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대기업 vs 국세청 세금소송 '합의'로 끝낸다

  • 2016.07.22(금) 15:47

법원, 외국 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 재판 '조정' 권고
기존 세액 절반으로 조정..기업들 수용 여부 검토중

대기업 100여곳의 세금 문제가 걸려있는 지급보증 수수료 관련 소송이 '합의'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대기업들에게 부과한 세액의 일부를 깎아주는 대신 판결을 내리지 않고 조용히 끝내는 방식이다.

22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1일 한국타이어와 두산, 태광산업, 롯데리아, 롯데케미칼 등이 제기한 지급보증 재판에서 기존 세액을 감액하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이들 외에도 소송을 진행 중인 50여개 기업에 대해 똑같이 조정안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국세청은 밝혔다.

기업들이 조정안을 수용하면 법원은 따로 선고 판결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판결문이 남지 않기 때문에 국세청과 기업들도 과세 배경과 정보 노출을 피할 수 있다. 지난해 초 5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벌이던 디아지오코리아도 관세청과의 합의를 통해 세액의 절반만 납부한 바 있다. 관련기사☞ 사상 최대 위스키 세금분쟁 '마무리'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지급보증이 뭐길래
 
국세청은 2012년부터 외국 자회사를 둔 대기업들을 상대로 법인세를 추징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외국 자회사에게 보증을 서준 대가로 받은 수수료가 너무 적다는 이유였다.

확실한 과세 기준을 만들기 위해 국세청은 2008년과 2009년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와 한국기업데이터를 통해 위탁 용역을 발주했고, 그 결과 지급보증 수수료 정상 가격모형을 개발했다.

국세청은 모형을 통해 국내 대기업이 외국 자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지급보증 수수료를 계산했다. 신용평가사처럼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겨서 실제 수수료를 적게 받았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국세청은 모형을 돌려서 계산한 정상 수수료에 비해 기업들이 받은 수수료가 적다고 판단되면 여지없이 법인세를 물렸다.


◇ 대기업 불복 170건

갑자기 거액의 세금을 추징 당한 대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자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문제는 경영적 판단인데, 국세청이 세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급보증 모형을 통해 과세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국세청의 지급보증 과세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일제히 불복을 진행하고 있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기업들이 제기한 심판청구 가운데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총 170건이다. 기업들이 부과 당한 세액은 각각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심판원은 대기업들의 불복에 대부분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국세청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다시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국세청이 모형을 통해 과세한 것은 '위법'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 기업들 승소 릴레이

현재까지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은 기업은 총 17곳이다. 지난해 10월 기아자동차와 LG전자, 효성, 한국전력공사, 동국제강(유니온스틸), 현대엔지니어링, LG화학, LG이노텍, 롯데쇼핑, 태광산업이 국세청을 상대로 승소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현대종합상사, 두산이 '과세 취소' 판결을 받았다.

앞선 판례에 따라 기업들의 대대적인 승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월 이후 선고 재판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두산중공업, 포스코, 대우인터내셔널, 대상, OCI, 롯데쇼핑 CJ CGV 등이다. 소송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율촌과 광장,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들이 참여하고 있다.


◇ 조정안으로 새 국면

올해 초 법원이 과세 모형에 '위법' 판정을 내리자 국세청도 다급해졌다. 2012년 이후 기업들을 상대로 추징한 수천억원의 세금은 물론, 기업들의 로펌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할 상황이다. 기업을 향한 부실과세가 입증되면서 과세당국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세금 환급을 피하기 위해 국세청이 다시 꺼낸 카드는 '무디스 분석론(Moody's analytics)'이다. 기존에 사용했던 한국기업데이터 모형 대신 국제신용평가사의 분석 틀을 사용해 지급보증 수수료를 다시 계산한다는 방침이다.

법원도 국세청의 조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법원은 10월초까지 기업들에게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며 판결을 유보했다. 기업들이 조정안에 동의하면 굳이 판결을 내릴 필요가 없다. 국세청도 대기업들과의 세금 소송에서 패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기업들은 세액을 전액 환급받을 기회를 잃게 되지만, 세무조사권을 가진 국세청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기업은 끝까지 소송을 통해 세금을 받아내고 싶지만 국세청의 눈치도 봐야 한다"며 "국세청이 세액을 어느 선까지 깎아주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