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을 위한 인사는 없다" 청·차장 외부수혈

  • 2016.05.02(월) 17:03

차장에 김종열 기재부 관세국제조세정책관
청장은 산업부 출신 靑 비서관 물망

관세청 차장에 2일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김종열 관세국제조세정책관(국장급)이 승진 임명되면서 관세청 최고위직 인사가 모두 외부출신으로 채워졌다. 
 
2014년 7월에 부임한 김낙회 관세청장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이고, 김종열 신임 차장은 김 청장과 세제실에서 오랜 기간 함께 근무했던 직속 후배다. 관세청 내부 지휘체계상 넘버 1, 2의 두 자리에 관세공무원이 아닌 다른 부처 출신의 공직자가 앉게 된 것이다.
 
사실 관세청장이 외부에서 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2005년 5월 성윤갑 차장이 청장으로 내부승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 출신이 기용됐다. 특히 성윤갑 전 청장 후임으로 온 5명의 관세청장이 모두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차장의 외부 발탁은 흔치 않은 예다. 관세청 차장이 외부에서 승진 보임된 것은 1995년 9월 재무부 출신의 김경우 아시아개발은행 이사가 차장으로 부임한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 김낙회 관세청장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부하직원과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 넘버2 마저 남 주는 신세
 
관세청 차장 자리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것을 지켜보는 관세청 내부 직원들의 심기는 편치 않다. 관세청에서 차장이라는 자리가 그들에게는 각별하기 때문이다. 
 
장차관 등 정무직을 제외하고 공무원이 승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직위,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1급(고위공무원 가급)은 관세청에서 단 두자리 뿐이다. 그마저도 불과 석달 전 조직개편으로 인천세관장이 1급 직위로 승격된 덕으로, 그 전에는 차장 1자리 뿐이었다. 이웃한 국세청이 같은 외청이지만 청장 외 1급자리만 4자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격차가 크다. 
 
게다가 국세청은 큰 이변(각종 비리)이 없는 한 청장도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이 관례인데, 관세청은 기재부 세제실장의 은퇴를 위한 자리로 여겨질 정도로 외부인사의 영전이 관례였다. 청장 자리를 넘볼 수 없으니 차장 자리가 현실적으로 가장 높은 자리인데, 그 자리마저 외부인사에게 내어주게 된 것이니 씁쓸할 수밖에 없다.
 
# 불미스런 일이 빌미
 
이번 관세청 차장 인사는 사실 갑작스런 인사다. 물러난 이돈현 전 차장은 2015년 3월에 취임했으니 1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 전임 차장들이 대부분 2년 안팎의 임기를 보냈으니 당장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 1년 더 오래된 김낙회 관세청장에 대한 인사요인이 더 빨리 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인사에는 이유가 있다. 올 초 고위직이 연루된 비위행위가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단에 적발된 것이 단초였다. 명예퇴직을 앞둔 지방 세관장의 송별회 자리에 관세청 차장과 기획조정관 등 고위직이 함께 했는데, 이자리에 승진을 앞둔 세관 직원이 합석했고, 아랫사람인 이들이 술값 계산을 하게 된 것이다. 감찰단은 인사청탁을 위한 향응접대에 조사의 초점을 맞췄고, 이들은 무더기로 직위해제됐다.<관련기사 : `술접대 구설`에 오른 관세청 최고위직 간부> 
 
여기저기 인사수요가 밀려 있는데, 차장의 빈자리를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 때마침 인사적체가 심한 기재부는 김종열 관세국제조세정책관을 밀어 넣는데 성공했다. 김 신임 차장은 관세국제조세정책관으로 있으면서 최근 논란이 됐던 시내면세점 제도개선방안과 면세점 특허 허용문제를 관세청과 협력해서 마무리 지은 공로을 인정받는 모양새도 갖췄다.
 
# 새 청장도 외부인사라는데
 
관세청 차장에 외부인사가 오는 것은 단순히 내부직원의 승진인사 관점의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청장인사까지 감안하면 행정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청장과 차장 모두 외부인사일 경우에 대한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 순방 직후 관세청장을 포함한 차관급 인사를 소폭 단행할 예정인데, 차기 청장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출신인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이 거론된다. 이 경우 청장은 산업부, 차장은 기재부 출신이 된다.
 
그동안에도 외부 출신이 관세청장으로 부임해왔지만 관세행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물론 짧은 임기 내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펴낸 적도 있지만, 오히려 외부에서의 시각을 반영해서 고여 있는 관세행정 조직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관세행정이 행정부 전체에서 높은 수준의 행정력을 보여준 것은 외부출신의 청장보다는 전문성을 가진 내부출신 차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 많다.
 
관세청 출신의 전직관료는 "외부 인사인 청장이 리더십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고, 내부에서는 바닥부터 관세행정 경력을 닦아 온 내부출신 차장이 전문성을 갖고 청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균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힘이 됐다"며 "하지만 차장까지 외부인사가 가져가면, 본부세관장이나 국장급에서 그런 일들을 해줘야 하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대표성이 없어 응집력이 떨어 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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