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중국에 낸 배당세금 돌려받을까

  • 2016.05.24(화) 15:59

[인사이드 스토리]현대차·LG 릴레이 소송 전망
세금 5% 내고 10% 환급..승소 가능성 '솔솔'

중국에 자회사를 둔 대기업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대대적인 배당세금 환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받은 배당의 5%를 중국 당국에 세금으로 내고, 한국에서 10%를 돌려받는 과세 기법입니다.

 

대기업들은 한-중 양국간 조세협정과 중국 정부의 투자 촉진 정책의 빈틈을 파고들었는데요. 실제로 중국에 배당세금 5%를 내면 10%를 낸 것으로 인정받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세금 환급에 뛰어들었죠.  

 

한창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대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자회사 세금 문제로 불거진 첫 법정 소송에서 기업이 국세청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다른 대기업들까지 소송에 뛰어들면서 국세청은 막대한 세금을 돌려줄 위기에 처했습니다. 

 

 

# 발단 : 휴대폰 회사의 '창조' 세금

 

대기업들에게 세금 환급의 길을 처음으로 열어준 '선구자'는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우전앤한단입니다. 2010년 당시 중국 자회사인 대련우전에서 3800만위안(약 62억원)을 배당 받고, 이 가운데 5%(약 3억여원)를 중국 당국에 세금으로 냈는데요.

 

우전앤한단은 한국 국세청을 상대로 여기에 5%의 세금을 더 환급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세법에는 외국납부세액공제 한도를 10%로 정해놨기 때문에, 실제로 낸 세금에 추가해서 나머지 5%도 공제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깁니다.

 

중국에서 세금을 5%만 내놓고, 한국에선 10%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받아 세금을 돌려받는 방식인데요. 얼핏 황당해보이는 과세 논리지만 세법의 빈틈을 정확하게 짚어냈고, 결국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세금 환급의 비법을 '창조'해줬습니다.

 

# 전개 : 국세청의 높은 벽

 

우전앤한단은 삼일회계법인의 자문을 얻어 본격적으로 국세청 공략에 나섰습니다. 국내에서 이미 납부한 세금을 다시 계산해달라고 경정청구를 신청했지만 국세청은 거절했습니다. 국세청 입장에서 5%를 낸 기업에게 10%를 돌려주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기획재정부도 "중국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소득은 간주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 받을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국세청에 힘을 실어줬는데요.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인 조세심판원에서도 결론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낸 세금보다 많은 금액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 위기 : 안내책자로 생긴 반전

 

국세청과 기재부, 심판원 등에서 모두 퇴짜를 맞은 우전앤한단은 마지막으로 법원을 찾아갔는데요. 반전이 생겼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이 우전앤한단의 과세 논리를 인정했고,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결론이 나온 겁니다. 중국 정부가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하는 이유는 투자 촉진 목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이 혜택을 보는 쪽으로 해석된 겁니다.

 

법원은 국세청의 안내책자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세청이 2008년 발간한 '중국 진출기업을 위한 세무안내'에는 "간주납부세율 10%와 실제 원천징수 세율 5%의 차액은 중국에 조세를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 세액공제를 적용한다"고 써있습니다. 이미 국세청이 기업들에게 세금 환급의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던거죠.

 

▲ 2008년 중국기업 세무 안내 책자 표지 및 본문(출처: 국세청)

 

결국 우전앤한단은 국세청에 납부한 3억여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됐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수많은 대기업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불복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만약 대기업들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돌려받을 세금 규모는 수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입니다.

 

# 절정 : 삼성전자도 "세금 돌려줘"

 

우전앤한단에 이어 세금 불복을 제기한 기업은 LG이노텍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화학, GS건설, 제일기획, 현대위아, 대원강업, 에스맥 등입니다. 이들의 소송대리인은 대부분 삼일회계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만든 법무법인 정안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안진회계법인 계열인 법무법인 호산이 소송 업무를 맡고 있죠.

 

소송에는 삼성전자도 참여했는데, 대리인 없이 본사 법무팀에서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삼성전자가 돌려달라는 세액은 87억원이고, 현대자동차와 LG이노텍은 각각 116억원과 27억원입니다. 국세청에서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법무법인 바른과 남산, 조홍 등 로펌들을 내세워 과세 논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법정소송의 전 단계인 조세심판원에도 대기업들의 심판청구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결정된 중국 배당세금 관련 심판청구는 총 19건이고, 앞으로도 계속 결정이 내려질 예정입니다. 심판원에선 모두 '기각' 결정이 나오고 있지만 법원에서 한 차례 승소한 사안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소송 릴레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결말 : 대기업 부실과세 책임은

 

중국 진출 기업들의 세금 소송은 6월부터 차례로 결론이 나옵니다. 대기업들이 제기한 과세 쟁점은 거의 똑같기 때문에 기존 판결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기업이 대법원까지 가서 국세청을 이겼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데요.

 

수천억원의 세금을 물어줘야 할 국세청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세청은 최근 3년 사이 지급보증수수료 모형 과세 사건으로 100개가 넘는 대기업에게 소송을 당했고, 법원에서 패소 판결까지 내려진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현대차·CJ·두산, 국세청 '모형' 세금 뒤집었다

 

지난해부터 국세청이 소송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대형 로펌을 앞세운 대기업에겐 속수무책입니다. 올해 국세청 소송 예산이 두 배로 늘어난 것도 대형 패소 사건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만약 소송을 통해 부실과세로 판명나더라도 국세청 내에는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그 사이 대기업에 대한 과세 구멍은 점점 넓어지고, 밑 빠진 독에서 세금이 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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