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김앤장 세무조사로 얻는 것

  • 2016.05.20(금) 08:03

[인사이드 스토리]세금 추징 나선 진짜 이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 법무법인 화우에 대한 세무조사에 이어 국세청이 대형 로펌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중인데요.

 

국세청이 김앤장 세무조사에 나선 이유는 뭘까요. 어차피 김앤장은 이익이 나면 구성원들이 다 나눠갖는 구조라서 추징할 법인세도 없을텐데 말이죠. 설령 탈세가 이뤄졌다고 해도 국세청이 최고의 세금 전문가들을 상대로 혐의를 잡아내긴 힘들 겁니다.

 

아니면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김앤장이 변론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이 뭔가 액션을 취하는 걸까요. 정부와 로펌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앤장 세무조사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대형소송 패소 보복인가

 

로펌 입장에서 국세청 세무조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국세청이 소송 상대방인 로펌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세무조사를 이용한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법원에서 뺨 맞고 로펌에 화풀이한다는 얘긴데요.

 

실제 김앤장은 올해 초 여신회사들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와 두산 등 대기업들의 세금 소송에서 국세청을 상대로 승소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국세청이 대형 로펌들과의 소송에서 크게 패소하면서 올해 소송 예산이 두 배 넘게 늘어나기도 했죠. 관련기사☞ 국세청, 올해 예산 100억 로펌에 퍼준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이 조사 시기를 조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정부 관계자는 "세무조사 시기를 정할 때 정무적인 판단이 고려될 때가 있다"며 "원래 정기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연이은 소송 패소나 옥시 사건과 같은 이슈로 인해 시기를 앞당겼을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물론 국세청이 의도를 갖고 세무조사에 들어가진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앤장의 '군기'를 잡으려고 했다면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을 거란 얘긴데요. 이번 세무조사에 대기업의 일반적인 세금 문제를 담당하는 조사반원들이 투입된 점을 보면, 김앤장을 압박할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 추징할 세금 별로 없어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을 내야하는데요. 김앤장을 비롯한 로펌들은 이익을 많이 내지 않습니다. 실제로 돈을 벌어오는 사람은 소속 변호사와 세무사, 회계사들인데 그들에게 주는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다 써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로펌은 법인세보다 구성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가 훨씬 많은 구조입니다. 바꿔 말하면 로펌 자체에는 추징할 세금도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되겠죠. 실제로 2년 전 나란히 세무조사를 받은 법무법인 율촌이나 태평양도 세금 추징액이 미미했다고 전해지는데요.

 

국세청의 로펌 조사 방식도 특별한 건 없었다고 합니다. 조사요원은 4~5명 정도의 한 팀 인력만 투입됐고, 주로 살펴본 항목도 세금계산서나 비용 처리 내역 등 일반 기업들과 비슷했는데요. 세무조사를 받아본 로펌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그냥 매뉴얼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느낌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 역외탈세 정보 수집일까

 

세금을 추징하는 게 주 목적이 아니라면, 국세청은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요. 로펌이 고객과 맺은 계약서나 각종 문건들을 확인하다보면 과세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겠죠. 김앤장의 경우 다국적기업이나 외국인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역외탈세에 대한 힌트도 기대할 만 한데요.

 

하지만 로펌도 고객 정보나 민감한 문서들은 철저하게 차단하는 등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세금 소송 문제로 국세청과 법정에서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로펌의 노하우를 알려주면 큰일 나겠죠. 국세청이 탈세 혐의를 잡고 들어가는 특별 세무조사가 아닌 이상, 로펌에서 볼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란 얘긴데요. 주로 경리부서의 세무처리 문제가 적절했는지 확인하는 수준에서 조용히 끝난다고 합니다.

 

이번 세무조사로 국세청이 당장 얻을 것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조사를 하다보면 부당한 거래 내역이나 세원정보 파악에도 도움이 될텐데요. 이렇게 수집하는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국세청이 내부적으로 쌓은 다양한 세원정보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이 정보를 권력자들이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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