① 무역흑자에 더 목마르다

  • 2016.02.22(월) 17:29

불황형 흑자로 수입 줄자 관세수입도 줄어
장기불황, 수입세수에도 지속적인 악영향

세금은 경제의 거울이다. 국가가 강제로 징수하고 국민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것이지만 경제가 어려우면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 반대로 경기가 활기를 띄면 뜻하지 않게 많은 세수가 생겨 나라 곳간을 풍족하게 채우기도 한다. 최근 세수입 실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통해 우리 경제의 현실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모든 세금은 경제주체들의 경제 활동에 영향을 받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변화를 보이는 것이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해 들어오면 관세를 비롯해 각종 내국세가 물건값에 붙는데, 국내 소비가 둔화되면 수입 규모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입물품에 부과돼 걷어들이는 세금도 함께 쪼그라든다. 특히 수입물품에 대한 세금은 부과와 징수가 즉각적이기 때문에 세수입이 경기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한다. 분기에 한 번이나 1년에 한 번 정산해서 걷는 다른 내국세보다 경기변동에 따른 진폭이 그만큼 크다. 

 

 

# 불황형 흑자는 경제의 '적신호'

 

우리나라는 현재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같은 10년 혹은 20년의 장기침체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는 대외무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여전히 세계 10대 무역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수출은 물론 수입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암흑기가 계속되고 있다.

 

단순한 흑자라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마지못해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경제에 ‘적신호’다. 국내에서 생산과 함께 소비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서 수출도 많이 하고 그에 걸맞게 수입도 늘어나야 하는데 그 반대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 경제위기 오면 수입부터 줄었다

 

실제로 경제 위기에는 수출도 줄지만 수입은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줄어들었다. 물건을 많이 팔고, 정상적으로 소비해서 적정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쓸 데가 있어도 안쓰는 방식으로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의 경우 수출액은 전년대비 2.8%가 줄었지만 수입은 전년대비 35.5%가 쪼그라들었다. 수입물량이 너무 심각하게 줄어드는 바람에 무역수지는 오히려 1997년 84억 5521만 달러 적자에서 1998년 390억 3138만 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이런 현상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나타났다. 2009년 수출은 전년대비 13.9% 줄었고, 수입은 그보다 많은 25.8%가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404억 4904만 달러 흑자였다.

 

최근에도 이런 현상이 또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후에도 불황형 흑자가 계속됐는데 2014년에 수출과 수입이 살짝 살아났다가 다음해인 2015년에 다시 상황이 악화됐다.

 

2015년 수출은 전년대비 8% 감소했고, 수입은 16.9% 주저앉았다.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902억5753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외교역량은 5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부정적인 결과였다.

 

 

# 수입 줄어드니 세금수입도 ‘폭삭’

 

불황형 흑자가 안고 있는 취약성은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세수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관세청 소관 세수입이 전년보다 줄어든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13년, 2014년, 2015년이었다. 2009년도 위기였지만 이후 계속된 불황형 흑자로 장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세수입은 국가경제 규모가 커지면 자연발생적으로 조금씩 증대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세수입이 퇴보하는 비정상이 발생하고 있다.

 

관세청은 관세 외에도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주세 등을 거둬들인다. 2008년에 총 51조 3337억원을 걷었지만 2009년에는 49조 8526억원을 걷는데 그쳤다.

 

2012년 이후에는 세수입이 단발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관세청이 걷은 세금은 2012년에 65조 9002억원에서 2013년 65조 5123억원, 2014년 58조 1467억원으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52조 원을 겨우 넘기는데 그쳤다. 가만히 둬도 자연증가해야 할 세수입이 5~6년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 올해도 어렵다

 

불황형 흑자 기조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8.5%가 줄었고 수입은 그보다 많은 20.1%가 감소했다. 53억달러 흑자로 48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가 났다는 점을 정부는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추세로 간다면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월뿐만 아니라 2월도 수입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 관세청 소관 세수입도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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