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국세청으로부터 70억원대 증여세를 돌려받게 됐다. 7년 전 김 회장이 주식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문제로 과세 처분을 받았는데, 뒤늦게 국세청의 계산 방식이 잘못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13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 2013년 6월에 김준기 회장에게 과세한 증여세 70여억원에 대해 3년 만에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국세청의 과세 방식에 무리가 있었으니, 추징한 세금을 되돌려주라는 의미다.
◇ 주식 가격 의심한 국세청
김준기 회장에 대한 증여세 문제는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은 자금난을 겪고 있던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해 채권단과의 자구계획을 지켜야 할 상황이었다. 그해 말까지 자산 매각과 사재 출연을 통해 3500억원을 조달하기로 약속했는데, 좀처럼 자금이 모이지 않았다.
고심 끝에 김 회장은 자신이 직접 동부하이텍에 자금을 수혈해줄 방법을 찾아냈다.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던 동부메탈 주식 1485만주(지분 49.5%)를 사들인 것이다. 김 회장의 1인 주주회사인 동부인베스트먼트가 1185만주(지분 39.5%), 그와 자녀가 지분 72.92%를 갖고 있던 동부정밀화학이 300만주(10%)를 매입했다.
김 회장이 매입한 동부메탈 주식 가격은 1주당 2만4000원으로 총 3500억원을 넘어섰고, 채권단과 체결한 자구계획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에선 김 회장이 사들인 주식 가격에 대해 의심을 품었고, 주식변동조사를 통해 적정가격을 다시 매겼다. 국세청이 계산한 동부메탈 주식 가격은 1주당 2만4960원이었고, 김 회장이 총 142억원을 덜 줬다고 판단해 70여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한 것이다.
◇ "손해봤으니 세금 무효"
세금을 부과 당한 김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원래 시가 1만8000원대였던 동부메탈 주식을 본인의 경영권 프리미엄 30%까지 얹어서 2만4000원에 샀는데, 국세청이 정한 가격은 터무니없다는 주장이었다. 국세청을 상대로 말이 통하지 않자 김 회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불복에 나섰다.
주식가격을 둘러싸고 김 회장과 국세청의 주장이 엇갈리자, 조세심판원은 동부메탈 주식의 가치를 다시 계산했다. 세법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따라가봤더니, 1주당 적정가격은 2만1000원이었다. 김 회장이 2만1000원짜리 주식을 2만4000원에 주고 샀으니,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당연히 국세청이 계산한 1주당 2만4960원도 잘못된 것으로 판명났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증여세를 과세하려면 이익을 본 게 있어야 하는데, 김 회장은 손해를 봤기 때문에 과세가 성립되지 않았다"며 "국세청의 주식가격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고, 무리한 과세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