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포스트]영화 속 나쁜 회계사들

  • 2016.07.01(금) 09:59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분식회계가 새삼 화두입니다.
 
분식회계란 회계에 분칠을 해 꾸민다는 뜻으로, 가루분(粉)과 꾸밀식(飾)을 합쳐 만든 일본식 단어인데요. 분식회계의 '분식'을 나눌분(分)·법식(式)의 의미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분식회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 줄 드라마와 영화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회계사를 주인공이나 핵심 인물로 등장시킨 작품 가운데 현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입니다.
 
# 감사법인(監査法人, 2008) 
 
▲ 사진=NHK 드라마 '감사법인' 스틸

"회계사는 계산기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감정이 없으면 사람이 감사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어요." 
 
"회사가 낸 결산서에서 잘못을 찾아 분식 사실을 인정하게 (중략...) 회계사에게 그렇게까지 할 권한은 없어. 회계사는 범인을 체포하는 경찰이 아냐, 그냥 집 지키는 개에 불과해."
 
일본 드라마 감사법인에 나오는 명대사들인데요.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재팬 감사법인이라는 일본의 한 회계법인을 배경으로 회사 내 두 계파 간 갈등을 주요 스토리라인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기업고객을 위해 분식회계도 괜찮다는 '미지근파'와 절대 안 된다는 '엄격파' 사이의 갈등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입니다. 또한 하타 신지 아오야마대 회계학과 교수와 야마다 신야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자문에 참여해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합니다. 
 
감사법인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으로 묘사되던 2000년대 초반입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저성장 국면에서 일본 기업들은 '돈맥경화'를 앓고 있었습니다. 엄격한 심사 잣대를 적용한다면 대출·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았던 겁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과 금융권, 회계법인 간의 결탁이 횡행하게 됩니다. 어딘가 익숙하게 들리죠. 대우조선해양·KDB산업은행·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엮여 있는 현재 대우조선 사태를 떠오르게 하네요. 
 

# 엔론 :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Enron: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2005)
▲ 사진=직소 프로덕션 제작 영화 '엔론' 스틸
 
"캘리포니아와 타이타닉호의 차이가 뭔지 알아요? -나 이 말한 거 후회할 거 같은데- 적어도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불은 켜져 있었죠." 
 
"미국 재계 7위. 8만 미국인의 밥줄. 포춘지 선정 가장 혁신적인 기업." 2000년까지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사를 묘사하던 말입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뒤 엔론은 파산 기업이 됩니다. 2000년 우릿돈으로 100조원대 매출을 냈다고 보고한 엔론이 몇 개월 뒤 이 수치가 가짜였음을 고백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엔론 사태'인데요. 이 사태를 그린 영화가 바로 <엔론,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데다 장르 또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해 가장 사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앞의 대사는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대표가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와 관련해 던진 농담으로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분식회계에 대한 냉소와 이를 가능케 한 미국 자본주의를 향한 풍자극인 이 작품은 재무회계 쪽에 배경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입니다.
 
영화는 100조원대 분식회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요. 영화 속 엔론의 파트너사로 나온 회계법인 아더앤더슨(Arthur Andersen)는 당시 미국의 5대 회계법인이었다고 합니다.

# 영화 속 '나쁜 회계사'…영화일 뿐일까
 
감사법인과 엔론 외에도 회계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적지 않지만 보통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대개 회계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해 하거나 자본권력과 결탁해 '화이트칼라 범죄'에 가담하는 부도덕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회계는 또 '똑똑한'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죠.
 
1994년 개봉한 명작 '쇼생크 탈출'에서도 회계는 은행원 출신 주인공 앤디가 교도소 간수들의 탈세를 돕는 데 쓴 '나쁜 기술'로 그려졌습니다.
 
 
반면 정의로운 회계사가 나오는 작품도 있는데요. 1987년 개봉한 언터처블입니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 마피아의 두목 알 카포네에 대한 수사 실화를 토대로 제작된 이 영화에서 극중 핵심 캐릭터로 등장하는 회계사 오스카 월런스는 알 카포네의 돈에 매수되지 않고 회계지식을 의롭게 쓰는 재무부 수사관으로 등장합니다. 반면 알 카포네 역시 마피아의 대부가 되기 전 회계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의 사업 장악력도 회계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입니다.
 
같은 칼이라도 요리사가 사용하면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쓰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되는 것과 같은 셈이죠.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곪을대로 곪은 회계업계의 민낯이 재조명되는 요즘입니다. 대중매체 속 '착한 회계사'를 더 자주 보기 위해서라도 당장 업계 차원의 자정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