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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트럼프의 조세정책

  • 2016.12.08(목) 08:02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특별기고

# 이 기사는 2016년 12월 7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무역, 이민 등에서 보수적 가치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역동적인 경제를 창출해 새 일자리를 10년간 2500만개 만들어내자"는 것인데, 친성장 조세정책이 주된 수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부통령 내정자인 마이클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나 CIA 국장 내정자인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이 공화당에서도 강경보수인 티파티 소속인 것에서 보듯이 측근 인사들 역시 강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어 조세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조세정책 관련 공약의 주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의 인하를 공약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3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했다. 연구 개발을 위한 감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감면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소득세율은 10%, 15%, 28%, 33%, 35%, 39.6%의 6단계 세율구조에서 12%, 25%, 33%의 3단계 세율구조로 전반적인 세율을 낮추겠다고 했다. 

둘째, 개인표준 소득공제 금액을 1만2600달러에서 3만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또한 자녀 부양비용을 공제하고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소득세 환급제도(EITC) 확충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요컨대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 모두에 대해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경쟁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 상속세를 폐지하고 피상속인의 생존 중에 발생한 자산증가분에 대해서도 1000만달러까지 공제를 허용, 상속세 부담은 물론 추후 상속받은 재산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세부담이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개선을 공약했다. 

반면, 조세부담을 강화하는 조치도 일부 있는데, 해외 소재 미국회사의 자회사가 소득을 배당하지 않으면 4% 내지 10%의 세율을 부과하는 공약이다. 또 월가에서 금융투자의 절세수단으로 이용되는 투자 인센티브에 대한 저율과세를 폐지해 월가금융투자에 대한 세부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의하면 이러한 조세정책은 첫 10년간 6조2000만달러의 재정손실을 가져오며, 상위 0.1%가 전체 감면의 14%를 가져가고 중산층인 중위소득자는 1.8%, 하위소득자는 0.8%의 세부담 혜택을 가져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조세정책이 환영을 받아 당선에 기여한 것은 공약이 실현될 경우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해 결국 재정도 충실해지고 월가 중심 금융구조도 개선돼 쇠락한 제조업 중심지역(Rust Belt)을 부흥시킬 수 있다는 기대의 반영이라 하겠다. 

물론 이 공약들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의회 중심 입법체계로 행정부는 법률제안권도 없어 입법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고, 트럼프를 지지한 민심에서 확인되듯 경제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대 목표로 하기 때문에 방향성 만큼은 트럼프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최소한 5년간은 미국이 재정확충보다는 재정을 희생해서라도 국제경쟁력이 있는 세제를 만들기 위해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택한 방향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경제에 영향을 주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도 세율인하 등 경쟁력 있는 조세제도 확충이라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을 설정할 것이다. 

국제학회에서 만나 본 캐나다나 호주 등의 학자들은 이미 세율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심지어 각국의 조세경쟁을 규제하고 재정을 확충하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는 OECD의 BEPS(Base Broadening & Profit Shifting)방지 작업도 어느 정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반면,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외국기업의 미국 현지법인이나 지점들에 대한 이전가격 과세를 강화하는 등 미국 중심 과세권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많다. 월가 중심 금융투자업에는 과세강화가 예상되기도 한다. 

트럼프의 당선을 계기로 어느 때보다 국제경제질서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맞춰가야 한다. 미국에 현지법인이나 지점 형태로 진출한 우리 기업도 미국 정책변화를 주시하면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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