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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 이혼해도 찾아오는 남편

  • 2016.02.23(화) 15:24

도박·폭력·외도로 가정파탄..자녀들 집으로 피신생활
뒤늦은 2주택자 양도세 추징..실제 거주지 입증 '반전'

"남편은 도박에 빠져서 가족도 내팽개친 사람입니다.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오면 욕설과 폭력으로 가족들을 괴롭히기 일쑤였죠. 그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까지 집에 데려와서 부정한 짓을 했어요. 그 광경을 다 봤는데도 오히려 화를 내더군요.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녀에게 33년의 결혼 생활은 악몽이었습니다. 남편은 제대로 돈을 벌어다 준 적도 없고, 온갖 말썽만 부리고 다녔는데요. 어떻게든 참고 살아보려고 했지만, 점점 아이들까지 괴롭히는 걸 보고 이혼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막상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니, 집 한 채 밖에 남은 게 없었는데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고, 가사 도우미로도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죠. 고된 일상이었지만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 "내 집이니까 다시 내놔"

 

그녀가 한창 홀로서기에 익숙해질 무렵, 전남편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사이 도박 빚을 진 전남편은 그녀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주먹을 휘둘렀는데요. 그녀의 집도 원래 자신의 소유였으니, 당장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협박에 시달리던 그녀는 자녀들 집으로 옮겨 다녀야했습니다. 집에 전남편이 와 있으면 아들 집으로 피신했다가, 밤 10시쯤 퇴근하는 아들의 차를 타고 다시 딸의 집으로 가 있었죠. 그러다가 전남편이 집을 나서면 집근처에 사는 지인들이 그녀에게 알려주고, 딸의 차를 타고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전남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들의 집으로 주소를 옮겼는데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자 아예 자신이 살던 집까지 팔고, 딸과 함께 전셋집에서 새출발을 하게 됩니다. 집 판 돈으로 대출금을 먼저 갚고, 전셋집에 보증금도 보탰습니다. 그렇게 복잡했던 그녀의 일상도 제법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당신은 2주택자, 양도세 내야죠"

 

집을 팔고 7개월이 지났을 때, 국세청에서 세금 통지서가 나왔습니다. 1세대 2주택자니까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자신이 1주택자인 줄 알았던 그녀는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 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죠.

 

앞서 전남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들 소유의 집주소로 전입신고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들과 같은 세대로 묶이면서 2주택자 신분이 됐고, 집 한 채를 팔면서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에 오른 겁니다.

 

 

그녀는 아들 집에 살지 않았고 주소지만 옮겨놓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세청에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세 처분을 되돌릴만한 구체적 증빙이 없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그녀는 지난해 초부터 다시 증거 자료를 모아서 조세심판원을 찾아갔고, 사건을 접수한지 1년 만에 '과세 취소'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 숨기고 싶었던 가정사

 

그녀가 세금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슴 아픈 가정사가 숨어 있었습니다. 남편이 집에서 내연녀와 불륜을 저지르던 현장을 아들에게 들켰는데, 오히려 아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겁니다. 그때 아들이 경찰에 신고한 기록을 확인해봤더니, 사건 정황도 상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녀가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어서 아들과 함께 살 형편도 아니었다는 증빙 자료도 제출했습니다. 그녀의 병원 진료 내역과 대중교통 이용 현황을 보더라도 주된 생활 근거지는 아들 집이 아니라, 그녀가 살던 집이었습니다.

 

조세심판원에서도 그녀의 실제 주거지에 주목했는데요. 전남편의 협박 등 비정상적인 이유로 주소를 옮겼을 뿐, 아들과 함께 거주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1주택자 신분을 되찾으면서 국세청에 세금을 낼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1세대1주택자가 9억원 이하의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만약 1주택자가 60세 이상의 부모를 모시기 위해 세대를 합쳐 2주택자가 되더라도 5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은 1주택자로 본다. 그녀의 나이는 50대였기 때문에 동거봉양에 대한 특례 규정을 적용받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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