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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의견거절을 바라보는 회계사의 눈

  • 2016.12.02(금) 17:06

"소신 있는 목소리, 지정감사라서 가능했다"

최근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 분기보고서에 검토의견 거절을 명시한 이후 회계업계는 드러내놓고 내색은 못하지만 반기는 분위기다.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의 '갑을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모처럼 소신 있는 의견이 나왔다는 평가와 함께 지정감사제 확대에 대한 요구도 더 높아지고 있다. 지정감사제는 감사서비스를 '공공재'로 봄으로써 계약을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대신 감독당국의 평가 아래서 지정토록 한 제도다.
 
 
2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은 대우건설 측 의견을 수렴해 평년보다 한 달 이상 앞서 회계실사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때이른 회계 실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대우건설과 적극적인 감사 협조를 바라는 안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 "검토의견 거절 반갑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가담 혐의를 받는 등 안진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안진이 취한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회계사들이 많다. 그동안 "외부감사는 자료 구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사인들이 피감기업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불만을 호소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회계법인 소속 한 회계사는 "자료를 요구 했을 때 단번에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자료 몇 장을 위해 적게는 두세번에서 많게는 십수번 통화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이러한 의미에서 '검토의견 거절'은 회계사에게 주어진 유용한 '무기'다. 즉각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감사의견 거절'과 달리 기업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시장 반응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고 시그널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검토의견 거절은 '큰 사건'으로 여겨질만큼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감사의견 중 '적정'이 99%를 차지한다. 시장의 압력을 의식한 회계사들이 자체 검열을 한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감사인들이 당당히 의견을 낼 수 있기 위해서는 의견거절이 이례적인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지정감사제가 자신감 심어줘"
 
안진이 대우건설의 분기보고서에 검토의견을 거절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지정감사법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정감사인 지위로 감사계약을 체결할 경우 회계법인에게 부여되는 감사 책임은 더 커진다.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날 경우 더 높은 수위의 제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정감사 때는 자유수임감사와 비교해 실무자들이 회계법인 내 영업 담당자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권한도 크다.
 
지정감사계약에서 감사보수가 높다는 점도 한몫한다.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의 투입이 가능해져 보다 엄밀히 살필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분기 감사는 통상 3~4명이 2주에 걸쳐 실시하지만 이번 대우건설 감사에는 15~16명 가량이 확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의 실사가 한달 넘게 앞당겨졌음에도 감사보수 인상 등 추가 계약은 체결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미 지정감사계약 하에서 자유수임으로 체결했던 지난해보다 감사시간은 배(3500→7455시간)로 많고 보수 또한 2배 가까이(6억5000만원→12억9000만원) 많다.
 
이에 대해 대형회계법인 출신 3년차 회계사는 "평회계사로서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실사도 더 꼼꼼하게 하고 관련 자료도 두루 살펴볼 수 있게 돼 제대로 감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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