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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회장님의 람보르기니였는데..

  • 2016.12.07(수) 08:00

[커버스토리] 업무용 승용차 비용처리 혼란
기재부→국세청→법인, 책임 떠넘기기

# 이 기사는 2016년 12월 7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회사 업무용 승용차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간 홍길동 사장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대전의 처가에 들러 몸져 누워 있는 장인어른을 잠시 뵙고 올라왔다. 그런데 회사에서 차량 운행일지를 쓰려다 보니 골치가 아파왔다. 올해부터 강화된 차량 운행일지 작성 방법대로라면 업무를 위해 이동한 거리와 개인적인 사유로 이동한 거리를 분리해서 작성해야 하는데, 이번 출장의 전체 이동거리에서 개인적으로 처가에 들른 거리를 발라내기가 쉽지 않았다. 정확하게 쓰지 않으면 회사차량 경비를 김사장의 개인소득에 포함시켜서 소득세를 더 내게 될 수도 있다는데 회사 경리부서에서도 딱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회사 업무용 차량의 사적(私的) 유용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세법상 업무용 차량의 비용인정 기준이 대폭 강화됐지만 시행 첫해 적지 않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차량을 업무용으로만 썼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 매번 운행일지를 자세하게 써야하고 임직원전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졌지만 증빙확보와 확인절차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업무용 승용차를 운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대부분 홍길동 사장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허위로 차량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집행기관인 국세청이 납세자가 증빙으로 제시한 운행일지와 실제 운행사실을 대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행일지에는 사용일자, 사용자, 운행내역만 적는데 하루에도 수십차례 운행을 나가는 회사차량의 경우 1년치를 실제 운행사실과 대조해 확인할 방법도 딱히 없다.


현장에서는 납세자가 허위로 작성할 수밖에 없고, 과세당국도 허위인 것을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애초에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어 탈세 차단이라는 입법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운행일지 중심 과세기준, 설계부터 결함
 
기획재정부가 마련해 2015년 연말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은 업무용 승용차와 관련된 비용 중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손금산입은 비용으로 회계처리해 법인세를 줄이는 방법이다. 문제는 업무용으로 썼는지를 증빙하는 핵심적인 방법으로 '차량운행기록부 작성'이라는 의무를 뒀다는 데 있다.
 
차량의 운행기록부는 사용일자와 사용자(부서, 성명), 계기판 주행거리, 사용처 등을 납세자가 직접 기입하는 것인데 두가지의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차량을 사용한 사업자가 실제에 맞게 정확하게 기록부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세청이 사업자가 제출한 기록부가 실제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사업자는 국세청이 요구하는 양식에 맞게 기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세청의 운행기록부 양식을 보면 주행전과 후의 계기판 숫자를 통해 주행거리를 계산해 적고, 이중 업무용으로 사용한 거리를 구분해서 표시하며 업무용은 다시 출퇴근용과 일반업무용으로 구분해서 표시하도록 돼 있다. 업무용으로 사용한 거리는 어떤 업무용으로 썼는지도 표시해야 한다. 여러 대의 회사차량을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경우 실제에 맞게 적는데 한계가 있다.
 
앞서 홍길동 사장의 사례와 같이 업무용과 비업무용의 구분이 쉽지 않을 때는 임의적으로 작성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업자는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최대한 업무용으로 썼다고 기입할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은 부분을 뒤져서 찾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국세청이 운행기록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법은 사업자가 작성한 기록을 기초로 역추적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작성한 운행기록을 국세청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일선 세무사는 "여러 명의 임직원이 여러 대의 회사차를 운영하는 회사의 경우 매번 운행거리와 방문한 장소의 내역 등을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기록을 하긴 했는데, 국세청이 어디까지 인정해줄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은 국세청의 자의적 해석 가능 범위가 너무 넓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업자는 주말에도 근무를 해서 주 7일간 회사차량을 운행했다고 주장하지만 국세청에서는 주 5일치만 인정하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월말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 갖춘 증빙들은 내년 3월 법인세 신고기간이 돼야만 인정 여부를 알 수 있다.
 
# 대기업 오너들의 일탈 막으려다가...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과세기준이 강화된 것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오너들의 일탈에서 출발했다. 회장님이 회사 이름으로 슈퍼카로 불리는 고급 외제스포츠카를 장만해 스피드를 즐기거나 자녀 통학용으로 쓰는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탈세의 온상으로 확인되면서 과세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1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경우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고급 외제차를 회사 돈으로 리스한 후 자녀의 통학용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고, 같은 시기 대한제분 한국타이어 한진무역 등 기업들은 물론 학교법인들까지 고급 스포츠카를 포함한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다.
 
정부는 세원양성화 차원에서 뒤늦게 세법 개정에 착수했으나 결과적으로 시행 첫해 혼란의 피해는 대기업 회장님보다는 중소기업 사장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는 "핵심은 운행일지 작성인데 여러대의 법인차를 운영하는 대기업에서는 대행업체에 하이패스 사용내역과 GPS기록을 전달해주고 운행기록부 입력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도 받는다고 한다. 대기업은 보험도 리스회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작은 기업들인데, 운행기록 처리를 위해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거나 비용을 치러야 하는 등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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